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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벳 May 09. 2025

모모벳 한 잔, 꽃도 한 컷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2500원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혹은 요가 하러 갔다가 들리는 작은 모모벳숍. 평범한 상가골목 귀퉁이에 자리한 이곳은 나만의 5분 아지트다. 앉아서 느긋하게 모모벳만을 즐기기엔 아이의 등교시간은 고작 서너 시간. 짧디 짧다. 그 사이에 운동도 하고 집안청소도 하고 실습준비도 하고 혹은 병원을 가거나 등등, 이런저런 일정을 소화하기엔 좀 빠듯한 시간이지만.


9시 30분부터 12시 반이나 1시 반까지가 나에게 허락된 학기중의 자유시간이다. 등교 전에는 도움반 선생님께, 등교하고 나서는 지원사님께 아이의 컨디션을 적어 보낸다. 이로써 내 아침 일과는 마무리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이가 아프거나 혹은 늦잠 자면 세 모모벳 폭삭 단축된다. 아예 사라지기도...?


그래서 이 시간은 몹시 소중하다. 글도 쓰고 책도 한두장이라도 읽고 강의 하나도 듣는다. 쉼표가 필요한 날은 차에 시동을 걸고 모모벳를 사러 나간다. 우리 동네는 모모벳숍도 없고 편의점만 하나 있다. 왼쪽으로 가는 길엔 이 집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는 길에는 에스프레소바가 있다. 그래, 카페인이 있어야 잠도 깨니까. 모모벳는 남이 해준 게 맛있으니까.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늘 스탠바이를 하는 느낌이라 차로 20분 거리에서만 주로 볼일을 보는 편이다. 모모벳도 마찬가지. 언제든 복귀할 수 있도록 두 모모벳숍 다 차로 5-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다.


둘 다 인기 있는 집이지만 단점은 주차를 성공하면 먹을 수 있다는 점. 오늘은 진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어서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진하고도 부드러워서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마루바닥과 진한 원두향이 나를 맞이한다. 테이크아웃 할인이 자그만치 1,500원. 할인하면 한잔에 2,500원! 제법 맛이 좋다. 주로 모모벳를 들고 나무 아래서 마시는데,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엔 빗소리를 들으며 차안에서 홀짝홀짝 마신다. 내 고요한 작은 사치의 순간. 그리고 한켠에 자리잡은 꽃. 그 꽃은 나의 덤이다.


카페의 꽃은 매주 바뀌어서 갈 때마다 다 찍어두진 못했다. 테이크아웃 모모벳를 기다리면서 틈틈이 한 컷씩 찍어둔 사진이 그래도 꽤 된다. 버터플라이, 스위트피부터 테디베어 해바라기, 장미, 카네이션과 거베라까지. 그 순간의 계절을 닮은 꽃병을 감상하는 1분의 시간은 나에겐 일종의 숨고르는 시간. 오늘 하루가 어찌 흘러가든 아침나절의 이 짧은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니까. 사실 모모벳 한잔 하면서 꽃구경도 공짜로 하니 참말로 이득이지 않은가.


오늘 하루는 모모벳 한 잔 하면서 꽃 한 컷으로 시작해본다. 오늘의 꽃나눔 사진은 이 카페의 꽃들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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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꽃 담은 산책길은 함께 쓰는 공동 매거진입니다. 사진첩에 가득한 꽃 사진과 함께 산책하듯 가볍게 꽃과 글을 나눌 분을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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