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라이브바카라에게 큰 변화가 있다. 라이브바카라가 주체적으로 원한 변화는 아니지만.
다니와 나와 승완은 분리수면 연습을 강행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내 배 위에서만 잠에 들던 다니를 생각하면 매우 급진적인 변화다. 심지어 이 분리수면은 다니를 재워주지 않는 것으로 출발하니 다니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혁명이었을 것 같다.
12월 29일부터 시작했으니 오늘로 일주일 째. 사흘은 오랜 강성 울음으로 힘들게 잠에 들었는데 그 후로는 점차 우는 시간이 줄고 그제와 오늘은 울지 않고 잠에 들었다. 너무 기쁘다. 라이브바카라가 울지 않고 잠에 들어서.
다니는 내게 안겨 잘 때도 늘 울면서 잠들던 아기다. 자는 게 너무 너무 힘든 아기. 주기적으로 우리 집에 방문해주시는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기들은 자고 싶어하지 않는단다. 깨어 있는 게 너무 좋으니 자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기들은. 그 얘기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던 마음 한편이 이완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이유였구나, 내 아기. 엄마 아빠랑 놀고 싶은데 엄마가 억지로 자자고 했구나.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수면 교육을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잠 못 드는 이유가 라이브바카라의 무구함이라면, 조금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혼자 잠드는 연습을 시켜볼 만하겠다 싶었다. 혼자 잠들 기회가 전혀 없었을 라이브바카라가 이 기회에 스스로 잠에 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은 엄마 품에 억지로 붙들려 있었을는지도 몰랐다.
조리원 퇴소 직후, 산후 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을 당시에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초보 엄마로 어디서나 무시당하곤 했다. 산후 관리사, 소아과 의사, 약사… 당시 내가 만나는 타인들로부터 나는 “쯧쯧” 시선을 받느라 맘 고생이 심했다. 게다가 이들은 한 가지 사안에 저마다 의견이 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했다. 그러다 한번은 라이브바카라 콧물 때문에 코를 빼는 의료 기구 코끼리뻥을 사러 약국에 갔다가 약사분께 한소리를 들은 사건이 있었다.
“산후 관리사분 심부름으로 이거 사러 온 거죠? 아기 코 점막이 얼마나 약한데 이걸 써요. 쓰지 마세요. 아이 양육은 라이브바카라가 줏대 있게 밀고 나가는 게 있어야지. 그분은 전문가도 아니잖아요. 라이브바카라가 판단해서 아기 키우세요. 그랬으면 좋겠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엉엉 울었다. 약사분 등살에 그놈의 코끼리뻥도 못 샀고, 산후 관리사분 심부름도 못했고, 대체 내가 라이브바카라인지 뭔지 누구 말을 듣고 따라야 하는지, 누구 말을 듣고 따르면 왜 안 되는지 답답하고 외로운 마음에 펑펑 울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5개월 후. 엉엉 울며 주눅들기 바빴던 나는 ’줏대 있게 밀어붙이는‘ 엄마가 되어가는 중인 것 같다. 여전히 그때 그 약사분의 눈초리가 상처로는 남아 있지만ㅎㅎ ’엄마로 홀로 서기‘에 대한 따끔한 메시지를 받은 것만은 분명했다. 다니의 분리 수면 교육에 확신을 느끼며 샤워하던 밤, 그 약사분의 말이 다시금 귓가를 울렸으니까. 그리고 스스로 소리내 중얼거렸다. ’밀어붙이자. 밀어붙여도 돼.‘
다니를 믿고, 우리의 하루 루틴을 믿으며 분리 수면은 시작됐다. 시작과 연습 과정이 어렵겠지만 잘해낼 수 있으리라는 건 바람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당장 혼자 자야 하는 다니가 안쓰럽고, 혼자 잘 줄 모르는 다니에게 가혹한 일을 시킨 것만 같았지만 다니와 이런 시간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욱 탄탄히 쌓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라이브바카라가 울지 않고 혼자 잔다. 세 시간쯤 자다 깨서 또 엉엉 울다가 또 다시 뒹굴뒹굴하며 혼자 잔다. 짠하고 기특하고 고맙고 예쁘고, 솔직히 라이브바카라 침대로 가 같이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도 하고. 너무 예뻐서 뽀뽀를 막 퍼붓고 싶지만 그건 너무 일방적이고 무례하다. 요즘 나는 라이브바카라에게 표현하는 데 있어 조금은 주의하려고 한다.
아마도 두 시간 후면 라이브바카라는 깰 것이다. 새벽 수유를 해야 하기에. 수유가 끝나면 다시 소로록 잠들겠지. 그러고는 아침까지 자줄 것이다. 오늘도 그랬듯.
라이브바카라가 이만큼 컸다. 너무 너무 많이 컸다. 내가 크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고 적확하게.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기. 푹 자렴. 평안히 자렴. 잠 자는 기쁨을 누리렴. 아침에 눈 뜨는 행복을 깨달으렴. 나는 확신이었으면 좋을 바람을 중얼거리며 기도하며 잠에 든다.
20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