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여름, 느닷없이 금융실명제가 발표 됐다. 증권사에 다니고 있던 나는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중략... ”당장은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힘들지만 나중에는 이 상황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거야.” 괴로운 마음도 표현하고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 가는 대로 자판을 마구 두드렸다. 불안한 마음이 가셨다. 중략... 분노와 원망을 폭풍같이 써 갈겼다. 다음날에도 썼다...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부부싸움 후 나도 그랬다. 내 생각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틀렸어', '잘못됐어' 라는 생각이 하나도 걸러지지 않은채, 담상담상 말로 빠져나오고 있는걸 느꼈다. 내 가슴을 밟고 지나가는 듯 카드카운팅. 하염없이 글을 써내려갔다. 머릿속의 복잡한 것들이 글 속으로 스며들었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땀을 쏙 뺀 듯한 개운함을 느꼈다.
<청춘의 썬셋, 카드카운팅 썬라이즈 '글 자립' -빛작
위의 두 글은강원국 작가와 내가 작가에앞서 글을 쓰게된 첫시작을 적어놓은 것이다.
누군가는 말을 잘 하고 싶어하지만 마음먹고 잘 해봐야지 카드카운팅 결심과는 다르게 더듬기도 하고 횡성수설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하지만 깨끗한 종이만으로 부담과 압박으로 첫 문장을 써나가기가 어려워진다. 상대방의 말을 들은 후 정리해서 다시 말하는 것도 쉽지가 않고 받은 메일함의 메일 하나하나에 답장의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나마 회사 소개글은 기존에 사용했던 글이 있다던지, 제안서 목차를 쓰다말고 영 진전이 되지 않을 때는 다른 양식의 틀이라도 빌려오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야할 자기카드카운팅서, 홍보 글, 모집하는 글 등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쨌든 없던 글을 처음 생성해내는 일은 고뇌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중인 가수 김정민씨
짧은 글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글은 또 어떨까?
지금은 들을 겨를이 없지만 십오 육 년 전에는 '팔십구점일', '구십일점구'로 주파수를 맞추고 아침마다 라디오를 들었다.
프로그램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수 김정민씨가 진행했었고 '가을하늘'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보내라고 했다. 점심시간에 한 직원과 산책을 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난 여의도 사무실을 나와 배를 어루만져가며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태명을 불러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을하늘 하면 생각나는 것을 사연으로 적어보냈다. 뱃 속의 아가에게 '엄마랑 산책할까? 날씨가 참 좋아...' , '우리 아가도 기분좋아졌을거 같아. 저 이쁜 구름 좀 봐. '라고 말했던 경험...
김정민씨는
“아가와 함께 걸으며 하늘을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 참 행복하실 것 같아요, 예쁜 태교 하세요”
라며 사연을 카드카운팅해 주었다.
걸음걸이는 투박하고 몸은 무거웠다. 높디 높은 하늘의 신선함과 가벼운 발걸음은 남자인 김정민씨에게도 충분히 이입되었나 보다. 그리고는 느낌을 전달받았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사연 몇 개가 소개되고 곧 내 휴대폰 뒷자리를 부르면서 'oooo님께 화장품 셋트를 보내드린다'고 카드카운팅. 그 후로 같은 프로그램 똑같은 디제이에게 또 하나의 사연으로 가방을 받은 적도 있었다.
거창하게 긴 호흡의 글을 써 본 기억들 중 하나가 떠올랐다. 작가가 아니고서는 쓸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한참 전, 체리북이카드카운팅 프로젝트형 책만들기 싸이트가 있었다. 알고 지내던 방송작가가 자기가 얼마전부터 시작했는데, 생방 '콘티'를 짜는 것보다 더 재미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카드카운팅. 어떤 방식으로 해나가는가 하면, 매일 한 편씩을 쓰고 백일을 채우면 책 한권을 무료로 만들어 준다고 카드카운팅.
방송작가에겐 눈 감고도 할수 있는 일이리라는 부러움만 가지고 있다가 '나도 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함으로 시작했다. 다행인것은 초등학생이 일기를 쓰듯, '몇 자에 몇 줄' 이라는 형식이 주어졌기 때문에 나는 컨셉을 잡은 후 신나게 써나갔다.
결혼한지 1년정도 되었을 때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고마움이 북받쳤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내 연애사나 결혼스토리가 아닌, 부모님의 연애사,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쓰기 시작카드카운팅.
구릿빛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채, 테니스를 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반카드카운팅는 엄마
그 때 그 시절의 신부치고 키가 커서 결혼식장에 맨발로 입장했단다.
첫째를 출산하고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분유만 사러 다니셨다는 아빠, 나와 동생을 기를 때에는 냇가에서 기저귀를 빨아야 카드카운팅는 이야기, 애 셋을 연년생으로 키우시면서의 갖가지 에피소드 등... 어려서부터 수백번을 들었던 네버엔딩 스토리였다.
백일을 기대하며 완성된 책...
그 해 엄마의 생신 선물은 바로 그 책이었다.
엄마와 나는 기억나는 순간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시점에서는 엄마 삶의 일부를 나레이션 하듯 들려주었다. 가슴이 뭉클카드카운팅.
한참 후에 내 결혼스토리를 적어 책을 만들어 보고 싶어 다시 찾았을 때에는 싸이트가 사라지고 없었다.
글이라고는 늘 끄적이던 시들과 강의 PT를 준비할 때의 시나리오 밖에 없었으며 그라운드를 옮길 때의 말도 안되게 써 놓은 자기카드카운팅서들만 민망하게도 기억이 났다. 이제 학생들에게 자기카드카운팅서를 잘 쓰는 것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아, 그때의 나보다 지금 마냥 어릴것만 같은 고등학생들이 훨씬 짜임새 있고 간결하게 쓰는구나'카드카운팅 것을 느꼈다.
그나마 자화자찬 할 만한 것은 자기카드카운팅서를 쓰면 쓸수록 나를 알아갈수 있음을 깨달은 것.
누군가에게 읽히지도 못하고 버려질 명언이나 예쁜 표현으로 잘 쓰려고만 카드카운팅는 것,
잘못된 자기카드카운팅서의 예였다는 것임을 그때 알았더라면...
일기장을 검사 맡는 느낌이 들었다. 공개하고 싶지 않지만 공개하게 되는 묘한 느낌으로 강의 현장에서 늘 떨고 있다.
20대에는 시집을, 30대에는 소설과 육아서를, 40대에는 과학, 인문 등 다양한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다.
우리나라 성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은 4.6권이라고 적힌 기사를 봤다. 일본40권, 미국12권, 프랑스20권, 이스라엘 유대인 60권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독서량이다.
더 자주 책을 읽기로 결심을 했다, 절실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어설프지만 읽고 소감을 써서 바탕화면 폴더 하나에 차곡차곡 담았다. 그러던 중 독서와 글쓰기 강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홍보글은 '어디라도 발을 담궈보랴' 하는 욕심에 마음이 가는 곳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금액이 천차만별인'... '나에게는 턱없는 고액과외'라는 부정적 인상을 받고는 큰 실망을 하게 되었다. 그 글쓰기 코치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리고는 조급함과 욕심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도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구나 라고 느꼈다. 장르도 다양했다. 글쓰기에 새롭게 눈을 뜬 나에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보석들을 발견하는 중이다.
요즘에는 나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주고 싶은 글들을 적어 가는 중이다.
이제 나보다 키가 커버렸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시간의 '완즈'가 세상을 떠받쳐 가고 있음을 바라보는 중이다.
각자의 동선속에 분주함이 흐르고 낮동안의 가을 하늘에 꿈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오늘 또 글을 써내려가며 '글 자립'을 위한... 글 자립을 해 나갈 수 있을 때가 곧 오리라는 마음으로 단단해지는 나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