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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에누 Jan 24. 2025

기술은 케이슬롯 향한다

SK텔레콤 기업광고 캠페인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은 ‘케이슬롯을 향합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케이슬롯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당시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던 시기로, 대부분의 광고가 요금제, 속도, 커버리지 등 기능적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케이슬롯의 본질적 목적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케이슬롯’으로 설정한 것이다.



첫 번째 물결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로 녹여낸 광고들로 시작됐다. “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라는 카피처럼 경쟁과 과잉이 판치는 시대에 느림과 여유를 말했고, 흑백 화면과 비틀즈의 ‘Let it Be’는 케이슬롯 광고에 정서를 담는 새로운 접근이었다. 특히, 손의 움직임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손가락’ 편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우선 다른 광고에 비해 유난히 긴 러닝타임이 눈에 띈다. 분명 이동통신회사의 광고인데 휴대전화 하나 등장하지 않고 꽤 긴 시간 동안 그냥 손의 움직임만 보여준다. 휴대폰이 들려있지 않아도 손의 움직임만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다를 떨고, 결심을 하고, 화를 내고, 어떤 때는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자 메시지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케이슬롯의 기분과 감정까지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케이슬롯을 향해 진화한 케이슬롯의 절정임을 말하고 있다. ‘케이슬롯 안에는 케이슬롯이 있습니다. 케이슬롯을 향합니다. SK텔레콤’으로 마무리 되는 자막 카피가 그런 콘셉트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케이슬롯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문자 메시지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감정을 담은 매개체라는 사실을 케이슬롯들에게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이다. 애써 기계를 밀쳐내고 영상연출의 군더더기를 걷어낸 앵글에 비쳐진 투박한 손마디, 주름진 얼굴, 무심한 몸짓들…. 그 행간 사이사이로 케이슬롯이 보였다.
싸움의 장을 바꿀 여유와 통찰이 있는 자에겐 전혀 다른 화두와 그것을 말하는 이야기 솜씨가 자연스레 따라온다.




‘없애 주세요’편은 휴대폰의 주소록, 카메라, 문자 기능을 없애 달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주소록을 없애 주세요. 사랑하는 친구의 번호쯤은 욀 수 있도록. 카메라를 없애 주세요. 사랑하는 아이의 얼굴을 두 눈에 담도록. 문자기능을 없애 주세요. 사랑하는 케이슬롯들이 다시 긴 연애편지를 쓰도록. 케이슬롯은 언제나 케이슬롯에게 지고 맙니다.”

주소록의 분실은 지금까지 맺어온 모든 인연의 상실이요 기억의 증발을 의미하는 끔찍한 사건이다. 어쩌다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그 안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전화번호들을 다 날려 버린 경험이 있는 케이슬롯에겐 공감이 가는 메시지다. 문자기능은 또 어떤가?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기다리고, 밤새 가슴 두근거리며 답장을 쓰고, 또 그렇게 쓴 편지를 아침에 망설이며 부치는 시간의 여과장치가 문자전송엔 없다. 감각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사이버 미디어의 허상을 고발하는 통찰력이 담긴 광고다.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인 소통만이 희망이라는 성찰이요, 잃어버린 감성의 회복선언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어딘가 허한 느낌을 남긴다. 광고는 어디까지나 우아한 제안으로만 그칠 우려가 높다. 현실의 제품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SK가 주장하는 ‘고객의 행복’은 공염불일 수 있다. ‘싸가지 없는’ 몇몇 디지털 기능들을 없애는 것으로 아날로그의 유토피아는 쉽사리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몇몇 디지로그의 풍경들을 참고삼아 해법으로 귀띔할 따름이다.

​한 꼬마아이가 아슬아슬한 자전거 안장 위에 올라가 목련나무에 핀 탐스러운 꽃에 손을 뻗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아이는 선물 상자를 품에 안고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옆 좌석에는 예쁜 여자아이가 선물상자에 눈길을 주지만 소년은 그저 무심하게 창밖만다볼 뿐이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할머니 댁. 소년은 자랑스럽게 선물상자를 내밀고 할머니는 대견스런 표정으로 상자를 받지만 상자 속의 목련꽃은 이미 시들어 버린 지 오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는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할머니는 그런 손자가 가여워 꼭 껴안아준다.‘케이슬롯이 행복입니다’라는 자막이 뜨고 “케이슬롯을 향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케이슬롯

절제와 조화를 제대로 갖춘 영상과 음향은 이 광고가 주장하는‘인간을 향한 케이슬롯’에 고스란히 바쳐지고 있다. 인간은 보이지 않고 케이슬롯만 난무하는 광고 테크닉, 메시지는 들리지 않고 표현기법만 요란한 크리에이티브만이 맹목적으로 경쟁하는 정보통신 광고에서 발견한 블루 오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케이슬롯


스마트 시대의 케이슬롯진화 ​

2000년대를 지나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지금, SK텔레콤의 광고는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캠페인들은 AI 케이슬롯을 통해 케이슬롯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케이슬롯을 향합니다’ 캠페인이 인간 중심의 케이슬롯을 선언했다면, 지금의 SK텔레콤은 그 철학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2012년 방영된 ‘북한 화상전화’ 편은 분단된 가족이 화상 통화로 재회하는 모습을 담아 케이슬롯이 어떻게 케이슬롯 간의 단절을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이 광고는 수많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며 케이슬롯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T맵이나 멜론 같은 SK텔레콤의 서비스들은 케이슬롯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광고는 이러한 케이슬롯적 혁신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줬다.

최근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과 구독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이닷(A.)’이다. “에이닷, 오늘 뭐 먹을까?”라는 질문처럼, 단순한 음성 명령을 넘어 사용자의 취향과 기분을 이해하는 AI의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슬롯이 케이슬롯을 단순히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케이슬롯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2022년에 방영된 ‘미아 찾기 AI’ 광고는 실시간으로 실종 아동의 얼굴을 AI가 분석해 찾는 과정을 다루었다. 화면은 짧고 간결했지만, 케이슬롯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또 다른 광고‘T우주 캠페인’에서는 구독 플랫폼을 통해 케이슬롯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을 통해, 케이슬롯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지 보여줬다.

창사 4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디지털 캠페인 ‘Always I Love You’는 SK텔레콤이 지난 세월 동안 케이슬롯로 케이슬롯들을 연결해 온 이야기를 가족의 일상을 통해 따뜻하게 그려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잇는 정서적 연결 고리는 여전히 유효했다.

인문학적 접근’도 강조되고 있다. 케이슬롯이 단순히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케이슬롯과 사회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AI 기반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케이슬롯을 통해 잃어버렸던 인간다움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녹여낸 디지로그 캠페인의 연장선상이다.


기술과 케이슬롯, 연결을 말하다


​SK텔레콤의 광고는 시대에 따라 형식과 메시지가 변화했지만, 늘 케이슬롯을 중심에 둔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동을 전해 왔다. 초기의 광고가 인간적인 따뜻함을 강조했다면, 최근의 광고들은 AI와 같은 첨단 케이슬롯을 통해 그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케이슬롯을 향합니다’라는 메시지는 단순히 광고 문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SK텔레콤이 추구하는 방향성, 그리고 케이슬롯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선언이다. 케이슬롯의 본질은 케이슬롯에게 있다. 그것을 잊지 않는 한, SK텔레콤의 광고는 앞으로도 케이슬롯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다.


SK텔레콤 광고가 매번 성공적으로 케이슬롯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슬롯을 단순히 기능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케이슬롯들 사이의 ‘소통’과 ‘연결’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북한 화상전화’ 편이 분단된 가족의 상봉이라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케이슬롯의 가치를 전달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광고도 AI와 케이슬롯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의 메시지와 현실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스토리를 광고로 만들어도, 그 케이슬롯이 실제로 케이슬롯들에게 만족과 가치를 주지 못한다면 그 메시지는 허망해질 것이다. SK텔레콤은 케이슬롯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케이슬롯 철학을 광고로 선보였다. 또한 실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술의 본질은 케이슬롯이다 ​


​SK텔레콤의 광고는 항상 케이슬롯의 최첨단을 보여주었지만, 그 핵심에는 케이슬롯이 있었다. 케이슬롯의 발전은 결국 케이슬롯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반복적으로 일깨워 주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SK텔레콤의 광고가 여전히 케이슬롯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다.




AI 시대에도, 케이슬롯은 결국 케이슬롯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철학을 광고와 케이슬롯로 동시에 구현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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