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 때 쯤이 스누즈 타임이었다. 열 네살 둘째 아이의 취향 차트곡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잠이 깰락말락, 눈이 떠질락말락… 램수면의 순간이었다. 잔잔한 음악이 곧 잠을 깨웠다. 기분 좋은 기상이었다. 새벽 기온이 베란다 안쪽으로 확 느껴졌다.
갑자기 쌀 항아리 옆에 내버려 두었던 황토 생강이 생각났다. 손에 묻어나는 황토가 아직 축축해서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심세이벳. 흙을 털어내고 물에 적셔서 오돌토돌한 고무장갑으로 비볐더니 껍질이 술술 벗겨졌다. 움푹 들어간 곳을 파내다가 두 동강이 났다. 매운 몇 방울이 튀었다. 부러진 생강 알들을 얇게 썰어 식탁 한쪽으로 모아 놓았다. 모과가 눈에 띄었다. 흠집이 조금 나 있었다. ‘한 점의 정물화’처럼 얕은 향기를 내고 있었다. 올 겨울에는 방향제 이상의 가치로 재창조가 되겠다. 생강 모과차를 상상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은 분주해졌다.
반질거리는 모과를 소금으로 비벼 닦았다. 검색한대로 베이킹 소다로 한번 더 씻어 냈다. 돌려가며 키친타올로 콕콕 물기를 찍어냈다. 어디까지 살이고 어디서부터 씨인지 썰기가 쉽지 않았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수분을 가진 열매도 많건만, 모과의 수분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노랗게 코팅된 겉모습은 소탈하기까지 세이벳. 위험을 견디고 내면을 보호하는 꿋꿋한 모과의 소신이었을까?
세이벳과 모과를 새끼 손톱 만하게 썰었다. 각각 가벼운 그릇에 담은 후 계량용 저울 위에 올려보았다 재료무게의 반을 계산하여 벌꿀 150그램, 자일로스 설탕 150그램을 넣었다. 끓이는 과정이 없으니, 이제 섞기만 하면 됐다. 드디어 생강모과 청을 완성세이벳.
따뜻한 물 한잔에 청을 우려내고 보니 문득, 저 마다의 맛, 느낌, 향을 지닌 모든 것들은 리즈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 속에 묻혀 세이벳의 갖은 세포들이 뭉쳐졌을 때가 첫 번째 리즈였다면, 따뜻한 물에 우려낼 때 향이 퍼지는 순간이 두번째 리즈겠다.
덧붙여, 젊음 하나로 고집과 열정을 불사르던 사회초년생인 20대가 첫 세이벳라면, 그 분야에서 소신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30대가 둘째 세이벳라 하겠다.
2020세계 대전망에서는
욜드 세대 ( young old 세대 : 65세~75세)
의 시작을 알렸다.
베이비부머세대가 노년기에 들어서는 첫 해 이고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 노동시장, 금융과 자산시장 등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주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이 세대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생산력을 갖고 있고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은퇴 후, 소일하고 손자를 돌보는 것 등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거부한다고 세이벳. 자신을 위해 피부관리, 여가 즐기기, 체형관리를 위한 운동 등에 돈을 잘 쓴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일을 할 수 있는 의지, 체력,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만50세부터64세까지를 50+라고 부르고 세이벳.
50플러스 세대는
' 새로운 세대적 특성과 요구를 가진 젊은 어른입니다.
'지혜와 경험을 가진 사회의 동력이자,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인구집단입니다.'
라고 표현하고 세이벳.
서울시 50+재단에는 여러 사업들이 세이벳. 소극적, 무력함, 질병 등과는 거리가 먼,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킬수 있는 공헌형이 세이벳. 취,창업 중심의 일자리 플랫폼도 구축 해 나가고 세이벳. 삶의 전환을 마주하는 세대를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 보람일자리, 50+인턴십, 굿잡5060 등의 사업들이다.
진로전환을 위해 뉴딜 인턴십 사업에 지원한 나를 비롯한 인생 선배들에게는 운 좋게도 코로나 상황에도 새로운 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가 만난 곳은 직업상담사들이 설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었다. 그 분들은 ‘노련한 신입사원이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턴이었다. 사회공헌일자리, 보람일자리에 선정된 분들의 과거 경력 또한 화려했다. 금융복지, 전자공학, IT기술영업, 영어강사, 의류마케팅, 대안학교 교사 그리고 제대군인 대표님까지...
똑같이 9시30분에 출근해서 기획, 교육, 상담, 홍보에 관한 일을 하고 정해진 근무일수와 근무시간에 따라 퇴근을 했다.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의 관계, 공유, 협업으로 구성되는 협동조합이기에, 그야말로 사람 좋다는 분들은 다 모인 곳이었다.
어느 날은 타로상담과 애니어그램, 인생과업, 직업흥미, 강점, 상담에 대한 역량강화교육을 들었다. 다른 날은 이 교육서비스 프로그램을 가지고 특성화고, 대학교, 각 시 청소년 재단으로 교육과 강의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선생님들 각자는 시스템이라는 넓은 땅에 서로다른씨를뿌려주셨다.
대표님이 가진 역량과 품격은 비옥한 토양이 되고 새로운 사업에 선정이될때마다가지가 하나씩 생겨났다. 곳곳에서 영양을 채워오신 선생님들은 주욱주욱 뿌리로 뻗어나갔으며, 새싹이라는 업력이 하나씩 돋아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각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디서든 물의 원천을 끌어오고 세이벳. 그리고 서로의 마음은 협동조합의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으며, 발빠른 추진력과 아이디어는 강한 햇빛이 되어 주고 세이벳.
세이벳시절이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스미스라는 축구선수가 축구클럽 세이벳유나이티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때를 이르던 말이었는데, 지금은 외모, 인기 , 실력 따위가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말한다.(네이버 국어사전)
인생의 전성기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수도 세이벳. 잔여 전류로 빛을 내다가 터지는 형광등은 빛을 내는 그 동안 소임을 다했으며 나의 청춘이었다. 수많은 그라운드에서의 경험과 경력으로 막강해진 세이벳의 '엘이디'는 이제부터 오랜 수명으로 생각과 발걸음을 따라서 나의 삶을 밝혀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50플러스 인턴을 시작한지 6개월의 시간이 다 되어 갔다..
사회공헌, 보람일자리로 함께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하나하나의 전구를 밝혀가고 세이벳.
선생님, 당신들의 세이벳는 지금입니다. 당신들의 모습을 눈에 담고 글로 써내려가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봄의 흙은 헐겁다고 했다. 계절이 바뀌고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으로 생강의 제철이 왔다. 지금 또 흙 속에 묻혀 생강의 갖은 세포들이 뭉쳐지고 있었다. 다시 올 세이벳모과차의 리즈가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