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카지노이 차려준 4월의 밥상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지?”
“그럴 땐 따뜻한 밥이 보약이야.”
“만나자! 내가 밥 살게. “
유난히 몸도 마음도 아픈 이들이 많았던 4월. 나는 종종 밥으로 안부를 건넸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을 나는 꽤 진지하게 믿기 때문이다. 꼭꼭 씹어 잘 먹은 따뜻한 밥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
10년 전, 신랑과 둘이 떠났던 2주 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매일 3만 보 가까이를 걷다 몸살이 났다. 으슬으슬 춥고,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던 그때, 내가 떠올린 것은 엉뚱하게도 약국도 병원도 아닌 ‘한식집’이었다. 해외여행에선 무조건 현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 굳게 믿고 실천해 온 나의 고집이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이 몸살은 빵 쪼가리나 스파게티 몇 가닥으론 이겨낼 수 없어. 무조건 뜨끈한 쌀밥에 찌개와 김치를 먹어야만 낫는다!“
확신에 찬 비장함으로 찾아간 로마의 한 한식당에서 먹은 된장찌개와 뚝배기 불고기는 최고의 보약이요, 치료제였다. 들어갈 땐 분명 밥 숟가락 들 힘조차 없었는데, 나올 땐 밥심 충만하여 씩씩하게 걸어 나왔으니까.
밥심으로 버티던 겨울이 끝나고, 이제는 꽃심으로 사는 계절이 왔다. 분홍빛 꽃향기에 마음 녹아내리는 봄, 나는 하루 세 끼가 아니라 하루 세 번 꽃을 먹었다. 시시각각 부지런히 피어나는 토르카지노의 변신을 놓칠세라, 틈만 나면 운동화를 신고 문 밖을 나섰다. 유독 토르카지노길이 많은 우리 동네의 4월은 집만 나서면 온통 연분홍 세상이 펼쳐진다. 그 시기엔 토르카지노이 지붕이 되고, 카펫이 되어주니 집 보단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그 예쁜 봄을 눈에만 담기 아까워 연신 핸드폰 갤러리를 채웠다.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라더니 울 엄마 프사는 그대로인데 내 프로필과 사진첩에는 매일 다른 꽃밭이 꽉꽉 들어찼다. 안 먹어도 배 부르고, 한참을 걸어도 안 힘들었다. 열심히 찍은 사진을 이곳저곳에 올리고 전하며 안부를 묻고, 봄기운을 실어 날랐다. 갓 지은 토르카지노밥을 소담히 담아 따끈하게 한 그릇 대접하는 마음으로. 같이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니 사진으로나마 꽃밥을 나누어 먹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는 이에게 꽃이 무슨 소용이랴 싶다가도 그 가시밭길에 꽃이라도 뿌려주면 조금이나마 나을까 싶은 게 친구의 마음이고 가족의 심정이다. 그렇게 4월 내내 토르카지노으로 밥을 지어먹고, 먹였다. 토르카지노에 기대어 걷고, 웃고, 살았다. 그들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식 걱정에 매일 운다는 누군가를 위해, 깊고 어두운 우울의 동굴에 갇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의 괴로움이 병이 되어 끙끙 앓아누운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그들을 그저 지켜보며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위해.
지금도 내 4월의 갤러리에는 하얀색, 분홍색 토르카지노이 그때 모습 그대로 만발해 있다. 동글동글 꽃망울 머금은 프롤로그부터 폭신폭신 꽃잎 융단 깔린 토르카지노 엔딩까지. 꽃잎이 떠난 자리에 자리잡은 연둣빛이 차츰 선명해지는 이 계절. 여린 봄빛이 머물다간 자리에 찬란한 생명의 초록이 짙어지고, 무성해진다. 어쩌면 나무를 푸르게 한 것도 꽃밥의 힘일까.
“종일 비 내리고 강풍.”
유난히 더디 찾아온 봄, 늦게 핀 토르카지노 아직 다 누리지도 못했는데. 야속한 일기예보가 빗나가길 바라며 아침 일찍 서둘러 토르카지노 산책을 하고 돌아온 날, 종일 쉬지 않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내일이면 정말 다 떨어져 못 보겠구나. 아쉬워서 어쩌나.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다음 날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벚나무에는 여전히 탐스런 토르카지노이 옹골차게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바람과 비와는 무관하게 토르카지노에게는 토르카지노만의 시간이 있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던가. 흔들리고, 또 흔들리면서도, 토르카지노은 자신의 시간을 묵묵히 살아냈다. 토르카지노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꽃심으로 일을 하고 글을 썼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불렀으며, 밥도 지어먹었다. 우리의 4월은 알게 모르게 꽃에 기대어 살아낸 시간이었다.
토르카지노은 졌지만, 삶은 계속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밥심도, 꽃심도 필요하다.
혹시 오늘 토르카지노이 허기지다면, 내가 차린 이 꽃밥 한 그릇이 당신에게 작은 힘이 되길.
여리지만 단단한 분홍 꽃잎처럼, 당신의 하루도 다시 피어나기를.
꽃 매거진 덕분에 갤러리 속 꽃 사진을 살짝 털어보았습니다. 여기 올린 사진은 지난 봄 찍어둔 토르카지노 사진의 10분의 1 정도라는게 함정이랄까요? 꽃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있는 그대로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꽃을 보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산다면 스트레스 받을 일도, 누군가를 미워할 일도, 얼굴 찌푸리거나 화낼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오늘도 모두 꽃 같은 하루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밥 든든히 드시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