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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지한줄 Apr 21. 2025

늘 푸른 바카라사이트께

고등부 대상-정원준

늘 푸른 바카라사이트께

바카라사이트, 안녕하세요!

전 바카라사이트의 천적같은 큰 아들, 원준이에요.

요즘 저 때문에 많이 속상하시죠?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매일 바카라사이트 속만 뒤집는 것 같아 죄송해요.

공부도 곧잘 하며 선생님이나 어른들께도 소위 ‘엄친아’로 불리던 제가 갑자기 망나니가 되어 공부도 안 하고 놀러만 다니고 게임, 웹툰에만 빠져 반항까지 해대니. 바카라사이트가 최근 많이 힘드셨을 거 같아요.

좀전에도 바카라사이트와 휴대폰 때문에 언성을 높이다가 어느 순간 바카라사이트 표증을 보니, 제가 또 바카라사이트의 영혼까지 끌어올려 뒤집어 놓은 듯한 분위기라 화난 척 급히 방으로 후퇴했어요.

바카라사이트가 방문을 열며 밥을 먹으라고 하시는데, “안 먹어요! 바카라사이트가 좋아하는 원혁이나 많이 먹이세요!” 라며 소리칠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원혁이는 아까 이미 먹였다!” 라는 바카라사이트의 단호한 대답에 눈물이 다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아까는 저도 감정이 격해져서 처음으로 집을 나가려 했는데, 잡기는커녕 뒤도 안 돌아보시며 그러라고 하셔서 너무 당황스러워 1분만에 다시 들어왔어요.

늘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알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하는 제가 저도 한심해요.

이런 게 사춘기인 건지, 제가 잘못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매번 제 행동은 먼저 보지 못하고, 바카라사이트가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났던 거 같아요.

아마도 원혁이는 바카라사이트처럼 진취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반면, 저는 아빠를 닮아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말 그대로 느긋한 성향이라 바카라사이트와 더 부딪히는 거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얼마 전 목격했던 바카라사이트의 진취성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났어요.

얼마 전, 가족들과 경주에 놀러갔을 때, 리조트 옆 카트라이더 같은 레이싱카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실내 서바이벌 생존 게임장을 발견하자마자 온가족이 하려는데 바카라사이트는 단호하게 하지 않겠다고 하셨죠.

전투 조끼와 실제 장총과 같은 크기와 무게의 총을 들고 어둠 속에서 상대편을 쏘아 전멸시키는 게임이라, 평소 러블리한걸 좋아하시는 바카라사이트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듯했어요.

바카라사이트가 빠지면 팀 인원이 맞지 않아 우리의 설득 끝에 한숨을 쉬시며 못내 총을 들고 암흑 속으로 들어가실 때, 그때 바카라사이트의 한숨이 분노의 한숨인 걸 우리는 알았어야 했어요.

암흑 속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킬러가 된 듯, 미로벽 사이에 착착 붙어 이동하며 축지법을 쓰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셔서 우리를 다 죽이셨죠.

그때 가족 모두 당황하며 바카라사이트의 의외의 활약과 킬러본능에 놀라기도 했고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며칠 전 주말, 매일 친구들과 피구를 하러 나가던 원혁이가 그날따라 친구들이 가족들과 함께라 심심해하며 피구가 하고 싶어 몸살이 났었죠.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갑자기 바카라사이트가 옷을 입으시며 피구하러 나가자며 하굑 운동장으로 저희를 인도하셨죠. 우리는 일제히 “바카라사이트, 운동 싫어하시잖아요?”라고 하며 의아해했고,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발레슈즈같은 핑그빛 블링블링한 운동화를 신으신 바카라사이트는 예쁜 신발을 발끝으로 세우시더니 무심하게 큰 사각형 경기라인을 슥!슥! 그으셨죠.

외야수를 하겠다며 라인 밖에 서신 순간부터 피구부 주장인 원혁이도 사정없이 공으로 때려 맞히며 죽기살기로 던지셨죠.

그때 원혁이가 “와! 숨은 인재를 찾았다!”라고 하며, 연신 공에 맞으면서도 잘 못하는 친구들과 할 때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신나했었죠.

바카라사이트의 엉뚱하기도 한 의외의 모습에 저는 매일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달리 생각하면, 뭘 하든 마음 먹으면 최선을 다하고 죽기살기로 덤비며 대충하는 법이 없는 듯 보였어요.

아마도 그런 바카라사이트이기에 요즘 점점 퇴보하는 듯한 제 모습이 실망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우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에 바뀌리라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무책임한 사람은 되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요.

제 품에도 반은 바카라사이트의 피가 흐르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먹으면 다 해치우는 킬러본능이 발현되겠죠.

그리고 앞으로는 바카라사이트께 서운해하기보다는 반성 먼저 할 줄 아는 양심적인 아들이 될게요.

늘 속썩이는 아들이라 죄송해요.

늘 푸른 바카라사이트의 동심을 지켜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바카라사이트, 사랑해요!


2024. 8. 30

불효자 원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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