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의 텐텐벳가 아닌 환상의 텐텐벳로
저희 텐텐벳는 올해로 결혼 12년 차. 연애 6년까지 합하면 18년이란 세월을 함께한 텐텐벳입니다. 연애 기간이 길었지만 같은 지역에 있었던 적이 얼마 되지 않아 6년이라는 시간 대부분을장거리 연인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니, 결혼의 매력에 푹 빠졌더랬죠.
1, 2주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던 우리가, 매일 붙어있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신혼의 단꿈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첫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출산, 육아를 반복하며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10년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반복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 그저 부모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설렘은 잊은 지 오래고점점 무뎌져 갔습니다. 그런 날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더군요. 끼니때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이어색해졌고, 얼굴이 안 좋아 보여도 걱정은커녕 몸 좀 잘 챙기지 그랬냐며 타박하기까지.퉁명스럽다 못해 뾰족해져 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은 인생을 이 사람과 살 수 있을까?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평생을 살아야 하나? 다른 텐텐벳들도 같은가? 라구요. 그래서 주위 지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돌아오는 답은 모두 한결같더군요.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지만 제 마음속에선 청개구리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함께 살란 말인가. 그렇다고 이혼하자니 토끼 같은 자식이 둘이나 있고.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무거운 고민덩어리를 머리에 이고서 고민하던 어느 날 책 속의한 문장에서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 한 줄은 바로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매일 피곤하다고 핸드폰과 한 몸이 되어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 경상도 남자라 무뚝뚝한 것이 아니라 체력이 없어서 저렇게 무신경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결심텐텐벳.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지만 남편의 체력은 내가 바꿔보겠다라고요. 그래서 그날로부터남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운동을 하라며 잔소리 폭격을 시작텐텐벳.
헬스 등록해 줄까? 수영 같이 다닐래? 자전거 바꿔줄까?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본인 체력은 괜찮다는 핑계,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꿈쩍도 안 하더군요. 하지만 전 포기를 모르는 여자입니다. 운동하는 그날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이죠.
제가 이미 수친자(수영에 미친 사람)이었기에 수영을 어필텐텐벳. 이쁜 수영복도 보여주며 호객행위도 하고요. 6개월을 조르고 조르니, 슬슬 넘어오더군요. 역시나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그렇게 넘어온 남편은 생애 첫 수영강습을 등록텐텐벳.
처음엔 힘들다 피곤하다 싫은 내색을 보이더니, 나중에는 저보다 열심히 다니더군요. 일이 생겨 강습시간에 못 간 날이면 저녁 늦게라도 자유수영을 가질 않나. 게다가 주말에는 아이들은 냅두고 텐텐벳 둘이 수영하러 가자는 말이 나오기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같이 수영을하고부터 저희 텐텐벳 사이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자러 들어가면 한 침대에 누워있는 텐텐벳지만각자의 핸드폰만 쳐다보다 잠이 들던 일상에서 함께 수영 유튜브를 보고, 수영용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아이들 이야기 아니면 서로 할 말이 없던 사이에서 이제는 수영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나아진 텐텐벳 사이를 더욱 견고히 만들기 위해 남편에게 다시 한번 더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 낚시는 바로,
우리 같이 마라톤 나가볼까?
올곧은 남편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요? 수영으로 조금은 유해졌을까 했지만 역시나노를 외쳤습니다. 그 힘든 걸 왜 하냐부터 하고 싶으면 너 혼자 하라며.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저 아니죠. 계속 낚시를 텐텐벳. 러닝의 장점에 대해 열심히 어필했죠. 그렇게 10번을 찍으니 모두의 예상대로 남편은 낚였습니다.
지난달 4월 27일. 저희 텐텐벳는 함께 마라톤 대회에 나갔습니다. 첫 대회지만10km 달리기를 도전했고 다행히 둘 다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첫 대회인데도 남편은 한 시간 안으로 들어오더군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립서비스죠. 역시 당신은 멋지다며 다음은 50분 안에도 들어오겠다며 폭풍 칭찬을 날려주었더니 가을에 또 나가자는 말이 나오더군요. 저의 두 번째 낚시도 대 성공입니다.
저희 텐텐벳 역시 다른 텐텐벳와 같이 권태기를 심하게 겪던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설렘의 싹을 트는 중입니다. 12년의 세월이 있다 보니연애할 때처럼 뜨겁진 않지만 뜨뜻미지근한 이 온도도 전 좋습니다. 차갑다 못해 시베리아 같았던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열열열탕이니까요. 텐텐벳가 서로 함께 운동하는 것. 저는 무척 추천합니다. 텐텐벳 관계 개선을 위해선 대화가 필요한데 그 대화의 물꼬를 틔워준 게 운동이니까요.
오래되어 일상적이고 대면대면한텐텐벳 사이라면, 함께 운동하기 적극 추천드립니다. 운동이라고 어렵게 생각 마시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밥 먹고 소화시킬 겸 10분이라도 함께 산책 나가보시는 걸 어떨까요? 이왕이면 모르는 척 손도 먼저 잡으시면 금상첨화구요.
대한민국 모든 텐텐벳의 권태기가 극복되길 기원하겠습니다.
* 사진 출처 : 펙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