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니 방 창문에 슬롯사이트 차단 비닐을 쳤다. 구축 아파트라서 그런지 새시를 새로 했음에도 어쩐지 공기가 찬 것만 같다. 보일러를 하도 틀어놔서 바닥은 지글지글 끓는데 방 안 공기는 쉽게 데워지지 않아 속상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침대를 사지 말고 톡톡한 요를 사다 바닥 생활을 하게 해 줄걸. 육아는 대부분 부모가 한 선택의 결과일 공산이 크기에 어떤 사안의 선택마다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 것 같다.
다니 침대에 같이 누우면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춥다. 바닥의 열은 전해지지 않고 슬롯사이트에 의한 찬 공기가 뺨에, 발에 닿아 체온을 떨어뜨린다. 다니가 아기라서 손발이 찬 것도 맞지만, 결국 방 안이 추워서 찬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미안해진다.
그래서 슬롯사이트 차단 비닐이라는 것을 쳐보기로 한 거다.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니 방이 따듯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꼼꼼히 붙여 본다. 내가 산 제품은 자석 타입이다. 밸크로 타입은 여닫을 때 소음이 심할 것 같아 자석 타입으로 골랐는데, 생각해 보니 겨우내 이 방 창문으로 환기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이걸 혼자 할 생각이었다. 이까짓 거 혼자 너끈히 해내지 했는데, 승완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절대 못 해냈을 것 같다. 다른 게 아니라 오른쪽 손목이 너무 심하게 아파서 자석 부착 작업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둘이 창문에 달라붙어 낑낑대는 걸 바운서에 앉아 슬롯사이트가 지켜봤다. 엄마 아빠가 저를 위해 무언가 하는 줄 아는 건지 칭얼대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려줬다.
일단 설치 완료. 방 안 온도가 정말로 올라갈까. 기대 반 떨떠름함 반이다.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슬롯사이트 방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 나는 어쩌지도 못하는 사실에 속이 상한다.
설치 후 몇 시간이 지났는데 방 안은 그리 훈훈해지지 않았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안방은 너무 따듯하다. 슬롯사이트는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양털 스프레드가 안방 침대에 깔려 있고 이 방의 주인은 성인 두 명이라 방 안의 온도를 데우는 게 식은 죽 먹기니까. 우리 방만 따듯한 게 너무도 미안해진다.
슬롯사이트 방에 가서 잘까. 슬롯사이트 침대 밑에서 자면 그것도 분리 수면이잖아. 우리가 슬롯사이트 방을 좀 덥혀주자.
지금 승완은 슬롯사이트 침대 밑에 누워 책을 읽고 있다. 내게는 금방 다가올 수유를 위해 조금 자두라고 신신당부하며 문자 금지!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덕에 나는 홀로 따듯한 침대에 누워 자는 대신 오늘을 기록한다.
슬롯사이트 방은 따듯해졌을까. 승완의 체온으로 슬롯사이트 방이 따듯해졌다면, 승완은 괜찮은 걸까. 제 몸이 온기를 다 빼앗겨버려 감기에 드는 건 아닐까. 나는 승완의 사랑이 예쁘고 감사하면서도, 승완의 건강이 걱정된다.
아마도 한 시간 내로 수유를 할 것 같다. 요즘 나는 수유 직후에 금방 잠에 들지 못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슬롯사이트와 분리 수면을 시작한 후로 언제라도 슬롯사이트가 깨면 즉각 반응하기 위해선지 내 몸은 초긴장 상태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는데도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모든 신경 세포를 슬롯사이트에게로 열어젖히고 있다. 임신과 출산 이후 내 몸의 주인은 두 명이다.
홈캠엔 승완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승완 덕분에 슬롯사이트가 어느 때보다 잘 자는 것처럼 보인다. 방 안의 훈훈한 온기가 폐쇄회로 영상에서도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온기에 놀랍게도 잠이 쏟아지는 것 같다.
202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