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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거북맘 Apr 09. 2025

너는 티파니카지노 자체로 완전한 우주야

이 글은 지난 글(참조)에 제 경험을 넣어 수정했습니다.

글의 주제를 날카롭게 만드는 연습을 하고있습니다.

습작 과정이라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티파니카지노



스텔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딸.


엄마는 어제 저녁에 우연히 핸드폰 사진첩에서 아주 어릴적 너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았어.


생후 1년정도 된 아기 스텔라가 터질듯한 볼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머리에는 분홍색 핀을 꽂은 채 식당에서 밥먹는 엄마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담겨있었지.


엄마가 밥을 먹다가 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네가 꺄르르 소리를 내며 함박웃음으로 화답해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엄마는 몇번이고 그 영상을 돌려보았단다.


네가 이렇게 티파니카지노 자체로 무한한 행복과 사랑을 전해주는 아이라는 것을, 엄마는 잠깐 잊고 지냈던 적이 있었어.


네가 또래보다 느려 남들 다 걸을 때 걷지 못하고, 남들 다 말할 때 말을 하지 못했을때, 엄마의 시선은 오직 너의 ‘행위(doing)’에 쏠려있었어.


너는 ‘티파니카지노(being)’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걱정과 고통으로 보냈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너는 걸을 수 있어야만, 말을 잘 해야만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란다. 네가 걷지 못해도, 말을 잘 못해도 너는 온전히 소중하고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 티파니카지노 그 자체로 빛난다는 것을 좀더 일찍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다시 기억해내서 다행이야. 우리는 모두 살면서 이 중요한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곤 하거든.


많은 철학과 사상들에서 인간의 가치는 ‘행위’ 아니라 ‘티파니카지노’ 그 자체에서 온다고 말해. 대표적으로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Daesin)의 본질은 실존(existence)에 있다(주1)’고 했지.


엄마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자주 잊곤 하는, ‘티파니카지노’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말일까? 엄마는 오늘 ‘나로서 티파니카지노한다는 것’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내가 늘 부족하다는 느낌에 괴로워했어. 항상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렸고, 남들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에 짓눌렸지.


돌이켜보면 엄마는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 ‘내가 원하는 나’와 ‘나라고 생각하는 나’의 간극이 커서 좀처럼 메워지지않는것처럼 보였지.


그래서 엄마는 스스로에 대해 질문하고 방황하면서 20대 시절을 보냈어.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나에게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로서 티파니카지노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엄마는 매년 여름 혼자서 해외로 여행을 떠났어. ‘나로서 티파니카지노하는 것은 무엇인가’ 탐구하기 위한 여행이었지.


그 여행들을 통해 엄마는 많은 보물들을 얻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엄마의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 해 여름, 엄마는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단다. 왜 스페인이냐고? 엄마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스페인에 살았거든.


산티아고는 양치기 소년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꿈에서 본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돼. 그래서 엄마도 산티아고처럼 보물을 찾아 스페인으로 떠난거야.


엄마는 스페인의 유명한 성지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주2)’를 걸었단다. 새벽 해뜨기 전에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15일동안 꼬박 걸었어. 약 500km의 거리를 오로지 두 다리를 이용해 걸어서 갔지.


하루에 30km 이상을 걸었더니 종아리는 땡땡하게 붓고 온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만신창이가 되었어.


매일 저녁 물집에 바늘을 통과시켜 진물이 실로 빠져나오도록 처치하고 소독약을 바르는게 일과였으니 말 다 했지 뭐. 그때 생긴 발바닥의 굳은 살이 아직도 훈장처럼 엄마에게 남아있단다.


엄마는 그 발바닥의 굳은 살을 보면 그 해 여름, 스페인 순례길에서의 내가 떠올라. 발이 그렇게 아픈데도 어떻게 걸었냐고?


정말 신기한건 말이지, 처음 걸을 땐 발이 너무 아파 한걸음도 더 못갈 것 같다가도, 조금만 더 걷다보면 어느새 발의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거야.


그렇게 2시간, 3시간, 5시간 걷다보면, 나중에는 내가 걷는건지 발이 나를 걷게 하는건지도 헷갈리게 돼. 마치 ‘발이 저절로 앞으로 나가면 나는 그냥 거기에 얹혀서 따라간다’는 느낌이었어.



스페인의 청량하게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걸으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까 얘기했지만 엄마는 ‘나는 누구인가? 나로서 티파니카지노한다는 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어.


처음에는 온갖 생각들이 비온뒤 솟아나는 잡초들처럼 무성하게 떠올라. 정말 별의별 시시콜콜한 생각들, 부모님 생각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사귀다 헤어지고 온 남자친구, 어린 시절 자주봤던 티비 프로그램, 기억에 남는 책 구절, 즐겨듣던 노래 가사들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더라.


또한 지금껏 엄마를 괴롭혀왔던 죄책감이나 열등감,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들도 함께 떠올랐어.


한동안 그렇게 두서없이 올라오는 수많은 생각들에 집중해서 골똘히 그 생각의 늪에 잠겨서 길을 걸었어.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생각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거야.


내가 걷는건지 발이 나를 걷게 하는건지 헷갈릴 때 즈음 되면 머릿속에 우후죽순 솟아났던 그 많은 생각들이 싹 사라져있는걸 느꼈어.


그 순간이 바로 ‘무아(無我)(주3)’였다는 걸 엄마는 나중에 여러 공부 후에야 알았지.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알아서 제 갈길을 가고 있고, 나를 지배하던 그 수많은 생각들도 사라져 나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상태.


나는 그저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내 몸,

그리고 텅 비어버린 마음을 바라보는 티파니카지노,

의식 그 자체였어.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내가 나의 굴레를 벗어나 온전히 현존하는 상태,

그건 그야말로 해방과 자유였단다.



그때 느낌이 어땠냐고? 그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낯선 경외감이었어. 마치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경쾌하고도 가벼운 느낌이랄까?


내 발이 땅을 밟으며 걷고는 있으나 그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행복감이기도 했지.


나의 티파니카지노가 몸을 벗어나 점점 확장되어 온 우주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 마치 나라는 티파니카지노가 온 우주에 가득 차있어 내가 그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거야.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길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부루마불 게임판 위의 말이고 그 게임판 위에서 어떤 거대한 티파니카지노가 그 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 거대한 티파니카지노는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어떤 초월적 티파니카지노라고 할 수 있겠지. 이미 내 몸을 벗어난 나의 티파니카지노(의식)는 그 거대한 티파니카지노와 하나가 되어 길을 걷는 내 몸을 조종하고 있었어.


또 정말 신기했던건, 길을 걷는 내가 필요한 것이 마음에 떠오르면 바로바로 현실에 나타났다는 점이야.


목이 마르다는 느낌이 들면 머지않아 물을 살 수 있는 상점이 눈 앞에 보이고, 화장실에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화장실이 나타나는거야.


마치 나와 하나가 된 신이 내게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눈 앞에 대령해주는 느낌이었어.




엄마는 그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어. 나의 티파니카지노는 무한히 확장되어 우주와 하나가 되는, 깨어난 의식이라는 것을.


나로서 티파니카지노한다는 것은 나의 몸, 나의 생각과 감정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바라보고 조절하는 초월적 상태라는 것을 말이야.


내가 곧 우주이고 우주가 곧 나라는 것.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완전한 티파니카지노라는 것.


부족하고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말그대로 ‘생각’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나니 어두운 방에 전구가 탁 켜진것처럼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 같았어. 생각은 내 티파니카지노의 본질이 아니었던거야.


마찬가지로 나에게 떠오르는 감정, 내가 이루어낸 성취나 내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 같은 것들도 내 티파니카지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없어.


독일의 영성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는 그의 책에서 ‘티파니카지노’에 대해 이렇게 말해.


당신은 인간이라는 티파니카지노(human being)이다. (중략)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무엇을 성취했다 해도 ‘인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그때 그곳에 ‘티파니카지노’가 있다. 이것은 고요하고 깨어있는, 의식 그자체의 현존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의식이 본래의 당신이다(주4).


내가 하는 역할과 성취는 인간적 차원에 국한된 것일 뿐, 그 너머에 형상을 초월한 차원에 있는 의식이 바로 나의 ‘티파니카지노’라는거야.


다시말해, 내가 인간적 차원에서 아무리 부족하고 열등한 성취를 보인다 하더라도, 나의 본질적인 ‘티파니카지노’ 자체는 온전하다는 말이야. 처음에 말했던 인간의 가치가 ‘행위’가 아닌 ‘티파니카지노’ 자체에서 온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이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엄마가 너의 티파니카지노가 아닌 걷고 말하는 행위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지난 과거가 정말 부끄러워져.


언제 걸을 수 있을까, 왜 말을 못할까 걱정하는 시선 대신 그 너머 네 ‘티파니카지노’에 눈을 맞추고 사랑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데 말이야.


우리는 곧잘 잊곤 하는 것 같아.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어떤 것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티파니카지노 자체로 소중하고 이미 완전하다는 사실을.



엄마가 깨달았던 ‘티파니카지노’에 대한 위대한 진리는 과거로부터 전해지는 지혜들에도 잘 나타나있어.


힌두교의 경전인 우파니샤드에는 ‘Tat tvam asi(तत् त्वम् असि)(주4)’라는 문구가 있어.

이 문구는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뜻으로, 네 안에 이미 ‘브라만(우주의 궁극적 실재)’이 있다는 뜻이야.


즉, 나라는 개별적 티파니카지노 안에 이미 우주의 절대적 티파니카지노, 신성이 있다는거지.


엄마가 순례길을 걸으며 길을 걷는 내 몸을 게임판의 말처럼 바라보고 조종하는 거대한 티파니카지노가 있는것처럼 느껴졌다고 했지? 우파니샤드에서 말하는 브라만은 이 거대한 티파니카지노, 즉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초월적 티파니카지노를 말하는것일거야.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말은 내 티파니카지노 자체가 바로 그 초월적 티파니카지노와 같다는, 신과의 합일을 의미하는거지.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철학자였던 루미가 남긴 시에도 인간과 우주(자연)의 합일에 대한 내용이 잘 나와있어.


하나의 본질이 전체가 되고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됩니다.
우리는 태양처럼 하나의 본질이었고 매듭이 없었으며 물과 같이 맑았습니다(주5).


내 티파니카지노의 본질이 우주 전체이고, 마찬가지로 네 티파니카지노의 본질 역시 우주 전체라면 결국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거야. 너와 나, 그리고 우주가 다 하나인거지.



엄마가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에 이끌려 스페인의 성지순례길을 걷는 길에서 발견한 보물이 뭔지 이제 알겠니? 바로 내 안의 신성, 티파니카지노 자체로 완전한 우주였어.


그것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지만 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의식이 깨어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결국 자신의 고향집에서 보물을 발견했던 것처럼 말이야.


스텔라, 너는 티파니카지노 자체로 이미 완전한 우주란다. 네게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 안에 있어.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어떤 성취를 이루어내든 그렇지않든간에 너는 완전한 티파니카지노라는걸 기억하렴.


엄마도 너와 내가 인간적 차원 너머의 본질로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우리는 완전한 우주라는 것을 잊지않을게.


티파니카지노의 사랑을 담아, 엄마가.




주1: “The essence of Dasein lies in its existence”. <Martin Heidegger, Sein und Zeit

(Translated by John Macquarrie & Edward Robinson, ‘Time and Being’ 에서 발췌)

주2: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스페인갈리시아 지방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순례지이다. 주로프랑스각지에서피레네산맥을 통해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길을 가리킨다.

주3: 불교의 핵심사상중 하나로, 우리에게 고정된 실체(자아)는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하고 상호의존하며 티파니카지노한다는 뜻

주4: 에크하르트 톨레, 류시화 옮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주4: 찬도기야 우파니샤드 6장 8~16절

주5: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정세희 옮김, 루미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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