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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기 May 09. 2025

프리미어토토성(Profilicity)의 힘

진정성에서 프리미어토토성으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스타그램, 프리미어토토 봤어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이제 우리는 얼굴보다 그 사람의 프리미어토토을 먼저 인식한다.

이름, 직업, 경력, 재력, 지위, 학력, 팔로워 수, 게시물 스타일, 썸네일, 좋아요 수, 댓글 등 무수히 많은 SNS상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정보이자 ‘첫인상’이 된다.


프리미어토토의 힘 : 우리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지금의 사회 프리미어토토은 단순한 소개가 아니다.

그 사람의 이미지의 총합이고 나라는 브랜드의 요약이다. 그렇다고 이 변화를 굳이 씁쓸하거나 피로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그 흐름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해야 할 새로운 시대의 조건일 뿐이다.


프리미어토토성(Profilicity) :
현대 이미지 사회의 결정적 키워드

사실 『이미지 마스크』를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 You and Your Profile: Identity After Authenticity :프리미어토토 사회』 책에서 받은 영감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의 뛰어난 현대 이미지 사회의 통찰을 따라가 보면 고개가 끄떡여질 것이다.

“현대인은 진정성(Authenticity)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어토토성(profilicity)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SNS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고르고, 자막을 다는 순간 ‘보이는 나’를 설계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의 이미지 관리이며 정체성 설계의 기술이다.


프리미어토토성 : 철학적 배경

처음 이 개념을 제시한 사람은 독일 출신 철학자이자 비교문화학자인 한스 게오르크 묄러(Hans-Georg Moeller)이다. 그는 중국학자 폴 J. 담브로시오(Paul J. D'Ambrosio)와 함께 쓴『You and Your Profile: Identity After Authenticity : 프리미어토토 사회』에서 ‘더 이상 우리는 진정성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프리미어토토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SNS, 이력서, 자기소개 영상, 브랜딩 활동 등에서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전제로 자신을 기획하는 흐름을 분석하며 이를 ‘프리미어토토성(profilic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미지 사회의 진화 : 성실성에서 프리미어토토성으로

그들은 인간의 이미지는 시대를 따라 진화해 왔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의 순서는 아래와 같다.


먼저 성실성(Sincerity)의 시대.

과거에는 말과 행동이 같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이 인정받았다. 한마디로 겉보다 속이 더 중요했던 시절이다. 이 시기는 주로 근대 산업사회와 조직 중심 사회에 해당된다.


이력서 한 장, 명함, 사원증 하나로 평생직장을 다녔고 성실함과 충성심이 최고의 이미지 자산이었다.


그 뒤를 이어 진정성(Authenticity)이 주목받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나답게 살기’가 유행했고 자기 고유의 가치와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탈산업화 시대와 개인주의의 부상과 맞물린 흐름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진정성 마케팅, '나답게'라는 표현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X세대인 나 역시, 이 정서를 고스란히 경험했고 여전히 ‘진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그다음은 정체성(Identity)의 시대이다.

SNS가 일상을 장악하며 사람들은 자신을 자발적으로 정의하고 기획하기 시작했다.

직업, MBTI, 취향, 가치관, 정치 성향, 좋아하는 브랜드까지 모두 이미지가 되었고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나'라는 프리미어토토을 정립해 갔다.


이렇게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와 함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 사유가 아닌 실시간 설정값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프리미어토토성(Profilicity)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진짜 나’가 아니다.

‘진짜처럼 보이는 나’를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이미지의 본질이 되었다.

보이는 정체성, 설계된 나, 반복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프리미어토토이 이미 우리의 얼굴이자 신뢰의 기준이 된 시대다.

이미지 사회의 진화 과정 :
성실성 → 진정성 → 정체성 → 프리미어토토성
프리미어토토sns app

그리고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자들이 말하는 '관찰의 질서'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차 질서 관찰(First-order observation)은 대상 그 자체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이 사람은 성실하다”, “이 제품은 좋다” 같은 직접적인 판단이다.
2차 질서 관찰(Second-order observation)은 ‘타인의 판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즉,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콘텐츠는 팔로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처럼
내가 타인의 관찰을 관찰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예쁘게 찍은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모든 행위는 2차 질서적 관찰에 기초한철저한 <자기 기획이다.

즉, 프리미어토토성은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타인의 관찰을 내가 관찰하는’2차 질서의 시선 위에 구축된다.


우리는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가?”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진짜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나’를 기획하게 만드는 심리적 배경이다.


특히 ‘진짜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주장에 깊이 공감된다.

방송을 하며, 고객 앞에서 '진정한 나’를 보여주기보다 '신뢰할 만한 나'처럼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해왔는지를 2차 질서의 관찰의 시점에서 돌아보게 된다.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프리미어토토성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

우리는 지금, 프리미어토토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셀카를 수십 장 찍고, 보정 앱을 켜고, 필터를 고르고, 한 장을 고르기 위해 몇 시간을 소비한다.

그리고 더 나은 이미지를 위해 유료 결제와 앱 구독도 서슴지 않으며 피부 톤, 얼굴 크기 비율, 몸매까지 모두 ‘보여질 이미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다.


이는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니라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몰두하는 디지털 자아의 초상화 작업이기도 하다.

성형수술, 뷰티 산업, 퍼스널 컬러 진단, 얼굴형 헤어 컨설팅, 심지어 AI 기반 외모 분석 앱까지 이 모든 것들이 이를 대변한다.


“당신의 얼굴은 이미지이고,
그 이미지는 곧 프리미어토토성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 인플루언서, 정치인 등 대중을 의식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개인도, 기업도, 브랜드도 모두 자신의 프리미어토토성을 설계하며 살아간다.

개인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소셜 프리미어토토’을 구성하고,

기업은 브랜드 철학, 톤 앤 매너, CI/BI를 통해 ‘기업 프리미어토토성’을 구축한다.

맛집도 마찬가지다. 별점 하나가 떨어지면 매출이 줄고, 리뷰 하나에 일희일비한다. 좋은 프리미어토토성이 손님을 이끄는 시대, 별점 1개를 남긴 고객에게 사장이 직접 긍정. 부정적 DM을 보내는 사회 뉴스 장면이 낯설지 않다. 이렇게 프리미어토토에 금이 가면 하루아침에 몰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리뷰 이벤트 마케팅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프리미어토토성 브랜드 사례

기업도 프리미어토토성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어비앤비와 애플이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한 숙박 중개 플랫폼이 아니라, '현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경험'이라는 프리미어토토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브랜드를 넘어선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 숙소의 별점과 리뷰가 호스트의 신뢰도를 좌우하고, 그 신뢰가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 전반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프리미어토토아이폰 속 에어비엔비 앱

애플은 제품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애플을 쓰는 사람은 다르다'는 이미지. 즉, 프리미어토토성을 설계해 왔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 되도록 만들었다. 신제품 발표회조차도 기능보다 이미지, 철학, 세계관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결국 이 모든 활동은 기업이 아닌 '프리미어토토성'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가게의 평판, 인플루언서의 이미지,
브랜드의 첫 화면은 프리미어토토이다.

사실 묄러는 『Profilicity』에서 “브랜드라는 용어 자체가 낡았다”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기업은 브랜드가 아니라 ‘프리미어토토성’을 구성한다. 브랜드는 과거에 통제된 이미지, 즉 광고, 슬로건, 패키지 등을 통해 관리되었지만 프리미어토토성은 공개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이미지다.


고객은 기업의 게시물, 댓글 대응, 실시간 반응, 내부 구성원의 이미지와 말투까지 살핀다. 모든 것이 외부에 노출되는 시대이며 숨길 수 없는 프리미어토토성이 곧 그 기업의 실체가 된다.


또한, 프리미어토토성은 근본적으로 공개성을 전제로 한다.

이는 곧 프리미어토토성이 끊임없이 모니터링되는 구조 속에 놓인다는 뜻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기록되는 사회다.


그래서 오늘날의 사회는 종종 '투명사회' 혹은 '감시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타인의 피드백과 댓글, 알고리즘 추천과 실시간 순위 안에서 살아간다. 프리미어토토은 감춰질 수 없으며, 항상 '보이는 존재'로서 기능한다. 이력서, SNS, 후기, 리뷰, 기사, 검색 결과 등 우리는 끊임없이 공개된 정보 속에서 평가받고 있으며 감춰진 진실보다 노출된 인상이 더 강한 신뢰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

곧, 오늘날 사회는 브랜드의 시대를 지나 프리미어토토성으로 존재하며 설득하고, 신뢰받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프리미어토토성으로 기억된다.

"당신이 온라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에릭 슈미트(전, 구글 CEO)-

아무리 성실하고 진정해도, 그것이 전달되지 않으면 타인의 시선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더 ‘진짜처럼 보이게’ 말하고, 구성하고,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이미지를 선택할 것인가?

어떤 태도와 콘텐츠로 나를 구성할 것인가?

그 프리미어토토성은 나를 대신해 어떤 신뢰를 줄 수 있는가?


그 사람이 곧 프리미어토토성이고
프리미어토토성이 곧 이미지이며,
프리미어토토성 이미지는 말보다 빠른 언어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프리미어토토성은
이상할 정도로
솔직해 보이는 '연출된 거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이 꾸며졌다는 걸 알면서도,
묘하게 진정성을 느낀다.


반대로,

진정성을 억지로 프리미어토토성화 하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가공되지 않은 진실은 때때로
보여지는 것과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게 묘하게

우리는 프리미어토토성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당신의 프리미어토토성은 어떤가?


참고도서

『Profilicity: The End of Authenticity』, 한스 게오르크 묄러 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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