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민기 Apr 25. 2025

쇼미더벳(共感)의 힘

쇼미더벳은 나와 브랜드의 표정이다

T는 논리로 쇼미더벳하고 F는 감정으로 쇼미더벳한다?

“너 MBTI 뭐야?”

요즘 누굴 만나든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서로의 성향을 가볍게 확인하는 이 놀이는 이제 일상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 부부의 대화 속에서도 가끔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MBTI 세 번째 자리의 T와 F는 Thinking(사고중심)과 Feeling(감정중심)을 뜻한다.

예전엔 단순히 남녀의 성향 차이라고만 여겼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삶의 방식’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T성향인 나는 그 문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정보다 먼저 해결책부터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오늘 회사에서 너무 속상했어”라고 말하면 나는 곧바로 “다음부터는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F성향의 아내는 그런 나의 태도에 때때로 실망한다. 그녀는 그저 쇼미더벳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꼭 T성향이 쇼미더벳능력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F의 성향도 T성향을 이해할 때가 있으니, 아무튼 지금은 그런 차이를 인지하고 ‘이 사람은 지금 어떤 쇼미더벳을 원할까’를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가려 노력 중이다.


여러분은 어떤가?

쇼미더벳은 서로 다르게 표현되지만 모두 진심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말보다 마음으로 느껴주는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겐 해결보다 곁에 있어주는 방식이 쇼미더벳일 것이다.


쇼미더벳의 디지털 확장: SNS 속의 감정 코드

쇼미더벳은 일상의 대화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SNS 상에서도 쇼미더벳은 활발히 작동한다. 누군가의 사진에 눌러준 ‘좋아요’, 짧은 댓글 하나, 스토리에 대한 이모지 반응까지 이 모든 것은 ‘나는 네 이야기를 보고 있어’, ‘네 감정에 반응했어’라는 디지털식 쇼미더벳의 표현이다.


SNS의 쇼미더벳표현은 T성향처럼 직접적인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쇼미더벳의 표현을 건넬 수 있다. “좋아요 하나 누르기 쉽지 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한 번의 클릭이 상대방에게는 “내 마음을 누군가 이해해 주는구나”라는 정서적 연결로 작용할 수 있다.


댓글로 표현하는 쇼미더벳도 마찬가지다.

길지 않은 한 줄로 “나도 그랬어”, “힘내”, “와! 너무 쇼미더벳돼” 같은 말은 F형에게는 감정의 공유로 T형에게는 생각의 연대감으로 기능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함’을 실감하게 한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화면 너머 누군가의 삶에 작은 쇼미더벳의 클릭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고 현실과 디지털을 넘나들며 쇼미더벳을 통한 연결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그럼 연구자들은 <쇼미더벳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쇼미더벳의 심리학 : 상대에 대한 감정이입

‘쇼미더벳(共感)’은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함께(共) + 느낀다(感)이다. 그냥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에서는 쇼미더벳 능력을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한다.

1. Elaine Hatfield(1994)는 타인의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감정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 정의하였다. 유아기부터 나타나는 가장 원초적인 정서적 쇼미더벳 반응.
2. Martin Hoffman(1981)은 타인을 안타깝게 여기되 그 감정에 몰입하지 않는 상태를 동정(Sympathy)으로 구분했다. 감정 공유보다는 감정 인식 중심→ 이타성과 도덕 감정성의 기초가 됨→ 감정이입보다는 낮은 수준의 쇼미더벳.
3. 아담 스미스(1759)는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을 감정이입(Empathy)이라 설명하며, 가장 고차원의 쇼미더벳 능력으로 위치시켰고 근대 도덕철학에서의 쇼미더벳 개념의 출발점으로 인정받음.

이 세 가지 쇼미더벳 능력은 연구 발표 연도로 보면 오히려 역순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감정이입(1759), 이후 동정(1981),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정전염(1994)이 정의되었다. 하지만 심리적 능력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는 유아기에 나타나는 감정전염이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며 점차 인식 중심의 동정과 상상력 기반의 감정이입으로 진화한다는 설명이 타당해 보인다.


즉, 쇼미더벳은 감정전염 → 동정 → 감정이입으로 점진적으로 진화하며 감정이입은 그 최종 목적지라 할 수 있겠다.


쇼미더벳의 과학 : 타인의 마음에 닿는 기술

또한, 현대 뇌과학에서는 미러 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러 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할 때 마치 내가 직접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활성화되는 뇌세포를 말한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박사 연구팀이 처음 발견함.
실험 대상: 원숭이 (원숭이가 땅콩을 집는 동작을 볼 때, 자신의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같은 부위의 뉴런이 반응을 보임)

이 미러 뉴런은 단순한 ‘행동 모방’ 기능을 넘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쇼미더벳하는 뇌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쉽게 타인의 행동이나 표정을 관찰하면 마치 내가 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뇌가 반응하는 구조를 뜻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슬퍼하는 얼굴을 보면 내 뇌는 그 사람의 슬픔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쇼미더벳은 과학적으로도 내 안의 거울을 통해 타인을 비추는 감정작용이며 쇼미더벳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비언어적 단서(표정, 몸짓, 눈빛 등)를 민감하게 읽는다. 실제로 상담사, 정신과 의사, 간호사, 고객 서비스 종사자들의 쇼미더벳능력은 그들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연구도 많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Interactive communication)을 하는 방송 종사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쇼미더벳은 감정을 이해하는 ‘머리’보다
함께 느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설명에서 쇼미더벳으로 : 리액션(Reaction)의 중요성

가수가 부르는 노랫말, 코미디의 웃음, 풍자 패러디 유머,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시청자의 사연,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연예인의 실제 생활 모습,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의 시청자에 대한 댓글 읽어주기 등 이 모든 것이 쇼미더벳형 소통이다.


홈쇼핑이나 라이커머스 생방송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객은 상품의 정보보다 감정에 반응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스펙을 전달하는 것에서 신뢰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요즘은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서 중심이 된 실시간 댓글 소통은 판매 성패를 좌우한다. 고객이 댓글을 올리면 쇼호스트(진행자)는 바로 그 댓글을 읽어주고 교감하며 쇼미더벳을 할 때 매출이 더 올라가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고객의 댓글이 올라오는 상황을 보자.

쇼미더벳
쇼미더벳
출처: 롯데홈쇼핑 엘라이브. 에싸소파, 에이스침대 실시긴 댓글과 소통

0352 고객 : (상품에 대해) “이거 저희 엄마도 쓰시고 좋아하셨어요.”

진행자 : “방금 ‘0352님’ 어머님께서 좋아해 주셨군요?”, “이런 댓글 진짜 많이 받아요.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다른 고객님들도 선물하세요!, 0352님처럼 정말 후회 없으실 겁니다.”

이 리액션 멘트들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다.
고객의 감정을 반영한 소통의 언어 설계이자 쇼미더벳 전략이다. 댓글을 읽어주고, 반응하고, 맞장구치는 그 모든 리액션은 고객에게 “나는 지금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고객 유입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실시간 반응에 대한 코멘트가 무시되면 고객은 조용히 이탈한다. 내 이야기를 읽어주지 않는 공간에는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이탈한 고객을 되돌아오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렇게 쇼미더벳은 감정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느냐가 때론 더 중요하다.


쇼미더벳 브랜드 전략의 이동 : 대중에서 개인으로

쇼미더벳은 이제 브랜드의 전략이 되었다. 소비자의 마음에 닿기 위해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감정에 말을 거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쇼미더벳
HOKA, 크록스, 나이키

예를 들어, 신발 브랜드인 HOKA와 크록스는 각각 기능성과 개성을 강조한 제품 커스터마이징으로 “당신에게 맞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HOKA는 발의 피로를 줄여주는 ‘느낌’을 중심으로 달리는 이들의 정서를 어루만졌고 크록스는 지비츠(Gibbitz)를 통해 신발을 감정 표현의 캔버스로 확장시켰다. 단순한 제품을 넘어서, 쇼미더벳 가능한 나만의 무언가로 변모시킨 것이다.


나이키는 키플링 전략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다”는 브랜드 철학을 전달한다. 명동 매장에선 직접 자신의 이름을 각인하거나 컬러 조합을 바꾸는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단순한 고객이 아닌 브랜드의 동료이자 창조자가 된다.


또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매장 곳곳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공간'을 설계했다. 책꽂이 사이사이 작은 문장들, 조용히 앉을 수 있는 공간, 커피 향이 은은한 휴식존은 말없이도 위로를 건네는 감성적 설계다. 그곳은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쇼미더벳이 머무는 공간이다. 그리고 최근까지 교보문고 고유의 향이 있는 디퓨져는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신사는 큐레이션 자체가 쇼미더벳이다. 매주 바뀌는 추천 아이템과 사용자별 맞춤 콘텐츠로 “나를 이해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준다.

결국, “이 브랜드는 나를 이해한다”라는
쇼미더벳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든다.


쇼미더벳을 해치는 4가지 요소들

그렇다면 쇼미더벳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쇼미더벳은 섬세한 감정의 연결이기에 조금만 어긋나도 오히려 거리감을 만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4가지 요소를 보자.


첫째, 억지 쇼미더벳(Forced Empathy)
‘감동을 강요하는 스토리’나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는 진정성보다는 의도를 먼저 드러낸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진정성과 의도를 본능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조작된 감정이라는 느낌을 받으면 신뢰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은 감정의 타깃이 아니라 감정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둘째, 쇼미더벳 피로(Empathy Fatigue)

지속적으로 감정에 호소하거나 과도한 스토리텔링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고객은 점점 무뎌지거나 피로해진다. “또 이런 식이야”라는 반응은 그 순간 쇼미더벳이 끊겼다는 신호다. 단톡방에 특정 인물의 메시지가 자주 올라오는 것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셋째, 해결 중심의 대화(Solution-focused Response)
특히 T 성향의 브랜드나 리더는 문제가 생겼을 때 “왜 그런 선택을 했죠?” 또는 “다음엔 이렇게 하세요” 같은 논리 기반의 해결 언어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은 문제 해결보다 먼저 감정 이해를 원한다. 이 타이밍의 차이가 쇼미더벳을 막는 벽이 된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넷째, 불일치된 메시지(Message Dissonance)
광고에서 강조한 이미지와 실제 서비스나 제품 경험이 다를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신뢰이고 그다음이 쇼미더벳이다. 예를 들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라고 했지만 포장 상태나 배송이 엉망이라면 감동보다 실망이 앞서게 된다.


쇼미더벳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둘러싼 경험과 맥락의 일치에서 완성된다.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고객의 감정을 설계하기 전에 그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쇼미더벳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정작 “쇼미더벳해”라는 말은 쉽지만 그 감정을 진짜로 느끼고 품는 건 어렵다. 진짜 쇼미더벳은 연습이고 선택이며 때로는 스스로와 싸워야 하는 감정의 노동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는 쇼미더벳을 늘 갈망한다.



요약

쇼미더벳은 내가 중심이 아닌 상대를 중심에 두는 감정이자 마음이다.

감정은 ‘느끼는 것’만큼 ‘표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쇼미더벳의 핵심은 상대 입장이 되는 연습과 리액션

쇼미더벳을 방해하는 4가지 요소


실전 팁
개인 : 경청 및 듣는 리액션 훈련, 말보다 눈빛, 손짓, 표정에 담긴 메시지를 알기 / 질문보다 받아들이기
사업자 : 소비자의 이성적 판단보다 강점 상태나 기분을 읽어내고 대응하는 쇼미더벳형 마케팅 필요
쇼미더벳은 나와 브랜드의 표정이다.

참고문헌

Smith, A. (1759).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Decety, J., & Jackson, P.L. (2004). "The functional architecture of human empathy." Behavioral and Cognitive Neuroscience Reviews, 3(2), 71–100.

Gallese, V. (2001). "The 'shared manifold' hypothesis."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 8(5–7), 33–50.

Goleman, D. (2006). Social Intelligence: The New Science of Human Relationships.

“Empathy is a multidimensional construct that includes affective sharing (emotional contagion), cognitive perspective-taking (empathic understanding), and emotional concern (sympathy).” Decety & Jackson, Behavioral and Cognitive Neuroscience Reviews, 2004

“Mirror neurons discharge both when an individual performs an action and when they observe the same action performed by another.” Rizzolatti, G., Fadiga, L., Gallese, V., & Fogassi, L. (1996). Brain, 119(2), 593–60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