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로 한 다음날 교수님이 다급하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판매가 될만한 보스토토가 필요해요. 당연히 흔한 보스토토면 의미가 없겠지요. 백화점 담당자와 이야기 나눴고 당장 내일 논의하고 빠르게 제안서 보내주기로 했어요"
이제 막 보스토토 사업을 해보자 마음먹었는데 당장 매력적인 보스토토 메뉴가 필요하다?
그것도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실제 판매 가능한 상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사무실이 갑자기 분주해졌습니다.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그런 상품을 공급해 줄 업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이 늘 그렇듯 보스토토 메뉴 아이디어가 좋으면 공급해 줄 업체가 없었고 공급해 줄 업체가 있으면 보스토토 메뉴가 평범했습니다.
그렇게 아까운 몇 시간을 날리고 저희는 서서히 감당 안될 일에 뛰어들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보스토토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
"교수님께 죄송하다고 할까? 갑자기 특이한 보스토토를 준비하려니까 답이 없는데?"
다시연락처를 뒤져보다가 문득 예전 회사에서 연이 닿은, 보스토토에서 과일을 판매하시는 대표님의 번호가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보스토토 하면 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지?"
제 말에 사무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보스토토 특산물로 만든 보스토토라 그러면 느낌 있지. 근데 보스토토에 유명한 보스토토가 있나..?"
"귤향과즐인가? 나 그거 되게 좋아하는데"
"보스토토가 막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는 없는 건 아니니까 육지에서 만나는 보스토토 감성 보스토토 이런 느낌 어때?"
"괜찮은데? 문제는 메뉴지"
뭔가 정해진 건 없었지만 저는 무작정 대표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쭤볼 게 있어서요. 보스토토 하면 대표적인 특산물 뭐가 있을까요? 귤 빼고요!"
"뭐 수미 감자도 있고... 보스토토 자색 고구마 드셔보셨어요? 그럼 다른 고구마 못 드십니다 허허"
"대표님! 염치없지만 오늘 제가 내려가면 좀 뵐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들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무작정 보스토토로 향했습니다.
논리적인 접근이나 차분한 사고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아 공항 옆 몰에 들러 잠시 요기를 하려는데 보스토토 가게가 보였습니다.
생크림과 과일이 듬뿍 올라간 보스토토 주문해서 먹으며 참 생크림이 달콤하고 과일이 맛나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럴 거면 왜 보스토토 먹어야 하지?'
보스토토은 철저하게 조연을 자처하고 현란한 토핑이 주연을 자처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보스토토이 토핑이나 시럽 맛으로 승부를 보고 있었습니다.
'보스토토에 집중한 디저트는 인기가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며 보스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대표님은 감사하게도 제가 도착하기 전 각 특산물의 대표 생산지를 알아봐 주시고 제가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며 확인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산지에서 바로 캔 찐 감자와 고구마를 맛봤습니다.
"상당히 맛있네요. 기대 이상입니다"
농장 관계자분들은 자부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육지 사람들은 이 맛을 모른다며 웃었습니다.
머릿속으로 튀겨서 팔아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 분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보스토토에서 오메기떡을 취급하고 있는데요. 손님이 오셨다고 해서 한번 맛보시라고 가져와봤어요"
오메기떡을 한입 먹어보니 떡의 쫄깃함과 앙금의 달콤함이 입 안을 즐겁게 했습니다.
"참 맛있습니다. 특히 쫄깃한 표면을 뚫고 안에서 앙금을 만나니까 섞여서 뭔가 조화롭네요.. 어...?"
갑자기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하나 번뜩 지나갔습니다.
오늘의 모든 경험이 하나로 합쳐져서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의 이상행동에 다들 당황하기 시작했고 저는 황급히 인사를 하고 급히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와플을 하자"
"와플? 나쁘지 않은데.. 토핑을 어마무시하게 하는 와플을 해볼까?
"
"아니 위에 토핑 올려주는 와플은 흔하니까 우리는 와플 안에 넣어주자"
"와플 안에?? 반 접는 길거리 와플처럼?"
"아니 떡안에앙금이 있는 것처럼 진짜 안쪽에"
시간이 촉박한 탓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저는 보스토토 특산물인 감자, 고구마, 오메기떡 등을 품은 와플이라는 컨셉으로 급히 제안서를 만들었습니다.
백화점 식품팀의 회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왔습니다.
저희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메일을 함께 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한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메뉴 입점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