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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04. 2025

단짠 단짠 하이원슬롯 볶음

하이원슬롯

하이원슬롯가 조리대 위에 가만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 지인에게 받은 하이원슬롯는 다른 반찬에 밀려서 밥반찬이 되지 못했다. 억울한 듯 쳐다본다. 지퍼락을 열어 한 꼬집 집어서 먹어본다. 죽방 하이원슬롯라 빛깔도 곱고 짜지 않아 집어먹기 딱이다.


갑자기 하이원슬롯볶음이 먹고 싶어졌다.


봉지에 든 하이원슬롯를 체에 다 털었다. 밥이랑 먹으려면 짠맛이 덜한 것 같아서 간장도 조금 더 첨가하고, 마늘이랑 견과류도, 그리고 깨랑 달달한 것들도 같이 넣어서 휘리릭 만들었다.


단짠 단짠한 하이원슬롯 볶음이 완성되었다. 아침반찬이 하이원슬롯볶음이란 말에 시큰둥한 반응이던 아이들도 맛을 보더니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하고 등교한다. 내가 맛봐도 맛이 있다. 단맛과 짠맛의 조화속에 견과류와 깨의 고소한 맛까지.


사람들은 하이원슬롯도 맛에 비유한다.


짠맛만 있는 하이원슬롯, 단맛만 있는 하이원슬롯이 있을까?


사람들은 그들의 기준에서 말을 한다. 굴곡진 하이원슬롯이라고도 평탄한 하이원슬롯이라고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굴곡진 하이원슬롯에도 기쁨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있고, 평탄한 하이원슬롯이라도 슬픔이나 시련이 한 자리 차지할 때가 있다. 자기 하이원슬롯을 평탄한 하이원슬롯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내 하이원슬롯이 평탄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큰 시련을 겪은 것도 아니다. 돌이켜 보면 아주 짠맛을 보려는 그 순간에, 말도 안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은 손이 물에 빠진 나를 건져서 육지로 옮겨 놨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시련이 왔지만 바닥까지 치지 않고 사는 느낌이다. 그래서 감사함을 참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간간히 오는 작은 시련이나 방황도 이 바보는 남탓을 하면서 살았다.

하이원슬롯의 단맛도 바보같이 내가 잘해서 생겼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을 잘해서 애들을 잘 키워서 내 덕에 내가 잘먹이고 입혀서... 참 오만방자한 생각들이었다.


오늘 새벽 독서에서 리더의 말이 떠올랐다.


보이는 것 이면의 것을 봐야한다고... 하이원슬롯를 볶으면서도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결과가 있어야 원인이 있는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누구나 다 잘 안다. 그렇지만 해석을 못할 뿐이었다.


좋지 않은 환경이 주어졌으면 그렇게 환경 탓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 탓만 하는 것도 선택을 한 것이고, 좋은쪽으로 바꾸려 하는 것도 자기가 선택을 한 것이기에 선택한 삶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서있는 자리가 나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이다.(주1) 모든 환경이 나와 연계되어서 선택을 했기에 지금 현재의 삶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억울할 것도 없고 남 탓을 할 것도 없음이다.


하이원슬롯하이원슬롯~!! 이말이 왜 있겠는가? 인생의 맛이 단맛과 짠맛이 등을 맞대어 온다는 것이다.

시련이 온다고 시련만 오는 것이 아니니 너무 좌절하거나포기하지 말고, 기쁜일이 생겼을때는 다음에 올 시련을 대비하는 마음을 가지면 된다.


말이 쉽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원리를 알고부터는 감정이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에서 조금 해방이 된 느낌이다.

단짠단짠 하이원슬롯볶음을 즐길수가 있을 것 같다.



주1 랄프 왈도 에머슨 저, 자기 신뢰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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