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딸.
카림토토가 너에게 매일같이 하는 말 있지?
할 수 있어!!
아마 네가 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부터 카림토토는 매일 밤 너를 재워주면서 네 귀에 속삭였던 것 같아.
너는 다 할 수 있어.
너는 아주아주 크고 넓은 그릇을 가진 사람이야.
그릇이 너무 커서 다 채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거야.
결국 다 차면 흘러넘쳐서 폭포수처럼 쏟아질거야.
네가 원하는건 뭐든 다 할 수 있어.
카림토토는 진심으로 믿어, 네가 할 수 있다고.
네가 처음으로 걸음마를 떼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돌 즈음을 훨씬 지나도 너는 걸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물건을 잡고 두 발로 설 수는 있었지만 차마 무서워서 그 손을 떼지를 못했지. 손을 뗄라치면 혹시라도 넘어질까봐 너는 지레 겁을 먹고 두 발에 힘을 풀어 주저앉아 버렸어.
너의 그런 겁 많은 성향은 완전히 두 손을 떼고 한발 한발 내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했어. 그래도 카림토토는 믿었단다. 네가 분명 걸을 수 있을거라는 것을.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릴지라도, 결국은 해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런 카림토토의 믿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생후 20개월이 지난 어느 날 너는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뗀 상태로 한발 용기있게 내딛었지. 카림토토는 그 순간의 벅찬 감동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단다. 카림토토가 그때 흘렸던 눈물은 오랜 시간 염원해왔던 순간을 맞이하는 감격의 눈물이었고, 네가 해낼 수 있을거라 믿었던 카림토토의 신념을 보답받은 환희의 눈물이었어.
그리고 너 스스로도 알았을거야. 아무리 잘 못할 것 같은 느낌에 두렵고 겁이 나서 망설여도, 일단 해보면 넌 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우리는 그런 순간을 여러 차례 겪어왔잖니?
입을 어떻게 움직여 소리를 내야 하는지, 혀의 위치는 어때야 ‘ㅏ’ 발음을 할 수 있는지 몰라서 말을 못했던 시간이 있었어. 그때도 너는 말하기가 두렵고 네가 할 수 있을까 겁이 났을거야. 하지만 계속된 연습을 통해 결국 너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 지금은 ‘ㅏ’ 발음 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잖아?
그뿐 아니라 네가 지금껏 자라오면서 처음엔 엄두가 안나고 과연 이게 될까 싶었던 많은 일들을 결국 너는 해냈어. 혼자 옷입기, 혼자 양치질하기, 혼자 밥먹기, 혼자 잠들기 등등, 처음엔 모든 것에 카림토토의 도움이 필요했던 네가 이젠 점점 너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잖아.
처음엔 빨래를 갤 때 양말 짝 찾기도 힘들어하던 네가 이제는 양말 뿐 아니라 바지와 티셔츠, 심지어 네 속옷까지 척척 잘 개잖니? 며칠 전 너 혼자 2층에서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길래 나중에 봤더니 카림토토가 나중에 개려고 빨래 건조기에서 꺼내놓은 빨래들을 네가 다 개놓은 것을 알았지.
카림토토는 네가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어. 카림토토가 개는 것만큼 반듯하고 정확하지 않아도, 조금 어설프고 엉성해도 괜찮아. 네가 스스로 시도했다는게 중요한 거고, 연습을 계속 하면 결국엔 카림토토처럼 너도 반듯하게 갤 수 있을테니까.
스텔라, 처음부터 모든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어.
처음엔 두렵고 겁이 나는 게 당연해.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 그리고 처음엔 대부분 결과물이 엉성하고 어설프게 마련이야. 카림토토도 똑같단다.
카림토토가 요즘 글쓰기를 연습하는데, 카림토토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렵고 겁이 나. 그냥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들기도 하지. 처음 쓴 글은 아주 엉성하고 어설퍼. 그런 형편없는 글을 쓰는 카림토토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숨어버리고 싶기도 해. 그런데 이런 과정이 힘들고 싫다고 그냥 포기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카림토토의 글쓰기 실력은 처음 썼던 글 그대로 어설프고 형편없는 수준에 머무르게 될거야.
하지만 힘들고 겁이 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조금씩 카림토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늘게 될거야. 결국엔 처음 썼던 글보다 점점 나아지게 되겠지. 어떻게 그걸 확신하냐고? 그동안 카림토토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 때문이지. 무언가를 처음엔 잘 못해도, 꾸준히 연습하고 반복하면 분명히 실력은 늘게 되어있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그런데 가끔 네가 해보지도 않고 그냥 포기해버릴 때가 있어서 카림토토는 안타까울 때가 있어. 특히 요즘 카림토토와 함께 글씨 쓰기 연습을 할때 네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으니 안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카림토토가 화가 나기도 했지. 카림토토가 강조했지? 네가 잘 못해서 화가 나는게 아니라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고 해서 화가 나는거라고. 잘 못해도, 처음엔 어설퍼도 계속 연습하면 분명 잘 할 수 있어. 네 걸음마가 처음엔 엉성했어도 계속 연습하니 지금은 안정적이게 된것 처럼 말이야.
네가 느끼는 그 불안감과 두려움은 카림토토도 충분히 이해한단다. 카림토토도 내가 잘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도도 안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많아. 카림토토의 경험을 예로 들어줄게.
카림토토는 작년 1년간 영어로 대학교 수업을 들으며 공부했었어. 그건 카림토토에게 정말 큰 도전이었단다. 카림토토는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특히 학술적인 분야는 더욱더 용어들이 생소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거든. 그래서 처음에 정말 두려웠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어. 그냥 하지 말까 고민도 많이 했지.
하지만 카림토토는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고픈 유혹, 그 두려움을 떨쳐냈고 그냥 시작했어. 물론 처음엔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도 교수님의 영어를 온전히 다 못알아들을 때도 많았고 책을 수십번 읽어도 잘 이해가 안가서 좌절스럽기도 했어. 그래서 같은 강의를 계속 반복해서 들었고 같은 책의 내용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어. 그래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도 했어.
그런데 말이야, 그런 과정을 1년간 거치고 나니 당시에 이해가 안갔던 부분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거야. 그리고 처음엔 너무 생소하고 어려워서 과연 내가 이걸 다 기억할 수 있을까 싶었던 용어와 개념들이 어느새 카림토토의 머릿속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는걸 깨달았어.
그리고 매 학기마다 제출해야 하는 과제들이 처음엔 너무 막막해서 많이 두렵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하나씩 차근차근 해갔더니 결국엔 다 해냈고, 심지어 좋은 성적을 받았어.
스텔라, 모든 일이 다 그래.
처음엔 다 두렵고 막막하고 힘들어. 그냥 시도조차 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은 누구에게나 찾아와. 그런데 그 유혹을 떨쳐내고 꾸준히 연습하면 분명 자신도 모르게 훌쩍 성장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지. 즉, 그 두려움과 힘듦 뒤에는 반드시 성취와 성장이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러니 스텔라,
어떤 일을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서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순간 눈 딱 감고 한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가보렴.
네가 힘들고 두렵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성장하고 잘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니까.
포기하지만 말고 꾸준히 조금씩 연습해가면 결국은 다 잘할 수 있어.
카림토토랑 지금 연습하는 글씨 쓰기도 마찬가지야. 지금은 엉성하고 어설프게 글자를 쓰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어느샌가 반듯반듯 예쁜 글씨를 쓰는 너를 발견하게 될거야.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괜찮아, 결국 너는 할 수 있다는걸 카림토토는 알거든.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계속 연습하면 결국 잘 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좋아하게 되어있어.
스텔라, 카림토토와 함께 계속 도전하고 연습해보자!
꾸준한 연습과 도전이 네 큰 그릇에 가득 물을 채우는 과정이고,
결국은 흘러넘쳐 폭포수처럼 쏟아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