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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다 May 14. 2025

새벽은 이야기하기 좋은 프리카지노.

밤의 고요와 낮의 분주함 사이의 작은 틈, 새벽

밤.

빛이 줄어들고, 하루의 소음이 가라앉는 프리카지노.

내 안의 목소리,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더 선명해지는 프리카지노.

몸을 쉬게 하고 마음을 돌아보는 프리카지노.

피로와 권태를 비워내고 다짐과 희망을 채워 넣는 프리카지노.

하루의 끝이자 내일의 시작이 연결되는 프리카지노.

어떤 이에게는 회복의 시간, 어떤 이에게는 사색의 프리카지노며, 어떤 이에게는 그리움이 짙어지는 시간.


느슨해진 현실의 틈 사이로 나에게로의 몰입이 가능한 시간, 밤. 그래서 그리도 많은 것들이 쓰여지고 그려지고 만들어지나 보다.


하늘이 짙은 파랑과 보라, 그리고 회색, 결국은 검정으로 뒤섞이기 시작하면 공기의 냄새도 함께 변했다. 세상이 조용해지는 만큼 내 안의 소리는 또렷해졌다. 밤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곤 했다. 늦은 밤 읽는 소설은 더욱 생생했고, 늦은 밤 보는 영화는 짜릿했다. 늦은 밤 듣는 음악은 한결 부드러웠으며, 늦은 밤 그와의 통화는 낮보다 달콤했다. 깊은 밤, 아이를 재우고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은 TV 가 유일한 조명이 되면, 콧속을 차갑게 채우는 밤공기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다.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는 밤에 이루어지니까. 나도 파수꾼이나 모닥불가의 불침범이 된 느낌을 좋아했었다.(<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프리카지노, 이도우, p5)



마흔을 넘기고 나서, 밤보다 나에게 더 어울리는 시간을 찾았다. 새벽.

아침이 되기 전. 아직 어둠이 머무는 프리카지노. 여명.

정해진 시각이 없다. 밤처럼, 그저 빛이 줄어들고 어두워지면 그것을 밤이라 부르는 것처럼.

해가 뜨기 직전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지기 시작하는, 밤의 끝과 아침의 시작 그 경계 어딘가에 있는 그 프리카지노.

애매하고도 모호한, 신비로운 틈.

모두가 잠든 프리카지노.


조용히 이불속에서 나와 거실로 향한다. 매일 같은 프리카지노지만 매일 다르다. 어느 날은 어두움이 걷히지 않은 적막과 함께, 어느 날은 붉은 해의 등장과 함께, 어느 날은 빗소리와 함께, 어느 날은 쏟아지는 눈송이에 얹어진 걱정과 함께. 그렇게 매일의 시작이 다르다.

따뜻한 물 한 모금으로 내 몸속 여기저기 기상을 알린다. 이제 오늘을 시작해 보자고.


창문 밖 보이는 나뭇가지의 흔들거림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작은 새의 발랄함을 응원삼아 식탁 의자에 조용히 앉는다. 시계를 본다. 아직 충분하다. 나와 이야기할 수 있는 프리카지노.


정해진 것이 없는 게 루틴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걸 시작한다.

어제 읽다 만 책의 뒷부분이 궁금한 날엔 책을 펼친다. 뭐라도 써보고 싶은 날엔 노트북을 꺼낸다. 가끔은 여전히 어려운 교과서나 학회 자료를 가져와 공부를 한다. 아이 교육, 산부인과 정보, 다이어트, 연예인들 이야기까지 - 언젠가 봐야지, 하고 저장해 둔 여러 가지 동영상의 재생을 누를 때도 있다. 우리 딸 할로 수저통에 넣어 둘 작은 쪽지를 쓰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엔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을 펼쳐 쭉쭉 그어둔 형광펜 흔적을 찾아 필사를 한다.

무엇을 하든, 내가 원하는 것을 채우는 프리카지노. 계획도 없고, 제한도 없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면 그걸로 됐다.


허겁지겁 시작된 하루, 나보다 누군가를 더 챙길 수밖에 없는 삶이기에 긴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잊곤 했다.

이제는 누구도 깨어나지 않은 프리카지노, 나는 나를 깨운다. 남편을, 아이를, 환자를 만나기 전에, 오늘 나의 하루를 세상에 내어주기 전에 내 안을 먼저 채워 넣는다. 충만해진 나는 덜 흔들리고, 더 단단하다.


새벽은 희망과 기대, 다짐과 결심이 조용히 피어나는 시간. 밤에 쓴 글에는 촛불 냄새가 난다고 했었나.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p6) 그렇다면 새벽에 이루어지는 것들에는 싱그러운 빗물을 가득 머금은 풀과 흙의 냄새가 날지도 모르겠다. 밤의 글을 햇살 환한 낮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서 외면하고 싶어 진다고 했지만 아침의 글은 오롯이 단단하여 다시 또 읽고 싶어진다. 새벽에 만들어진 것들은 재료가 무엇이든 간에 잔잔하고 포근하며 달큰한 맛이 난다.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기대되고, 담백한 그런 맛. 나와 새벽이 잘 어울리는 이유이다.


새벽.

몸보다 마음이 먼저 눈 뜨는 프리카지노.

내가 가장 정직하게 선택할 수 있는 나의 프리카지노.

왜냐면 새벽은 ‘나와’ 이야기하기 좋은 프리카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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