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을 온통 혼란 속으로 빠지게 했다. 사람들의 이동과 만남까지도 공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기막힌 세상을 만났다. 강제적 비대면 사회가 길어지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기존의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혼돈의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강좌가 폐쇄되면서 나의 취미 활동도 절름거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틈틈이 애니타임 카지노을 그리기는 했지만, 한 번 식은열정에불을지피기는 쉽지 않았다. 기약 없는 긴 침묵과 고독한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2년 여 세월이 지나고,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세상이 기지개를 켜며 서서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나도 깨어나야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디지털 드로잉'을 접했다. 그 환상의 세계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던 나를 유혹했다. 공공기관에 비해 수강료가 턱없이 비싼 사설학원 강좌에 과감히 등록했다.아들이 아버지의 열정을 듣더니, 비싼 태블릿까지 선뜻 선물하며 응원해 준다. 고맙고 힘이 났다.
들뜬 기대를 안고 시작한 나의첫 수업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열댓 명 되는 클래스에는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미래의 화가와 웹 전문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귀밑머리 희끗한 내가 신기한 지 힐끔힐끔 쳐다본다.눈이 초롱초롱한 손주뻘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은 낯설고 머쓱했다. 선생님의 개별 지도로 시작은 했으나,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하나를 배우면 또 애니타임 카지노 것이 나를 괴롭히고, 오작동으로 멈추고,삭제되고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디지털 드로잉은 내가 여태 해오던 전통적인 애니타임 카지노 그리기 방식과 비교하여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했다. 키보드 하나로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수정이 용이하고, 색상과 채도의 비교 선택도 편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프로그램 사용법이나 다양한 도구와 브러시, 필터, 레이어 등 기능을 숙달하는 데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았다. 사실, 나는 오랜 직장 생활 동안타자기에서 컴퓨터로 발전하는 과정을 모두 겪은 세대라서 컴맹이아님에도불구하고,디지털 드로잉은 또 다른 세계였다. 조잘조잘 떠들면서도 능숙하게 키보드를 조작하고, 화면을 돌리고 확대 축소하며 애니타임 카지노을 그려내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집에서 유튜브를 봐가며 기능을 익히려 애썼지만, 돌아서면 금방 까먹기일쑤였다.두어 주가 지나고 아이들과친해지면서,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잘 알려주기도 했다.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시간이조금씩 편해졌다.
기본적인 키보드 기능과 선긋기부터 색상, 채도, 명암을 익히는데 한 달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시간나는 대로 학원 자습실에서 연습을 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출근해서 어둑해질 때까지 종일 애니타임 카지노 하나와 씨름을 했다. 레이어를 활용해서 간단한 애니타임 카지노한 장완성하는 것 만도 꽤 많은 열정의 시간이 필요했다.
두어 달이 지나고,몇 개의 습작과 모작을 거쳐 두 개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라이딩을 즐기는 나와,붓을 들면 행복한 내 안의 나를 표현했다. 연필과 붓으로 그릴때 보다몇 배가 넘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마냥행복했다.각종 기능이조금씩 손에 익어간다는반증이기 때문이었다.
서너 달이 지나면서 조금은 디테일한 인물화도 그려낼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양한 기능과 기법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능숙한 아이들의 손놀림이여전히 부러웠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다시 등록해야 하는 결정의 시간이 왔다. 고민이 많았다. 계속하느냐 마느냐, 두 개의 마음으로 심한 갈등을 했다. 변명 같지만, 욕심을 부리다 보니 장시간 모니터에 노출된 눈이 충혈되고, 몸에 무리가 가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다.쉬어가기로 했다.그러면서잠시 쉼표를 찍을 뿐, 마침표가 아니라고 마음속 변명으로나를 위로했다.
디지털 드로잉의 욕심을 잠시 접고, 언젠가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던 사군자로 눈을 돌렸다.
사군자(梅蘭菊竹)는 각각 봄(雪梅), 여름(蘭草), 가을(秋菊), 겨울(靑竹)을 뜻한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매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퍼뜨리는난초, 늦은 가을에 첫추위를 이겨내며 피는국화,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유지하는대나무는덕과 학식을 갖춘 군자의인품을닮았다하겠다.
내가 그 옛 선비처럼 군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이에걸맞은 사군자에 몰두해 보고 싶었다.동 주민센터강좌에 등록을 하고, 인사동 필방에서 사군자 붓 몇자루와 서연지,문진 등을 샀다.
첫 강의가 시작되는 날. 나와 비슷한 연배이거나 칠순을 훨씬 넘긴 분들이 묵향 가득한 강의실을 메우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보다 마음이 훨씬편했다.이미 오래전입문한 대선배의 과묵한 얼굴에서 그 옛날 군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이름 있는 대회출품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선배들이부러웠다. 선생님은'열정의 시간이 답'이라며 초심자인나를 격려해 주신다.수묵화에 입문한 지 30 년이 넘는다는 선생님의 한 마디가 가슴에 닿는다.
사군자에 입문하여 蘭을 치기 시작한 지 몇 개월이 흘렀다. 또 하나의 친구를 만난 행복이 은은한 묵향으로 가슴에 스민다.식지 않는 열정의 시간이 지나면, 나도 언젠가 그들의 대열에 한 발짝 들여놓을 날이 있을 것을 믿는다.
아직도 늦지 않은 나의 도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