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합니다. 달리는 이유는 글 쓰는 데 필요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그는 마라톤도 여러 번 완주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의 하루는 읽고 쓰고 달리는 게 전부일 정도로 단순합니다. 저 같은 초보 작가에겐 부러울 따름입니다. 글룰라벳에 최적화된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 가지 더 부러운 건 그가 소설가가 된 과정입니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어느 날 운명처럼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속사정까지 모르지만 비교적 순탄하게 첫 책을 출간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남다른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싶습니다. 이마저도 부러울 따름입니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휘리릭 써낸 글로 소설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쉼 없이 소설을 썼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베스트셀러가 됐지요. 아마 어느 시점부터 글만 써도 될 만큼 여러 면에서 안정됐을 겁니다. 아무 활동하지 않고 평생 글만 써도 될 만큼이요.
성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분야에 성공한 사람을 따라 하라고 말합니다. 하루키 같은 재능은 없지만 저도 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그가 매일 반복하는 그걸 따라 하는 겁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놓은 분량만큼 글을 씁니다. 또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도 하고요. 건강을 위해 건강한 음식으로 식사도 하면서요. 그렇게 몇 해 따라 하다 보면 하루키의 10분의 1은 닮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이렇게 따라 하면 글을 잘 쓰게 될까요? 아니요.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몸은 건강해질 수 있겠지만 글 실력은 글쎄요 룰라벳. 왜일까요? 시간 때문룰라벳.
무라카미 하루키도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글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운동, 취미활동보다 월등히 많았죠. 그도 소설가라는 생소한 직업에 도전하는 거라 실력을 키우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하루키뿐만 아닙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작가는 저마다 인생을 몰빵 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하루 몇 시간 방에 처박혀 글만 썼던 시간이라고 해두죠. 그 시간을 견뎌냈기에 잘 팔리는 책도 쓰고 상상 못 할 선인세를 받는 작가 반열에 올랐을 겁니다. 그런 뒤 달리기도 시작하고 취미활동 갖고 어느 정도 여유도 갖게 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저 같은 초보작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체력을 키우기 위한 달리기도, 건강을 챙기기 위한 식단 관리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 취미활동도 아닙니다. 오로지 시간이 날 때마다 글룰라벳에 매달리는 겁니다. 공부하고 연습하고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시간이죠. 언제까지?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올 때까지입니다. 운이 좋아 베스트셀러 라도 한 권 쓰면 그제야 허리 한 번 펴는 정도랄까요? 이마저도 기약 없습니다. 다음 책을 언제 완성할지도 기약 없고, 다 써도 출판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모든 게 불확실할 때는 오직 지금에만 집중하는 게 현명한 처세입니다. 멀리 내다볼수록, 여유를 부릴수록 조급하고 불안해질 뿐이죠. 하루키의 일상을 따라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요즘 날을 달리해 30분씩 달리고 50분씩 피티를 받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요. 헛바람이 들어서 이러는 건 아닙니다. 글 실력이 나아진 건 더더욱 아니죠.내 나름의 루틴을 만드는 중입니다. 앞에 말한 것과 모순 아니냐고 따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모순인 걸 인정합니다. 중요한 건 저는 하루키처럼 타고난재능이 없습니다. 오로지 시간과 노력으로 승부 봐야 하지요. 한 마디로 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버티려면 체력이 필요하고 건강 관리도 필수입니다.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말이죠. 그래서 달리고 운동하고 잘 먹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꾸준히글을 씁니다.
재능을 이기는 유일한 한 가지는 노력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하루키도 재능을 믿기보다 매일 꾸준히 썼기 때문에 지금의 하루키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저는 비록 재능을 물려받지 못했지만, 엉덩이 힘은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글은 엉덩이 힘으로 쓴다고 말했습니다. 엉덩이 힘이 결국 재능을 뛰어넘을 유일한 비법일 것입니다. 그걸 믿기에 체력을 키우려고 꾸준히 달립니다. 인생도 글룰라벳도 장거리 레이스입니다. 먼저 지치는 사람이 사라지겠죠. 지치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루틴과 체력이 꼭 필요합니다. 앞서 달리는 하루키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따라잡을 때 올 겁니다. 제가 하루키보다 27살 젊으니 충분히 승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