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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Mar 15. 2025

마카오카지노 줄타기

구멍 나는 아이의 마음

마카오카지노! 나는 3명이 잘하는 게 있어.

깊은 겨울이 지나 초봄의 애잔한 햇살이 창문으로 넉넉히 들어오고 있을 무렵, 짜파게티를 먹던 둘째가 갑자기 말한다.


첫 번째는 아빠, 두 번째는 울산 할머니, 세 번째는 둘째 이모!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본인에게 음식을 가장 맛있게 해 주었던 사람들을 말한 거였다. 그중에 마카오카지노는 없길래 ”마카오카지노는? “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거다.


마카오카지노는 밥을 해준 적이 없잖아!!


그 말에 상처 입은 애미는 마카오카지노가 너 아기 때 이유식 맨날 해서 먹였어!! 네가 하도 잘 먹어서 손수 직접 고기를 다지고, 야채를 다지고 해서 열심히 했다고! 라며 6살 아이 앞에서 생색을 내고야 만다.


쑥스럽지만 섭섭하긴 했다.


요즘에 주말에 반찬과 요리를 주로 남편이 담당하긴 했다. 그 덕에 주말 아침이 훨씬 수월했고 이게 평상시 정상인 것 마냥 평온하고 행복했다. 남편의 바지런함 하나에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밥 달라고 마카오카지노 옆으로 오는 아이들에게 이끌려 간신히 일어났을 아침이다. 그리고 주말 단골 메뉴인 삼각주먹밥을 쓱쓱 비벼서 해준다. 그럼 밥을 좋아하는 첫째는 항상 잘 먹었지만 입맛 까다로운 둘째는 먹다 남기곤 했다.




핑계를 대보자면, 최근에 회사 일로 많이 바빴고 피곤했으며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덕에 회사에서는 진급을 했고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한동안 무척 좋았다.


하지만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난 한 직장인임과 동시에 아이 둘의 마카오카지노였다.


둘째는 외친다.


마카오카지노가 맨날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 장난감 안 사줘도 돼! 집에 있으면 좋겠어.”


마카오카지노가 일을 하러 나가야 장난감도 사고,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살 수 있다고 세뇌시켰던 말에 둘째가 저렇게 대답한다.


이모님 두 분의 도움, 가끔 친정마카오카지노의 도움, 그리고 우리 부부 둘의 역할분담을 합쳐서 맞벌이 부부 2명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와중에도 역시 마카오카지노의 공백은 무시할 수 없나보다.


마카오카지노 역할이 완벽할 수 없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구멍이 소중하거나 치명적인 것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둘째 마음의 구멍은 좀 컸나 보다.


그동안은 조금 더 예민한 첫째에게 더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런 첫째는 무던하고 덤덤하다. 오히려 스스로 잘하고 눈치 빠른 둘째가 더 마카오카지노를 찾는다. 내 마음에도 구멍이 생겼다.


평온한 주말 오후가 고통의 마음으로 변하는 중이다.






일과 가정의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시소를 타며, 무게중심이 왔다 갔다 한다. 항상 중간에 수평을 유지하고 있기는 매우 어렵다. 시기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만이 방법일 뿐.


완벽 주의자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은 더욱 힘든 일이 될 거다. 어디든 구멍이 나는 걸 원치 않으니 메꾸려 노력할 것이고 그건 어떻게든 무리를 가져올 거니까.


일과 육아에서 완벽은 없다. 시기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법만이 있을 뿐. 그 와중에 아이 마음의 구멍이 나는 걸 완벽히 막기도 어려울 거다.


그렇지만 워킹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아이 마음의 구멍은 어떤 부분에서든 나게 될거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길. 다양한 방식의 삶이 있듯 아이에게도 겪어야만 하는 어려움들이 있는거다. 아이는 그러면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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