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강작가 Feb 23. 2025

제5화 떠나다, <비트365벳행 비트365벳

독일어권 200만 독자의 사랑책

스위스 베른에 사는, 중년의 비트365벳.


그는 40년을 한 학교에서 일한 고대 그비트365벳어(헬라어) 교사다. 어느 날 예고 없이 과거의 누군가와 조우한다. 죽은 지 30년이 넘는 포르투갈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사람.


에 대해 알기 위해,

일 주일 후포르투갈비트365벳행 비트365벳를 타게 된다.

비트365벳

그에게40년 동안 닫혀 있던 수문이 어떤 전조도 없이 열린다. 그 문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이스파한'이라는 도시 이름이다. 김나지움을 졸업하면 가려고 했던 페르시아의 도시다.


하지만 인생은 그 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았다. 주어진 길에 순응하며 큰 이유없이 삶을 잇는다. 자신이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그 꿈의 시간은 한낱 춘몽으로 끝난다.

그레고리우스는 '문두스(라틴어로 세계, 우주)'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학교에서 유능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틀 속에서 적절히 자족하며살아왔다.

어느 아침 학교 출근길,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포르투갈 출신의 여인을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다. 여인이 상념의 끈이 되어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서점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


'아마데우 드 비트365벳'라는

비트365벳 남자에 관한 책이다.


그 책 한 권은 비트365벳를 새로운 여행지로 향하게 한다.


그는 이 세상에서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에 진심이었다. 그런 그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책은 그의 지금까지 삶의 시간을 바꾸어 놓았다. 그레고리우스가 찾은 책 속의 주인공 비트365벳는 에게 특별한 영감을 선물한다.


'글쓰기는 내면의 마비를 막기 위한 싸움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사람은 결코 깨어있다고 할 수 없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니까'

라고 쓰여있는 문장은 머리를 때린다.


<... 햇살은 그가 과거로 돌아서지 못하게 했다. 빛나는 광채는 지나간 모든 것을 아주 낯설고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했고 과거의 그림자를 모두 지워버릴 정도로 눈부셨다.<...


우리 인생에서 익숙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인생의 격정적인 순간이 격렬한 내적 동요를 동반하는 요란하고 시끄러운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주인공은 책 속에서 '인생을 결정하는 경험의 드라마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할 때가 많다'고 말한다.


나 또한 갑작스런 드라마처럼 독일을 오게 되었고,

큰 이유없이 17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


인생은 알 수 없어서 과거로의 시간을 더듬지 못하게 하고 오늘만으로도 버겁게 만든다. 그래서 추억할 시간을 배려하지 않는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포르투갈로여행을 떠났다.


평소에 포르투갈은 아시아 원정에 나섰던 나라로, 유럽의 문물에 대해 눈을 뜨게 하는 우리로선 미지의 나라다.


오래 전부터 수도 비트365벳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방문길에 연희동에 자리한 '비트365벳'이라는 서점도 찾아간 적 있다. 유럽에서 오래 살았지만 가슴에 남아 있던 그리운 섬 하나처럼 남아 있었다.


그동안 왜 그곳으로 비트365벳지 못했을까?

질문하다 지금까지 왔다.

비트365벳은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로
다시 새롭게 조성되었다.
재건의 도시는 다시금 혁명처럼
문화의 불을 일으켰다.
예전의 명성은 아니지만, 유럽인들에게 그리움의 표상이다.


책은 책 속의 책으로 안내한다.

비트365벳가 흔적을 찾으러 나선 인물,

비트365벳는 어릴때부터 명석한 아이였다.


천재성을 지닌 그는,모범답안처럼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 무너진다. 독재정권을 비호한, 악랄한 비밀경찰의 목숨을 구해주기 전까지 인기좋고 존경받는 의사였다.

칼에 맞은 비밀경찰을 의사로서 수술했는데,한 생명은 건졌지만 비트365벳의 인생은 내리막길이었다.


시민들은 악마같은인간을 살려준 비트365벳를 증오했고 외면했다. 하지만 비트365벳는 의사로서 소임이었다고 변명거리를 찾지만 내면으로는 줄곧 물음표를 던진다.


의사로서의 소명과 정의에 대한 충돌이 연신 부딪히고 번민에 휩싸인다. 이후 저항운동을 함으로써 자신이 한 일을 속죄하려 했지만 죽을 때까지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안과의사 마리아나 에사와 요양원에 있는 그의 삼촌은 비트365벳와 함께 저항운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비트365벳는 성격 자체가 저항운동에 맞지 않았다.


저항운동가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꿈꾸는 사람의 감수성, 예민한 영혼이 아니라 투박한 두개골이 필요하다.


비트365벳 주변의 여성들로는, 고등학교 때 사랑한 여자친구 마리아 주앙과 비트365벳의 여동생들, 비트365벳가 정열적으로 사랑했던 여인 에스테파니아 에스피노자 등 여성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레고리우스는 비트365벳가 걸었던 과거의 흔적들을 찾아 사람들을 만난다.


비트365벳의 절친 조르주는 비트365벳와 관계없이 신의와 사랑 사이에서 절망했던 인물이다. 자신의 애인이었던 에스테파니아를 사랑하는 비트365벳를 바라보는 시선도 절망적이다.


비트365벳보다 30년 더 살고 있는 조르주는 친구의 죽음을 아직도 가슴 한 켠에 생채기로 남겨둔다. 등장인물들 모두 비트365벳의 죽음을 기억하고 슬픈 추억을 토해낸다. 비트365벳의 아버지는 판사로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그는 이 똑똑하고 영민한 아들 앞에서 아들의 정신이 자신의 약점을 사정없이 드러내는 날카로운 탐조등이 될 것이라고 자위했다.


그들 모두는 비트365벳 앞에서 조연이고 단역이었다.


가끔 우리는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갈망이 있다.


그 갈망은 세월과 함께, 묻혀진 사막궁전처럼 사라졌다가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살아날 때가 있다. 나에게도그런 다른 방향의 길이 있었던가?


오래전 젊음의 시간을 더듬어가다보면 나도 어느땐가는 그레고리우스처럼 페르시아의 작은 도시 이스파한으로 비트365벳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스파한이다. 비트365벳지 못한 그 무언가의 이스파한. 하지만 이스파한은 실존하지 않은 추상의 공간일 수 있다. 그레고리우스는 결국 떠나지 못한 그곳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가보지 못한 갈망을 채워나갔다. 결국 이스파한은 다른 의미가 되어 먼 훗날 찾아올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 글은 그의 몸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지. 나중에 책장에 꽂혀 있는 건 그저 빈껍데기였소.


- 설혹 기쁜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의 흔적은 왜 나를 슬프게 하는가?


-오빠에게는 두 사람이 있었어요. 길 비트365벳길 원하는 여행자와 향수병을 앓는 사람


-욕망과 만족, 편안함. 비트365벳는 이 모두가 헛된 것이라고 했다. 제일 허무한 건 욕망이고 그 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고.


-언어가 사람들의 빛이로군, 사물은 말로 표현되고서야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거군.


그레고리우스는 30년 전 죽은 인물 비트365벳를 통해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그는 사는 동안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없었다. 지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는 비트365벳의 말을 통해 인생에 있어 지속적인 것은 신의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신의는 의지요 결정이며,영혼의 견해 표명이라고. 우연한 만남과 감정을 필연으로 바꾸는 그 무엇이라고. 그저 낮은 숨결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영혼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포르투갈에 머무는 동안 그레고리우스는 갑자기 현기증이 나는 증상이 생겨났다. 비트365벳가 그렇게 뇌의 동맥류로 어느날 거리에서 갑작스레 죽은 것처럼.... 그레고리우스는 묘한 연결감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의 주치의이자 안과의사인 독시아데스는 "집에 돌아오시는 게좋을 것 같군요. 의사와 모국어로 이야기하셔야 합니다. 불안과 외국어, 두 가지는 어울리지 않아요"


나는 이 말에 지독히도 공감한다.


외국에 살면서 병원에 다니는 일은 고역이다. 독일어로 독일의사와 이야기할 때 나의 고충과 통증을 십분 전달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인다. 아무리 유창하게 말해도 내 감정은 수면 아래로 사라지고 언어의 껍데기만 남는다. 그레고리우스의 현기증은 고향에 대한 또다른 그리움과 향수로 나에게 읽혀졌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된 것임을 알린다.


결국 비트365벳는 기차를 타고 베른으로 돌아온다.


에스테파니아가 조르주를 위해 연주한 '골든베르크 변주곡'을는다.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시간은 책에 더 깊이 빠지게 하는 묘약이다. 조용하고 규범적인 음악은 평안으로 이끈다. 우리 인생이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가는 덧없는 모래알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완전히 만들어지기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처럼 말이다.


비트365벳의 밤이 깊다.


며칠 더 머무른 후에 다시 나의 제2의 고향 베를린으로 떠날 것이다. 비트365벳의 바람과 바람에 묻힌 비트365벳의 우수섞인 얼굴을 떠올린다.

비트365벳

단조로운 바퀴소리, 덜컹거리는 사물들,,.

먼 옛날 언젠가 나는 이 기차에 올랐다.

이 기차의 궤도와 방향은 내가 바꿀 수 없고

내키는 곳에서 불쑥 내릴 수도 없다.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볍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운 이 여행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p.s 스위스 베른 출신의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본명은 페터 비에리)의 작품이다. 이 작가는 고대어 교사 출신이다. 책은 독일어권 국가에서 2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비트365벳에 가면서 예전에 읽은 책을 다시 펼쳤어요. 느낌이 다르고 좋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