2024년 제52차 한국상담심리학회 보스토토 1급 자격증 취득
안녕하세요, '상담심리 전문가' 진솔입니다.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래 걸렸네요. 심리학과 입학한 지 24년 만이니... 대학교 입학해서 4년, (졸업하고 다른 일 하다가) 대학원 입학해서 2년 반을 공부했고요. 상담심리사 2급을 취득해서 수련한 지 5년 만에 1급 자격증을 땄으니, 공부하고 수련한 기간만 12년 가까이 되네요.
취득하기까지 긴 시간이었지만 뭔가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긴 여정의 준비 단계를 마친 기분이에요.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상담심리사 1급 취득을 위해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는지, 합격하는 나름의 노하우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조금이라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최소 수련요건
보스토토 1급에 지원하려면 석사 학위 취득 후 3년 or 2급 자격증 취득 후 4년의 보스토토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최소 수련요건을 채워야 하는데요. 그 요건을 처음 들었을 땐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멀고 막막하게만 보였어요.
-개인보스토토 : 400회기 이상(+수퍼비전 50회 이상)
-집단보스토토 리더/보조리더 : 2회 이상(+수퍼비전 2회 이상)
-보스토토검사 실시 : 20사례 이상(+수퍼비전 10회 이상)
-공개사례발표 : 4사례, 총 40회기 이상(2급 취득자는 3사례, 30회기 이상)
-분회 등의 보스토토사례 연구활동 : 30회 이상
-학술지 연구논문 : 1편 이상 제출
저는 늦은 나이에 도전한 만큼 마음이 조급해서 빨리 채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최소기간인 3년 안에 채우기엔 역부족이었고, 4년 만에 겨우 요건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 같은 경우엔 2~3개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보스토토사례는 꾸준히 들어와서 개인상담 횟수는 부족함 없이 채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퍼비전을 채우는 게 난관이었습니다. 정해진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한 달에 1~2번씩 무조건 수퍼비전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게 참 사람 피 말리게 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수퍼비전을 받기 위해선 사례를 정해서 보스토토내용을 정리하고 축어록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녹음된 대화내용을 듣고 문서로 옮기는 게 시간도 오래 걸리는 '노가다'급 작업인 데다가, 내담자 목소리와 더불어 내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는 게... 심리적으로 유쾌하진 않더라고요. 내담자의 우울이나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 내 말과 행동이 만족스럽기보단 후회되는 경우가 많아서일까요? 무척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수퍼비전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를 더 잘 이해하고, 보스토토자인 나도 이해하며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노하우!: 이 모든 걸 혼자 한다는 건 정말 힘들고 외로운 과정이에요.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교육기관에서 인턴이나 익스턴, 레지던트 등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도움도 받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수퍼바이저를 만나서 정기적으로 수퍼비전을 할 수도 있었고, 함께 수련받는 보스토토사분들과도 인연을 쌓아가며 나름 즐겁게 보낸 것 같아요. 또 정기적으로 수퍼비전을 받게 되면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도 보이고 보스토토사로서 내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그룹 수퍼비전을 통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본격 시험공부
이제 어느 정도 자격요건이 충족되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게 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필기와 면접은 전략과 공부방법이 달라야 할 것 같아요. 필기는 평균 60점 이상(과락은 40점 이하)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험범위에 포함되는 다양하고 넓은 범위의 영역을 고루고루 아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죠.
반면 면접은 자신의 강점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양한 이론과 접근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주 이론을 정해서 그것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사례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심도 깊게 이해하고 개념화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전략에 따라서 공부하는 교재나 준비하는 방법도 달라야 할 것 같아요.
[필기 대비]
저는 시험 6개월 전부터 천천히 시작했고, 시험 3달 전부터는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2급 때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면, 1급을 준비하면서는 보스토토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최대한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했고, 약간의 자투리 시간에도 어떻게든 책을 붙잡고 공부하려고 했어요. 상담 중간의 남는 시간은 물론이고, 퇴근 후에나 주말에도 북 카페나 스터디 카페에서 책과 씨름했습니다. 시간과 건강을 희생해서 지식을 얻었죠...
주로 공부했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공서적 위주 + 청소년보스토토사 2급 교재참고)
현대 심리치료와 보스토토 이론 / 권석만 / 학지사 (강추!)
최신 이상보스토토학 / 이우경 / 학지사
보스토토검사의 이론과 활용 / 박경 외 / 학지사
성격 보스토토학 / Charles S. Carver / 학지사
가족보스토토과 가족치료 / 이영분 외 / 학지사
[면접 대비]
필기는 운좋게 한 번에 합격했지만, 면접은 한 차례 탈락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준비해야 했어요. 덕분에(럭키비키?) 저는 다양한 사례를 폭넓고 심도 깊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면접은 필기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주 이론을 정해서 깊이 공부해야 하고요. 다양한 사례와 증상에 대해 구체적이고 빠짐없이 공부해서 개념화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면접에서 검증하는 역량이 '전문가'로서의 자질이기 때문에, 어떤 사례가 제시되더라도 사례를 개념화하고 + 보스토토의 방향/목표/전략이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말이 쉽지, 실제로 무수히 많은 수련과 연습을 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스터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기는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면접은 혼자보단 함께 준비하는 게 훨씬 유리한 것 같아요. 저는 일주일에 1~2번씩 모여서 각자 사례를 준비해오고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실제 면접에 대비했는데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공부하고 참고했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의면접 스터디 및 에듀싸이미 강의도 도움됨)
보스토토실무자를 위한 사례개념화 이해와 실제 / Len Sperry 외 / 학지사 (강추!)
보스토토 및 심리치료 사례개념화 / Diane R. Gehart/ Cengage
임상 사례로 보는 보스토토 진단 및 치료 / 신민섭 외 / 사회평론아카데미
시례 중심의 이상보스토토학 / 김청송 / 싸이북스
보스토토 수퍼비전의 이론과 실제 / 유영권 외 / 학지사
인지행동치료 / Jesse H. Wright 외 / 학지사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 Steven C. Hayes / 학지사
자유로운 마음 / Steven C. Hayes / 학지사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해결중심 보스토토 / Insoo Kim Berg 외 / 학지사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보스토토학 / 마틴 셀리그만 / 물푸레
학회 윤리강령 및 보스토토 윤리 사례집
3.면접 당일
(대망의!) 면접은 1급과 2급이 오전/오후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24년에는 1급이 오후였습니다. 개인별로 지정된 시간이 다 다르고요. 각자 지정시간에 맞춰 대기실에 도착하면 신분증을 확인하고 수험표를 받게 됩니다. 이후 대기실에서 20~30분 정도 대기 후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심사장으로 이동하게 되고요. 심사장 앞 대기석에 앉게 되면 사례를 배부해주는데 정해진 시간(약 10분 내외) 내에 사례 내용을 읽고 개념화를 어느 정도 마쳐야 합니다. 이후 주어진 시간이 다 되면 사례를 반납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심사장에 들어가서 바로 면접이 진행되고요. 면접시간이 길지 않으니(약 10~15분), 사례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바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합격의 노하우?
이미 위 내용에서 밝혔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필기와 면접은 다른 전략으로 준비하기
면접은 스터디를 모집해서 다른 이들과 같이 준비하기
자신의 주 이론과 서브 이론으로 사례개념화 계속 연습하기(이론+증상별)
저는 이렇게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준비하는 환경이 다를 수 있으니 제 글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보스토토 1급을 준비하는 과정이 지난하고 험난하게 느껴지겠지만, 모쪼록 이 글의 정보가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 되면 좋겠네요.
무엇보다도 '심리보스토토'이라는, '나도 좋고 너도 좋은' 어렵지만 보람된 길을 함께 가는 도반으로서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자격증을 떠나서, 이 길을 가는 당신의 노고를 누구보다 이해합니다. 당신께 감사하고, 당신께 깊은 애정을 보냅니다.
+PS: 최근 학회게시판에 보스토토 1급 면접과 관련된 질문이 올라왔고, 그에 대해 학회 측에서 답변한 내용이 있어서 여기에 옮깁니다. 면접에 대한 별의별 소문들이 있는데요. 이 답변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게시판 회원아고라 161번 글, 2024.10.16)
첫째, 학회는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면접 심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매뉴얼에는 영역별 필수 및 선택 질문 목록, 채점기준, 평가 시 유의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다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매년 검토되고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하여 개선하고 있습니다. 면접 문제의 경우, 제한된 시간 내에 다룰 수 있는 적정 난이도를 고려하여 개발되며, 1개 사례에 대해 3가지 사례 개념화를 요구한 문제는 출제된 적이 없습니다.
둘째, 심사위원은 학회 1급 자격증 취득 후 5년 이상 된 자(주수퍼바이저)를 필수 요건으로 하여 상담 이론 및 실무는 물론 수련생 교육에서도 충분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로 선정됩니다. 또한, 심사위원풀은 학회원들의 추천을 통해 매년 갱신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면접에 앞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매뉴얼을 숙지한 후, 구조화된 채점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평가에 임합니다. 학회는 합격자 수를 임의로 조정하지 않으며, 심사위원의 평가결과에 따라 절대평가로 이루어집니다.
셋째, 1급 면접 합격률은 지난 10년간 4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최종 합격률이 10% 대로 보이는 것은 필기 시험 응시인원을 기준으로 산출된 비율이며, 필기 응시자와 면접 응시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비율 자체를 중요한 지표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학회의 면접 영역과 방식은 각급 자격증 소지자가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역량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순히 수련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자격증이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검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제기하신 사항을 바탕으로 현행 면접 방식이 실제로 자격증 소지자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면접 상황에서 긴장으로 인해 지원자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필기구 사용 등 지원자가 보다 최적의 상태에서 응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계획입니다. 면접 공지 역시 수정하여 지원자들이 면접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면접 매뉴얼도 더 정교하게 개발하여 심사위원 간 차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