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일기-14회차(마지막)
마지막 시간에는 써머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지난 시간의 숙제였던 '수용하고 인정하기'에 관한 짜투리 메모들을 보여드렸는데, 알코올 의존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나 자신과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았다.
<술
전에도얘기했지만, 선생님은 한 번도 내가 술 마시는 것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셨다. 뿐만 아니라괜찮다고까지 하셨다. 내가 쓴 메모들을 굳이 낯낯이 까발리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술을 마셔서 싫고, 싫어서 술을 마시고…… 라는전형적인 패턴 속에서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또 소닉카지노, 그런 나를 다시 포박소닉카지노, 그리고 또…….
한편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장르를 불문소닉카지노 결국 '자기 수용'의 문제로 환원된다는 생각이 든다. 메모를 다 읽은 선생님은 충격적이게도, '내가 나를 수용해 줄 생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나는 나에게 너무나 인색소닉카지노, 내가 거의 신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나는 이미 내가 되길 바라는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며, 내가 꿈꾸는 읽고 쓰는 사람이며, 자기 자신을 지키고 살리는 사람임에도 불구소닉카지노,실제로는타인에게만 너그러울 줄 알고 자기 자신에게는 경멸과 공격 일색이었다. (그런 내가 최악의 상황에서 나를 죽이고 싶었던 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나는 허튼 낭비 없이 완벽한 하루를 보낸 날에조차 그날 읽으려고 배정한 한 권의 책이 더 남아 있어서, 그날 쓰려고 했던 일기장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해서 불만스러운 상태로 잠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정말로 내가 신이 되길 바라는가. 나는 거의 내가 인간인 것 자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환장할 노릇이다. 어쩌다 이렇게 해괴한 인간이 탄생했단 말인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뿐이다.
-라는 이 메모는 틀렸다, 자기 수용이란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렇다고주 7일 매일매일 술을 마시는 건 아니었다. 술을 마시고 물건을 부수거나 타인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다음날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는 것도 아니다. 늘혼자 마시다혼자 지쳐 잠든다. 심각하게 우려되는수준까지는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고 있었다. 때로는 술을 대신해서 꽃차를 마시기도 소닉카지노, 나름의 기준으로 시간을 정해서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술과 책은 단단히 짝이 지어져 있어서과감하게 그 둘을 같이 포기해보기도소닉카지노, 때론는자취방의 편안함을 포기소닉카지노 독서장소를 바꿔보기도 한다. 여타의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피로와 질병, 스케줄 관리 때문에 자기가 먼저 경각심을 느끼고, 비록 거의 실패하지만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나'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어떻게 노력하는 나는 한 번도 봐주지 않느냐고, 어떻게 무조건 나쁘고 헤프다고만 말할 수 있냐고,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냐고, 당신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을 셈이냐고,
선생님은말하고 싶으신 것 같았다. 아니, 한 번도 수용된 적 없던내 안의 외침이었을 것이다.진정한 자기 수용이란조금 지나치더라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오랜 세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건과 환경 속에서나는 기특하게 잘 살아내지 않았냐고,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냐고,비록 때때로 술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야만 버틸 수 있었던 시간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길었나 보구나, 소닉카지노 나를 이해해 줄 수는없었을까.조금씩 노력소닉카지노 가끔씩 성공하면서,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다고.
술은 단순한 중독이 아니었을 것이다. 술은 살아오는 동안 내가 삶의 곤란에 처할때마다 나와 함께해 준 유일한 친구이자 위로였다. 상황에 따라 멀리하고자 애쓰기도 하지만, 그것이 단박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과거의 문제들이 제대로 정리되거나 재해석되지도 않았는데 무조건적으로 과거를 잘라내 버리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그때, 돌봐줄 여건이 되지 않아서 내쫓아 버린 나라는 과거, 나의 동생, 나의 아이가 어느 구석에서 홀로울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건 아닐까…….
술을 끊기 위기 위한 마지막 관건은 '아직도 술을 못 끊었냐'는 벼락 같은 자기 통제가 아니라, 내가술을 찾고 원한다는 것을 비난 없이 받아들이는 것, 과하지 않은 선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 하루가 끝난 뒤 즐거운 마음소닉카지노 술 한 잔소닉카지노도 좋다는 것을'진심소닉카지노 허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될 것이다. 다시 말해,나를 통제하기 위해서가장 먼저 해야 하는일은통제하는 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혹시 알까, 잔뜩 취해 있는 건 오히려 나를 통제하려는 지금의 내가 아닌지.
p.s.1) 이렇게 술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나를 한가득 발견하게 된다.
p.s.2) 이렇게 썼지만 나는 고질적인 자가면역질환과다양한염증 문제를 앓고 있다.
p.s.3) 한편 이건 아주 쉬운(!) 문제일지도모른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완성된 아로마 향기를 맡으며 '자유롭게' 술에 취하는 것은 나의 전공 아닌가!
<인간관계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 있어서 사회에서큰 어려움 없이 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미숙소닉카지노 유아적인모습을 보인다.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빈번한 문제들이 대부분 거기에서 비롯되듯이. 휘갈겨 쓴 메모들 속에서 다시 한 주 더, 인간관계 때문에 흔들리는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 잘해주던 사람이 나에게 냉랭해질 때, 나는 하루종일 무엇을 해도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상대의 감정이 한 번 출렁이면, 나에게는 두 배 세 배의 파고로 몰려온다. 결국 그 사람이 다시 편안해지고 나서야 나도 편안해질 수 있었다. 아마 그 사람이 편안해지지 않았다면 나의 불안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편안해졌다고 해서 자기 수용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을 따라서 예민해졌던 것도, 그 사람을 따라서 편안해졌던 것도, 똑같은 수준의 휩쓸림 속에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이런 경우는 '아주 가까운'관계에 있는 사람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어릴 적의 트라우마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사실 14회의 상담을 하는 동안 전체적으로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옛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선생님은 내가 어린 시절/가족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와 가까운 사람이 예민하거나 위태로운 모습을 보일 때전혀 통제되지 않는 나의 자동적인 반응에 대해서, 그러니까 이렇게 과도하게불안해소닉카지노 두려워소닉카지노 자기희생적인나는…… 내가 줄곧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고백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었던것이다.기억 속에서 실종되었다고 믿은 아이는 매일매일 여기서 나와 함께 출근하고 퇴근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내 기억 속이 아니라, 내 몸 속에서…….
나는 오래전 원가족으로부터, 심지어 나 자신으로부터 출가했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집을 나올 때챙기지 못한 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출가가 아니라 피신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남아있는 그 아이를 쫓아낸 건, 다름 아닌 '나'라는 어른이었다.(실제로 내엄마는 중요한 몇 가지만 챙겨서남편의 폭력소닉카지노부터 탈출하곤 했었다.) 오래된 과거 같은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룻밤알코올처럼 휘발되어 버렸다고, 지금 나는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고 바쁘다고. 끝이 보이지 않아서 미칠 것 같다고! 그러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영영 저버리지는 못해서, 그토록 하루종일 불안에 휩싸였던 걸까.
이러한 일련의 깨달음을 통해 내가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연민이다.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하다.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다. 괜찮아, 불안해하지 마, 내가 여기 있어, 당장 급하게 떠오르는말들, 그것은 아이가 엄마에게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아이가 그 말들을 간절히 필요로 했던 순간에 나는 내가, 오직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응급한 도움의요청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세상이, 남겨진 아이에게는 얼마나 잔인했을까. 따지고 보면 그 아이에게 느끼는 마지막 감정 역시, 연민이다.
돌이켜 보면 내 곁에 가까이 있었던 많은 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했다. 병적으로 다혈질이거나, 대화를 단절해 버리거나, 자살 시도를 하거나. 감정의 기복이 큰 사람들 사이에서 나 역시 증폭되어 온 불안정한 마음이 있었음을, 나는 나를 수용해주기는 커녕 알아차리지조차못했을 것이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나는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느낀다. 안정적인 사람이든 불안정적인 사람이든, 그가 나를 자기 기분에 따라서 밀어내든 끌어당기든, 때로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스쳐 지나간 사람처럼 대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그렇게 흔들리는 건 당연한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또한 내가회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에게 곁을 내주고, 미숙소닉카지노 유아적인 나를 나도 모르게 보여줄 만큼 가깝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의 문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산다고만 생각했던 내가 그토록 쉽게 다시, 사람을 좋아하고 의지했다는 것. 어이없게도 또 그랬다는 것, 그게 나의 순수한 천성이고 천품이라는 것도.
자기 수용이란과거를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와 연결되는 일인 것 같다. 흔히 쓰는 '내려놓는다'는 표현 때문에 나는 무언가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끊어내려고 애쓰는마음을 진심으로 포기하고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그날, 의심 없이, 비난 없이, 진정한 하심(下心)으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선생님은 최종적으로 내가 좀 더 상담을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휘갈겨 쓴 메모들을 보여드린 건 처음이었는데, 그것도 마지막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조심스럽게 꺼내 보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일상 속의 메모들을메모를 카톡으로 보내도 된다고까지 하셨는데 말이다.여건이 된다면 나도 상담을 지속하고 싶어졌다. 일상 속의 사소한 문제부터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안전한 가이드이자 친절한 어른과 함께 육성소닉카지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상담 일기는 여기까지 마무리하려 한다. 전혀 마무리답지 못한 마무리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회가 닿아 다시 상담을 재개할 수 있다면 아마도 나는 다시 일기를 쓰게 될 것이다.
<epilogue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요즘은 피곤해서 책도 많이 못 읽었어요, 대신 오래 쓰던 카메라가 고장 나서 카메라를 구경하러 돌아다니기도 소닉카지노, 이런저런 카메라를 빌려서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보내기도했어요."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취미들이 참 고상해요!"
"푸하하, 고상이라니요!"(저는 지지리궁상의 이 구역 대장인뎁쇼?)
"혼자 술을 마신다든지, 혼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간다든지, 어떻게 보면 남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 떨기를 더 좋아하잖아요."
"어라,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꽤나 남성적으로도 보인다는 선생님의 말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생각보다 여성스럽다는 말도 듣고, 생각보다 남성스럽다는 말도 듣는 사람이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나는, 그런 내가 싫기도 소닉카지노, 그런 내가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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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