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깊은 지리산 산속,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도량이 보인다. 양쪽에 요사채를 거느린 임법당(가운데 법당/양쪽에 방)이 어둠 속에 보인다.
임해시 게임 바카라의 한쪽 방.
“띠띠, 띠띠, 띠띠, 띠띠, 띠띠, 띠띠,........”
오른쪽 머리맡에 둔 손목시계의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후다닥 일어나 시계를 보니 해시 게임 바카라 3시 20분이다. 알람을 끄고, 어둠 속에서 익숙한 듯 나무 촛대와 라이터를 찾아 양초에 불을 붙인다. 재빨리 행전을 양쪽 다리에 차고, 이불을 개서 방 한쪽에 차례로 포개 놓는다.(*행전: 바짓가랑이를 좁혀 보행과 행동을 간편하게 하기 위하여 정강이에 감아 무릎 아래에 매는 물건. 일종의 각반) 곱게 벗어놓은 승복 상의와 겨울 파카를 입고, 랜턴을 찾아 손에 들고, 다른 사람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방을 나선다. 방문을 열고 한 호흡을 하면, 해시 게임 바카라의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폐에 가득 찬다.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검정색 고무 털신 중에 나의 표식이 있는 털신을 찾아 신고 제일 먼저 정낭(화장실) 뒤로 간다. 여기는 경사가 급해서 소변을 보기 좋은 장소이다. 그렇게 랜턴을 왼쪽 허리에 끼고 볼일을 본다. 그새 차가워진 랜턴의 손잡이를 왼손에 쥐고 개울로 향한다. 얼어있는 개울에 다다르면 큰 돌 아래 내리는 눈을 피할 만한 공간에 놓인, 짧게 자른 자루의 도끼를 주워 들고 밤새 얼어붙은 개울의 얼음을 깬다. 그리고 얼음을 플라스틱 바가지로 떠내면, 아래에 개울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개울물이 고이도록 놔둔 채, 조금 위쪽에 천수를 뜨는 장소로 향한다. 짧은 도끼로 이곳의 얼음도 깬다. 이곳 역시 넓은 플라스틱 바가지로 얼음을 걷어내고, 다시 아래로 가서 제일 깨끗해 보이는 칫솔을 들어 양치를 한다. 입을 대충 헹구고 임법당 반대편 방을 통해 법당으로 들어간다.
법당문을 열고 들어가 합장 반 배를 하고, 랜턴 불빛이 천정을 향하도록 바닥에 놓고 법당의 불단에 다가가 성냥을 찾아 양초 앞에 놓고 반배를 하고, 오른쪽 왼쪽 순으로 초를 켠다. 다시 반배하고, 왼쪽 하단(2단 중 아랫단)에 있는 천수주전자에 반배를 하고 주전자를 들고 뒷걸음으로 법당을 빠져나와 개울로 향한다. 나무에 걸어놓은 천수 전용 나무바가지를 들고 천수를 뜨는 곳으로 향한다. 역시 반배를 하고 천수를 뜬다. 혹시라도 흙알갱이가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랜턴을 일일이 비춰가며 천수를 뜬다. 그렇게 천수가 어느 정도 차면, 다시 법당을 향한다. 법당에 들어가 왼쪽 하단에 천수주전자를 놓고, 향통에서 향을 하나 꺼낸다. 두 손으로 쥔 향을 오른쪽 촛불에 갖다 대어 불을 붙인 후, 이마에 고두레를 하고 향로에 향을 꽂는다. 다시 천수주전자를 들고 놋으로 된 천수잔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수를 붙는다. 그리고, 옆방에 있던 좌복을 가져와 사람 수대로 바닥에 가지런히 깐다. 이제 해시 게임 바카라 준비는 다 끝났다.
이즈음이면 방에서 자고 있던 다른 스님들이 일어나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부처님을 향해 삼 배를 하고 구석에 있는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잠시 앉아 있으면 스님들이 장삼과 가사를 입고 한 명씩 법당으로 들어온다. 작은 절이라 대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열 명 남짓 되는 스님들과 처사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3시 55분이 되면, 법당을 빠져나와 법당 옆 아궁이 위에 걸려있는 도량석 목탁을 가지고 법당 앞에 선다. 맨손에 쥔 나무 목탁이 차갑게 느껴져서 손가락을 에이지만,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겨울의 도량은 어둠의 신성함이 감싸게 된다.
손목에서 4시를 알리는 비프음이 울리면, 천천히 내림 목탁을 하며 해시 게임 바카라의 신성함을 부처님께 바친다. 그렇게 치열한 하루가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