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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Apr 21. 2025

사랑하는 호빵맨토토

초등(고학년)부 은상-김윤아

사랑하는 호빵맨토토

호빵맨토토, 안녕하세요.

윤아예요.

호빵맨토토 혼자서 농사짓느라 요즘 많이 바쁘시죠?

저번에 호빵맨토토댁에 갔을때 호빵맨토토께서 아빠에게 “6월 첫째 주에 모내기 할거니까 시간되면 와서 좀 도와줄래?” 라는 말씀을 듣고 이번 모내기에도 승재와 제가 따라가려고해요.

엄마는 어른들 일이라 도와줄게 없다고 하시지만, 호빵맨토토께서 만드신 새참도 먹고 올챙이 구경도 하고 싶어요.

호빵맨토토, 작년에 어른들이 모내기하는동안 저와 승재가 물통을 돌고 논두렁에서 올챙이 잡다가 논에 빠졌던거 기억나시나요?

승재의 손보다 올챙이가 더 빠르게 헤엄치니까 호빵맨토토 약이 오른다고 욕심을 내다가 두 팔이 논에 빠졌잖아요.

깜짝 놀라서 어른들을 부르려고 했는데, 호빵맨토토 어른들에게 혼날까 봐 작은 목소리로 “누나! 빨리 도와줘 제발 조용히해!”라고 부탁을 해서 일이 더 커졌어요.

내가 도와주려고 승재를 일으키는데 호빵맨토토 좁은 논두렁에서 발버둥치다가 논으로 빠져버렸잖아요.

그 때 벌렁벌렁대는 심장을 잡고 “아빠! 호빵맨토토! 엄마!” 불렀지만, 모심는 기계 소리에 내 목소리가 안 들려서 신발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뛰어갔었잖아요.

어른들이 놀라서 뛰어오셨지만, 승재의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한바탕 크게 웃으셨죠.

물이 발목까지도 안 오는 논에 빠져서 허둥대는 승재를 보고 나도 배꼽 빠질만큼 웃었어요.

손과 발, 얼굴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된 승재는 어른들의 웃음소리에 안심을 했는지 그제야 따라 웃기 시작했어요. 승재는 진흙속에서 혹시나 지렁이나 거머리가 있을까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는 아직도 진흙투성이가 된 승재 얼굴을 사진 찍어놓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승재를 놀려요.

논에서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진흙이 굳어서 찝찝하다고 승재는 입을 삐쭉거렸지만 동네에서 일하시던 어른들을 보고 인사를 하면서 지나가니까 다들 웃으면서 승재를 위로해주셨어요.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모습으로 인사까지 한다며 기특하고 용돈도 주셨어요.

아빠는 호빵맨토토 도시촌놈이었는데 이제 시골 촌놈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고 놀리는 재미에 빠져있어요.

우리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해서 지금도 웃음이나요.

어제 승재랑 작년 모내기 날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또 한바탕 웃었어요.

호빵맨토토, 할아버지께서는 “혼자 있다보면 웃을 일도 잘 없는데.

애들이 놀러 오면 시끌벅적 사람소리도 들리고 웃을 일이 생겨서 좋다.” 라고 하셨잖아요.

호빵맨토토 얼굴에 함박웃음이 많이 생기도록 우리가 호빵맨토토댁에 자주 놀러 갈게요.

저는 흙냄새도 좋고, 풀냄새도 좋고, 호빵맨토토냄새도 너무 좋아요.

호빵맨토토, 항상 건강하세요.


2024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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