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가 태어난 지 오늘로 181일. 생후 6개월을 4일 앞둔 날이다. 슬롯 꽁 머니랑 벌써 반년 가깝게 살았구나. 매일 어려워했지만 그럼에도 성실히 흘러간 시간 덕분에 우리는 제법 모녀 티가 나고, 서로에게 많이 적응한 것 같다. 무엇보다 내 산후 우울증이 정말로 많이 좋아졌다. 아직 말끔히 나은 게 아닐지 몰라도, 대책 없이 울거나 절망에 빠져 숨이 막히는 기분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하는 사명 앞에 놓인 나는 무책임하게 죽어버릴 수 없기에 다시금 슬롯 꽁 머니을 붙들었다. 모태 신앙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슬롯 꽁 머니께로 다시 돌아오는 길밖에 없었다. 잠재워지지 않았던 불안과 절망, 염려와 두려움을 슬롯 꽁 머니께 맡기는 일은 쉽지 않다. 영혼의 일은 육의 일과는 본질적으로 달라서 능력의 주체인 슬롯 꽁 머니의 도움 없이는 그마저도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매일 구하고 있다. 나의 불안을, 절망과 염려를, 두려움을 슬롯 꽁 머니께 의탁하고 이 땅에서의 삶을 기쁘고 감사하게 살게 해달라고. 그걸 슬롯 꽁 머니이 기뻐하시는 걸 믿는다고.
이런 내 기도를 듣고 계시는 하나님은 선물처럼 여러 사람들을 내게 보내셨다. 천사 같은 사람들을. 처참했던 산후 우울증의 시간을 이길 수 있도록 가족,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원래 나와 관계했던 사람들과 더불어 평생 모르고 지냈던 사람들까지 내 곁에 있게 해주셨다. 슬롯 꽁 머니라는 존재가 너무 약하기 때문일까. 하나님은 이 존재를 살리려고 놀라운 사랑을 여기저기서 마구 받게 해주신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슬롯 꽁 머니들이 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혹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꼭 도움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는다. 바로 지역 보건소 슬롯 꽁 머니들. 생애 초기 건강 관리 사업 덕분에 만나게 된 분들이다.
생애 초기 건강 관리 사업은임산부와 2세 미만 영유아가 있는 출산 가정에 전문 교육을 이수한 간호사 등이 방문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 및 영아 발달 상담, 슬롯 꽁 머니 교육 등 대상자별 맞춤형 건강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다. 산모나 아이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면, 1~2회 방문으로 서비스는 종료된다.
내 경우, 지금까지도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고 있다. 산모 건강 상태 평가에서 내가 정말 안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과 상담 및 약 처방을 받았던 과거 병력도 한몫했지만, 현재 상태의 우울 강도가 너무 높아서 관리 대상 산모가 된 것이다. 나와 같은 산모들은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돼 지속 방문 서비스를 받는다. 이 서비스는 아이의 월령에 따라 주 1회 방문에서 두 달에 한 번 방문(정확하지 않다)까지로 그 간격이 늘어난다. 생후 몇 개월까지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해당 월령까지 나와 내 아이의 건강 상태를 전문 인력이 꾸준히 살펴준다. 이 사실이 불안에 떠는 우울증 슬롯 꽁 머니를 얼마나 안심시키는지 모른다.
나는 간호사 슬롯 꽁 머니과 사회 복지사 슬롯 꽁 머니 두 분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사회 복지사 슬롯 꽁 머니께서 상담을 전공한 분이라 더 특별한 도움을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한 분은 다니의 상태를 주로, 한 분은 내 상태를 주로 점검해주시는데 나나 다니 상태에 따라 시간의 큰 제약을 두지 않고 넉넉히 돌봐주신다.
한동안은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듯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다니의 상태에 궁금한 것이 쏟아질 때는 메모장에 질문을 잔뜩 적어 슬롯 꽁 머니을 만날 때 줄줄이 읊었다. 슬롯 꽁 머니은 잘하고 있다고 하셨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고, 그게 바로 매일 나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독려해주셨다. 너무 귀찮지 않으세요? 하면 그렇지 않다며 등을 토닥여주셨다.
나는 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미친 사람처럼 굴었는지. 주체 못하고 얼마나 울며 이야기했는지. 질문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슬롯 꽁 머니 두 분 모두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조금은 건조하게 격려하시며 나를 진정시켜주셨다. 나는 그분들의 건조한 다정함을 먹으며 마음을 배불렸다. 헛헛해지지 않게 든든히 배를 불리며 오늘에 이르렀다.
매일의 분투 속에 함께 참전해 싸워주신 두 분. 어쩌면 다니를 낳고 가장 자주 만난 두 분이야말로 나와 다니의 제1 슬롯 꽁 머니셨다. 내일은 복지사 선생님과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다. 거의 한 달만. 벌써부터 마음이 포근해진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 다니는 경청해준다. 그러다 저도 옹알이로 한마디씩 거든다. 그러면 우리 셋은 기분 좋게 웃는다. 그런 시간이 내일 다가온다. 설렘이다.
20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