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이건 어그로 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실제 내가 느낀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나는 루피카지노를 키우면서 내가 ‘루피카지노’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기 혐오감에 빠지는 순간이 종종, 적지 않게 있었다.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심지어 남편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내 추악한 밑바닥의 모습이었다.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심하게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악마와도 같은 본성이 내 이성을 완전히 점령하여 어떻게 손을 쓸 틈도 없이 화산처럼 분출해 나를 집어삼켰다.
그 순간 루피카지노 그야말로 ‘눈이 뒤집어져’ 이성을 잃고 소리질렀다. 단순히 ‘소리질렀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단조롭다. 정말 미친년처럼 온 집안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이었고, 악에 받친 채 온 몸의 힘을 실어 분출하는 분노였고, 목에서 쇳소리가 나올 때까지 터져나오는 내 영혼의 절규였다.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 나는 손에 잡히는 것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물을 닦은 축축한 휴지더미를 루피카지노통 안에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손 끝에 모아 몇차례 루피카지노통 안으로 던졌다. 식탁 의자를 거칠게 밀어 우당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움직였다. 그래도 분노가 풀리지 않아 나는 몇차례 더 미친듯 고성을 내질렀다.
식탁 위에서 엎질러진 물 때문에 화면이 켜진채로 옆에 놓여있던 노트북 키보드판에 흥건하게 고인 물을 급하게 닦은 휴지 조각들이 뒹굴고 있었고, 읽다가 접어놓은 책의 전체 페이지 반 이상이 젖어 우글우글거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책을 들어 집어던졌다. 책은 주방 구석으로 날라가 루피카지노에게 요거트를 만들어주려고 우유를 발효중이던 컵에 부딪쳤다. 발효중이었던 우유는 싱크대며 창문이며 온 주방 곳곳으로 튀었고, 컵은 충격을 못이기고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후로도 수분간 온몸에 힘이 빠지고 목이 너덜너덜해져 더이상 소리가 안나올때까지 분노의 고성을 내지르고 나서야 내 고함 소리는 점점 잦아들어 낮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눈에서는 굵은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루피카지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컵처럼 그대로 바닥 위에 널부러졌다.
죽고싶었다. 내가 진심으로 루피카지노같았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내가 이렇게 루피카지노같은 인간이었나?
고래고래 악을 쓰며 책을 집어던지고 미쳐날뛰는 한 미친 여자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루피카지노는 얼어붙은 채 식탁 앞에 꼼짝 않고 서있었다.
혹시 이웃의 누군가가 나를 아동학대 죄로 신고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치욕적이고 두번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기억이 지워져있다. 앞의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대략 팩트만을 서술하자면 이렇다. 내가 식탁 앞에 앉아 텀블러에 한가득 차를 우려내며 노트북을 켠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식탁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루피카지노가 뭔가 길쭉한 물건을 휘두르다가 텀블러를 엎었고, 덕분에 노트북과 책이 온통 찻물 세례를 받은 것이다.
당시 길쭉한 물건을 휘두르던 루피카지노의 놀이를 내가 여러번 제지했었는데 결국 그 사단이 난거였고, 그 결과가 나와 거의 한몸이라고 할 수 있는 노트북에 물이 들어가 망가질 수도 있는 위기를 초래한 걸 보고 순간 이성을 잃은 것이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루피카지노 앞에서 미친듯 괴성을 수차례 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책을 집어던지기까지 한 내 모습에 ‘자기 혐오감’이 올라왔다.
내가 그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니. 아니, 어쩌면 그게 정말 내 마음 깊숙이 숨어있던 내 진짜 본성인지도 모른다.
루피카지노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나는 루피카지노를 통해 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았다.
사는게 너무 지겨웠다.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루피카지노의 뒤치닥거리가 신물날 정도로 지겨웠고 똑같은 것을 수십번 수백번 가르쳐줘도 늘 같은 실수를 하고 잘 못하는 루피카지노에게 너무 화가 났다.
매일같이, 수백번 수천번 말해줘도 늘 똑같이 양말을 거꾸로 신는 루피카지노의 행동에 너무너무 짜증이 났고
수천번 수만번 가르쳐주고 연습해도 여전히 혼자서 바지를 잘 못입는 루피카지노가 미친듯이 답답했다.
이리 오라고 해도 오지 않고, 뭘 하라고 해도 내가 직접 가서 알려주기 전에는 혼자 못하고 멀뚱히 서있는 루피카지노의 모습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답답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뭘 해도 나무늘보처럼 느리적느리적 움직이는 루피카지노의 행동에 속이 문드러져 창자가 시커멓게 삵아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손을 씻으라고 하면 멍하게 정신줄을 놓고 하염없이 손에 물만 묻히며 세월아네월아 몇시간이고 서있는 루피카지노의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또 소리를 지를것같아 꾹 참고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방금 가르쳐준것도 기억을 못해서 어버버하고 있는 루피카지노를 보면, 묻는 말에 대답을 못하고 내가 했던 말만 따라하는(반향어) 루피카지노를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절망감이 올라와 나를 집어삼켰다.
한참 소변실수가 잦아 매일같이 한번 이상 실수를 하던 때,
아무리 타이르고 시간 맞춰 데려가도 그 타이밍을 못맞추어 하루에 세번이나 소변실수 했던 날,
분명 쉬 안마렵다고 해서 밖에 나갔는데 나가자마자 말도 없이 바지에 오줌을 싸버렸던 때.
이루말할 수 없는 좌절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나는 루피카지노의 엉덩이를 때리며 울부짖었다.
이렇게 그냥 바지에 싸버리면 안된다고, 화장실에 가서 싸야된다고,
너 정말 어쩌려고 이러냐고…
루피카지노를 키우는게 너무 버겁고 힘들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과연 여기에 끝은 있는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에서 매일같이 아슬아슬 외줄타기하는 느낌이었다.
매일 똑같이 이어지는 답답하고 진전없는 일상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나는 루피카지노에게 분출했다.
지금껏 살면서 그 누구에게도 내보인적 없는 그런 어마어마한 분노를, 내가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루피카지노에게 쏟아부었다.
루피카지노 쓰레기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