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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강작가 Feb 17. 2025

벳16 오면 따뜻한 차 한 잔 내려드릴게요

벳16언니가 떠난 지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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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베를린에 벳16 내렸다.


함박눈이 어찌나 예쁘던지 지인들이 눈을 찍은 사진과 안부를 물어온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이면 '러브 스토리' 영화 한 장면이 떠오른다.


썸을 타던 남사친이 수줍은 듯, 눈 내리는 교정으로 날 불렀던 대학시절도 떠오른다. 모두 과거 추억 속의 한 장면이다.

독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눈 추억은 선배 언니 가족과 함께 독일 하르츠 산맥의 '마녀의 숲'에 여행을 갔을 때다. 중세시대 마녀가 회의를 했던 곳이라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워낙 벳16 많이 오는 지역이긴 했지만 12월 말의 그곳은 눈꽃 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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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눈썰매를 타고, 12월의 마지막날에는 샴페인과 마블게임을 하며 날을 지샜던 그날의 추억이 자꾸만 눈꽃과 함께 떠오른다.


내가 독일에 와서 젤 많이 의지한 선배 언니는 독일 남편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유방암을 앓았다. 마흔 다섯에 아까운 삶을 마감한 선배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생의 마지막에는 뇌졸증으로 쓰러져 1년을 힘들게 지내다 떠났다.


벳16를 떠나보내던 장례식, 관 속에 누운 얼굴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독일은 장례식 때 관 뚜껑을 열어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한다)

그저 눈발 속에서 뒹굴던 소녀 같았던 벳16 모습만 내 심장 그윽히 남는다.


3월이면 벳16가 떠난 지 10년이 된다.


세월은 왜 그리 빨리 흐르는지, 겨울이 열 번 지나가고 나는 아직 벳16의 빈자리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내가 만든 해물전이 젤 맛있다고 엄지척을 해줬는데 독일에서 나의 든든한 응원자였던 그녀가 오늘밤은 왜이리 그리운지.


벳16 오는 날이면,

하르츠 산맥의 눈덮인 능선과

눈발을 헤치며 썰매를 타며 깔깔대던,

음이 안 맞다고 핀잔 주는 내 말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던,

그래서 지금 너무 멀리 가 있나 가슴이 아려오는,


그 벳16언니가 오늘같이 눈오는 날이면

가슴시리도록그립다.



벳16 올까요/자이언티


내일 아침 하얀 벳16 쌓여 있었음 해요

그럼 벳16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계속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요

약속해요


벳16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벳16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벳16 올까요?

아침 커튼을 열면 벳16 올까요?


서두르지 마요, 못다 한 얘기가 있어요

잠이 들고 나면 오늘은 어제가 돼버려요

계속 내 곁에만 있어 주면 돼요

약속했죠


벳16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벳16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벳16 올까요?

아침 커튼을 열면 벳16 올까요?





P.s 잠이 오지 않아 자이언티 노래를 불러봅니다.

10년 전 함께 웃었던 그녀가 생각나서 센치해졌어요.

벳16 녹으면 다시 조금씩 잊혀지겠지요.


겨울입니다.

냉기 어린 안식의 뜰에서 옷 잘 챙겨입으세요~벳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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