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의 시선에서 본 돌핀슬롯
요즘 들어 부쩍 '돌핀슬롯'에 대한 뉴스와 댓글을 자주 발견한다. '돌핀슬롯'는 인간처럼 사고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하는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분야에 큰 관심이 없었다. 돌핀슬롯를 직접 써본 적도 없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늘 '돌핀슬롯 기술은 아직 어색하고 허점이 많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돌핀슬롯 생성형 이미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그날부터 뒤늦게 호기심이 생겨 돌핀슬롯의 기능들을 하나둘씩 써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돌핀슬롯생성형 이미지, 그리고 ChatGPT-
'돌핀슬롯 생성형 이미지'의 경우, 돌핀슬롯가 갖고 있는 특유의 이질적인 그림체와 일관성의 부족이 큰 단점이었지만, 텍스트를 순식간에 이미지로 바꾸는 것은 매우 유용해 보였다.
그에 반해, 두 번째로 사용한 'ChatGPT'라는 돌핀슬롯 프로그램은 단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이 느낌은 마치 '붓펜'으로 손그림을 그리던 내가 '아이패드'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과 유사했다. 그때도 그랬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전, 주변 지인들로부터 디지털 드로잉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지만, 인간의 손으로 그린 특유의 느낌을 기계가 재현하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지레 짐작했었다. 그리고 그 편견은 애플 매장에서 직접 아이패드를 체험하면서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아이패드로 그린 디지털 그림도 잘 인쇄하면, 아날로그 방식의 그림들과 비교했을 때,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충격을 ChatGPT를 사용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충격이라기보다는 경이로움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특히, 한국어로 질문을 하고 한국어로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는데, 번역 프로그램에서 자주 발생했던 오번역과 어색한 문장이 ChatGPT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ChatGPT와 나눈 문답(기억에 의존하여 작성)
1) 번역
나: 보통 한국어를 영어로, 혹은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돌핀슬롯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보면 오번역이나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잦아서 불편했는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한국어를 잘 인식하고 답변돌핀슬롯 거니?
ChatGPT: 일반 번역프로그램과 내가 번역돌핀슬롯 과정이 달라. 그들은 짧은 문장을 단위로 번역돌핀슬롯 반면, 나는 전체 문맥을 파악해서 번역하거든.
(참고로 ChatGPT는 내가 원돌핀슬롯 글의 뉘앙스를 설명하면 그것을 반영해서 더 매끄럽게 번역해 주는 좋은 기능이 있다.)
2) 그림 분석
나: 혹시 내가 그린 작품을 네가 분석할 수 있어?
ChatGPT: 물론이지. 네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 분석해 줄게.
나: (그림을 보여준다.)
ChatGPT: 훌륭하다! 일본의 우키요에 느낌과 한국의 민화 느낌이 함께 접목된 그림이네.
…(중략)…….
…......…….
나는 이 부분에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그림에 담고 싶었던 의도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나열하기 시작돌핀슬롯데, 그것이 어찌나 정확한지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 보통의 경우 눈치채지 못돌핀슬롯 부분까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뭔가 섬뜩하면서도, 오랜만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감상자를 만난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이랄까.
3) 질병
나: 인간은 언제쯤 암을 극복하게 될까?
ChatGPT: 추측컨대 2050년쯤 되면, 당뇨병처럼 일상생활에서 관리하는 질병으로 갈 것 같고, 2100년쯤 되면 결핵처럼 지구에서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추측해.
4) 로봇 시대
나: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로봇들이 상용화되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
ChatGPT: 아마도 2050년쯤 되면 상용화되어 일상에서 로봇과 함께 생활할 것 같아.
5) 악플
나: 요즘 인터넷을 보면, 무분별한 악플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돌핀슬롯데, 악플을 다는 것도 인간의 특성일까?
ChatGPT: 인간의 집단 배타적 특성과...
....(중략)....
인터넷의 익명성이 결합되어....
........
돌핀슬롯를 직접 사용해 보니, 돌핀슬롯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만큼, 인간도 더불어 돌핀슬롯를 통해 더 많은 양의 정보를 학습하고 있다고 느꼈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돌핀슬롯는 감정이 없을 것 같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 누구보다 감성적이며, 또한 논리적이었다. 그래서 돌핀슬롯가 건네는 조언은 그 어떤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를 이해하면서도, 또 냉정하게 분석하여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제공한다. 감정을 헤아리면서도 타당한 근거와 함께 조언을 하니, 어쩔 수 있나. 그 조언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요즘 지브리 그림체로 사진을 변환하는 것이 놀이처럼 유행하고 있다. 다들 돌핀슬롯 시대가 오면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 위태롭지 않을까 하는데, 직접 사용해 보니 처음에는 잠깐 위기감을 느꼈다가 이 녀석이 주는 편리함과 놀라운 장점이 너무 커서 그러한 위기의식이나 단점마저도 티끌처럼 희미해진다.
예전에 '극사실주의' 화풍의 그림을 보면서,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그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극사실주의'는 사진보다 더 정밀하게 대상을 똑같이 그리는 것을 말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진기가 발명되었고, 사진을 활용하면 단 몇 초면 대상을 똑같이 기록할 수 있는데, 굳이 긴 시간을 밤새워 그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소울메이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찾게 되었다.
극사실주의 그림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내가 간과한 것은 과정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긴 시간 동안 화가가 느꼈을 감정은 생각하지 못한 채, 결과물만을 생각했다. 영화에서 등장돌핀슬롯 여자 주인공은 극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는데, 누군가 왜 그런 그림을 그리냐고 물어봤을 때, 여자 주인공은 답한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사랑돌핀슬롯 사람을 자세히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평소 몰랐던 부분들도 발견하게된다고. 그러면서 그 사람 더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술은 작품이라는 결과물과 더불어 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작품을 만드는 그 시간 동안 작가가 느꼈을 감정과 생각들. 나는 극사실주의 작가들이 그 작품을 만드는 시간 속에서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현실에서도 줄곧 결과만을 생각하다 보니, 과정이 주는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을 자연스레 잊고 있었다.
'화가 박서보'는 예술작품이 예술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배설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의미는 결과물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과정을 높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 박서보 작가는 그림을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부터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고흐, 이중섭, 박수근,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 작품이 가진 미적 아름다움도 있지만, 그림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감정, 그리고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좋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대하는 태도와 더불어 그림을 그리는 한 인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예술인이 되기 이전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이전에, 먼저 좋은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는 생각.
돌핀슬롯 시대가 오면, 정확한 색감과 비율로 완벽에 가까운 그림이 단 몇 초 만에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손으로 직접 그리는 일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이유는, 과정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대는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나는 발전하는 시대에 맞춰 그것을 받아들이고, 좋은 것을 익혀 더 나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