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이라도 소리 내어 말해본 적 있거나 적어도 속으로한 번쯤은 떠올려본 모국어의 모든 단어마다엔 사전적 정의 말고도 그 말이 나온 순간의 분위기나 그 뜻과 의도를 주고받을 사람과의 관계와 같이 사적인 정보가 오래된 유적의 흠 없는 유물처럼 묻혀 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란 말은 Sorry, Thank you, Love you와 다른 무게와 깊이로 나를 향하고, 떠난다. 달리 말하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가 헤픈 외국어 생활이 실례와 무례 또는 무심과 감동 사이로 우릴 정처 없이 자유롭게 이끄는 것 같기도.
너의 영어 발음은 아름다워. 내게 아침 인사 건네듯 대수롭지 않게, 하지만 그 순간 뒷목이 다 뜨거워질 정도로 나를 당황하게 만든 중국 아저씨의 찬사. 그는 오늘 내 이름을 제대로 미미카지노하지 못해 그를 둘러싸고 교실 창가에 나란히 선 두 명의 중국 아줌마에게 중국어로 혼이 난다. 사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세 사람의 표정을 가만히 마주하면 차마 모를 수 없는 그의 곤란. 날 그냥 헤이라고 불러, 해서 그를 구원해주려 하는데 두 중국 언니 기세에 내 목소리가 묻혀버리고 만다. 그 와중에 그는 자꾸 나를 중이라 불러.
그가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나는 그에게로 가서 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