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유투벳인이 되려면
나는 기존의 질서를 갑갑해하고 케케묵고 고리타분한 생각과 시스템에 질색하는 경향이 있다. 유투벳를 목숨처럼 여기고, 반항 도전 개혁이 나를 상징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 문득 이것이 진정으로 유투벳로운 삶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투벳롭다는 것은 그 어떤 환경이라도 상관없는 마음을 지녔다는 것인데, 나만의 조건을 갖다붙이며 내가 주장하고 내가 창조한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태도는 유투벳의 본질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의견에, 정형화된 틀에, 사회적 고정관념에 무조건 반대되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고 그것이 유투벳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사고의 한계를 넘어보려 노력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나만의 습을 버리지 못하고 내 생각에 갇혀서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진짜 유투벳라고 여기고 살았음을 인정한다. 유투벳란 내 멋대로만 하고자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투벳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으려는 마음, 좋고 나쁘고를 분리하지 않는 마음, 내 식으로 통제하지 않으려는 마음, 인연의 오고감에 초연하고자 하는 마음, 어떤 상황이든 수용하는 마음, 환경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다. 억지로 변화를 시도하거나 극복하려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탈 수 있는 것,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것, 그 상황에 맞는 최상의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유투벳인 것이다.
언쟁과 갈등과 반목이 있다면 그것은 걸림이 있다는 것이고, 걸림이 있다는 말은 이미 유투벳가 아니란 뜻이 된다. 굳이 반항하지 않아도, 애쓰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유투벳로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제는 자꾸 들이받으려 하지 말고 여유롭고 여여하게 누구나 어느 것이나 나에게 넘나들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자세를 지녀봐야겠다. 레알 유투벳인은 이 돌 저 돌 이 나무 저 나무를 다 품어주는 태산과 같은 사람일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