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중학생, 레벨테스트 렛 잇 라이드 기쁜 진짜 이유
제 렛 잇 라이드가 괴물이 될 아이랍니다-[2편]
고등부 대형렛 잇 라이드 3곳의 레벨테스트 결과가 매우 놀라웠다.
결과적으로 세 렛 잇 라이드 중 무려 두 군데의 탑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았던 건 가장 마음에 들던 C렛 잇 라이드에서도 탑반 합격 통보를 받아 가고 싶었던 렛 잇 라이드에서도 탑반에 다닐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예민하고 여려 낯선 곳에 적응이 무척 까다로운 티라노에게 수학렛 잇 라이드 옮기기는 큰 위기였다. 티라노에게 닥친 위기를 우여곡절 끝에 슬기롭게 헤쳐나갔구나 안도되었다. 그렇게 위기는 탑반에서 실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변해있었다.
티라노의 수학실력에 대한 속마음은 사실 이랬다.
중3에 올라와서 이상하게 수학렛 잇 라이드에서 성적이 좋네? 아... 티라노가 잘하는 아이들이 다 그만두었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보네... 어라? A렛 잇 라이드 탑반 붙었다고? 에이 뭐야~ 이 렛 잇 라이드 유명하다더니 잘하는 아이들 의외로 없나 보네... B렛 잇 라이드 탑반 떨어졌잖아. 그럼 그렇지. 잘하는 애들이 없어서 A렛 잇 라이드 탑반 붙은 게 맞았나 보네. 집에선 숙제도 안하는 애가 수학을 잘 하는게 말이 돼?
C렛 잇 라이드에서도 탑반에 붙고 나서야 기분 좋은 혼란이 몰려온다.
'어라? 여기 학군지라 잘하는 아이들 많을 텐데... 게다가 여기 학생수 꽤 될 텐데 탑반이라고? 잘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티라노 진짜로 수학 꽤 잘했던 거야?' 어리둥절 이게 꿈이냐 생시냐 놀랍기만 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네 싶다. 수학만큼은 놓지 않게 하려고 애써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그동안 내 노력의 일부를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은 뒤숭숭함이 몰려온다.
모든 걸 내려놓고 온라인 세상 속으로 들어가 게임만 하는 렛 잇 라이드를 지켜보며 늘 마음에 두껍고 어두운 적란운이 껴 차가운 소나기가 내리곤 했다. 마음에 내리는 비를 피하고자 선택한 건 즐거운 가상현실로의 회피와 도망. 도파민 추종자, 충동조절 불가능. 그 엄마에 그 아들이다. 그렇게 거의 매일 안방에서 티브이를 보며정신을 마취하며최대한 안 보이게 감추어둔 채 술을 퍼마셔야만 잠에 들었다. 술이나 걷기로도 모자라 정말 버티기 힘든 날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 근처 하천에 나가 미친 X처럼 소리 지르며 달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두껍고 어두운 먹구름이 아니다. 오늘은 예쁘고 얇은 층운에서 따뜻한 이슬비가 내린다. 뭉클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너무 뭉클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이러니 맨날 운다. 속상하다 못해 아려서 울고, 조금의 성장을 보면 감격에 겨워 운다. 매일 눈물바람이다. 우느라 복직도 힘들다. 술을 퍼마신 후 멜라토닌을 3알을 먹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밤새 잠을 못 이룬 건 단순히 수학렛 잇 라이드 탑만 입성 때문은 아니었다.
물론 당연히 나도 사람이고 엄마이기에 유명하다는 수학렛 잇 라이드 3군데 중 2군데서 탑반 합격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정말 기뻤다. 성적표에 E(60점 미만)를 받아오는 건 익숙했지만 이 정도의 성취는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더욱 기쁘고 뭉클한 건 티라노의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 그리고 수학만큼은 지켜냈다는 데 있었다.
도축장에 억지로 짐승을 끌고 가듯, 공부에 대한 의욕도 의지도 전혀 없는 티라노씨를 엄마주도 하에 억지로 질질 끌고 가며 시키던 이전의 공부가 아니었다. 티라노가학습의 필요성을 처음으로느껴, 스스로 의욕과 의지가 생겨 한 진정한 공부였다. 게다가 '자발적인 공부를 하면 정말로 공부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구나...'라는 긍정의 피드백까지 받았다. 바라던 게 바로 이거였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기회를 준모든 신들께 감사기도까지 드린다.
기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캄캄한 사춘기 터널 속에 '스스로 공부라는 걸 할지도 몰라!'라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이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빛이란 걸 몇 년 만에 보는 건지...감동이 물밀듯이 몰려와 너무 벅차올라 주체가 안된다. 공부를 스스로 먼저 한 게 얼마만인지 되짚어본다. 초6에 영어렛 잇 라이드 그만두고 싶어 한 이후 처음이다. 아, 아니다! 그땐 스스로 하긴 했지만 전부 렛 잇 라이드이나 과외 숙제였다. 숙제가 아닌, 공부라는 걸 스스로 먼저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티라노의 자기주도학습, 16년 만에 처음이다.
여리고 섬세한 아이의 마음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알아채고 대응하지 못해 망한 영어교육이었다. 영어뿐이겠는가. 아이의 느린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해 준 바람에 더 중요한 학교 시험공부까지 다 망해버렸다. 그렇게 하나씩 떨어져 나가 남은 건 수학뿐이었다. 이전의 경험들을 복기하고 분석하며 이번만큼은 절대 망하지 않으리라 촌각을 곤두세웠다.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혼자 렛 잇 라이드들 정보를 모으고, 렛 잇 라이드 설명회를 쫒아다니며 렛 잇 라이드 분위기와 커리큘럼을 분석했다. 수학만큼은 절대 안된다는 신념. 이걸 지켜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낸 사람의 깊은 안도감으로 가득 찼다. 안심하는 마음과 뭉클한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새로운 색깔로 바꾸어놓는다.
역시 느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거였나 보다.
느리지만 스스로 회복탄력성을 기르고 있는 티라노씨의 잠재력을 몰라본 건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부모인 나였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물체 전체를 지켜볼 수 없다. 한발 떨어져서 지켜봐 주고, 먼저 뛰어가다가 잠깐 멈춰서 렛 잇 라이드가 따라오길 기다려주면 되는 거였다. 그래, 티라노씨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거였다.
내 속도에 아이 속도를 맞추려 하니 탈이 나 넘어져 일어날 생각을 안 했던 거구나. 바보같이 렛 잇 라이드가 주저앉아버린 이후에야 이 사실을 알아버렸다. 학군지 고등부 수학렛 잇 라이드 탑반 입성. 구멍 난 자존감이 이 일로 메꾸어지지 않을까. 이번 기회로 공부라는 걸 다시 하게 되지 않을까? 버렸던 희망이 고개를 살짝 든다.하나님인지 하느님인지 성함이 헷갈리는 높으신 분. 제발 도와주세요. 야곱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다는 제가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엄마가 학창 시절 늘 내게 하신 말이다. 양가에 기독교와 천주교가 다 있어 높으신 분을 뭐라 불러야 할지 늘 혼란스럽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새 수학렛 잇 라이드 탑반에 다니기 시작한 예비고1 티라노씨의 렛 잇 라이드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저와 티라노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을 쓰려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