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항게. 그러니까 존재한다 말이시"
재미삼아 첫 머리를 전라도 사투리로 시작해본다.
왜 전라도 사투리냐고?
고것은 내 맘인 겨(요즘 드라마 '정년이'를 늦게서야 보고 있다.)
가끔 나는 유명인들의 어록을 사투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요런 재미도 있어야 될 것 같아서다. 하하.
아래 번역이 몇 십년 동안 사용되었지만 사람들은 바꿀 생각을 안한다. '고로'가 언제적 언어인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위 문장의 주인 데카르트는 독서를 ‘대화’라 불렀다.
왜 대화일까?
예상했겠지만, 자신의 생각과 저자의 사유가 소통하는 물꼬가 바로 독서다. 데카르트도 인지했던 부분이다.더 나아가 읽은 책의 소회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면서 또다른 타인과의 소통으로 확장된다. 결국 독서는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활자를 통해 알아챈다.
물론 모든 책이 인사이트를 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그건 알자. 나도 몇 권의 책을 쓴 저자지만 아무리 하찮은 책이라도 그 안에는 작가의 숨결과 영혼이 들어 있다. 그래서 함부로 평가는 조심! 읽는 자는 책에서 한 문장만 건질 수만 있다면 금광을 캔 소득에 비할 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존재이유다. 작가의 지혜는 글에 머물지만, 독자의 깨달음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것.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책은 물체지만 물체가 아니다. 읽는 이의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정신의 존재다.
2년 전, 나는 재독일 한인청소년을 대상으로 북스타트를 시작했다. 모임명은 북유럽(Book You Love). 처음엔 노파심이 일었다. 한국 아이들에게 있어, 모어로 된 책을 읽게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기우였다. 아이들은 한국책을 사랑하는 책덕후들답게 책을 이해하는 폭이 깊고 넓었다. 그들의 한국어 독해 실력에 한 번 놀랐고, 이해능력에 두 번 놀랐다.
"자, 너희들 중에 노벨문학상 나오자!!"
그때 내가 외쳤던 구호였다. 그게 채 1년도 안 되어 한강 작가가 포문을 열 줄이야. 뜻깊고 눈물나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다리를 놓았으니 이제 우리 아이들이 사뿐히 건너가서 제2,제3의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면 되는 것이다.
내가 독일에 처음 왔던 시기와는 달랐다.
지금 한인 아이들은 모어인 한국어 구사를 자랑스러워 한다. 부모들의 모국어 교육도 제법 탄탄하다. 한글학교도 문전성시다. 세종학당이나 대학의 한국학과 인기도 급상승이다. 순간,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예언 같은 말 '동방의 등불'이 지금 이때를 말함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전 세대인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2세들은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다. 가난한 나라의 언어를 조금은 부끄러워 했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속된 말로 국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부심이,내장된 칩처럼 장착되어 있다.
나는 부모교육을 할 기회가 생기면 재차 강조하곤 한다. '해외에서 사는 아이들에겐 모어를 기본으로 한 이중언어의 습득은 인식의 폭을 넓혀준다. 그러니 모어 사용을 소홀히 하지 말길' 주문한다.
해외에 사는 한인 아이들에게 힘든 정신적 관문은 정체성의 혼란이다. 그 혼란이 퇴적층을 이루면 자존감의 결여를 낳는다.
2022년 <한독문학공간에서는 재독 한인청소년들이 열연하는 연극 <유리천국을 독일 무대에 올렸다. 당시 나는 연극의 대본을 맡았다. 정체성과 동기부여, 자존감에 대한 테마였다. 주인공은 '하루'라는 한인 십대 청소년이다. 교육천국이라는 독일에 어머니와 함께 기러기 가족으로 와 있다. 로망을 안고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인공 청소년이 겪는 내면의 고뇌를 5개의 신체 장기로 은유화시켜 실험적으로 올린 극이었다. 주인공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찾아가는지 더듬어가는 과정이다. 배우들 몇몇은 연극의 인물들처럼 독일학교에서 인종차별이나 학습 부진의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그들이 연습하는 과정을 청취하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스텝으로 함께 한 청년들도 비슷하게 독일에서 아프고 쓰러지고 일어섰던 아이들이었다.
누군가를 위로해본 적도, 위로받은 적 없던 그들은
그들 또래집단 안에서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 것 그대로 오롯이 즐기고 만끽했다.
한인 아이들은 이곳 독일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독일에 온 경우다. 나홀로 조기 유학생들도 있다. 그들 중 더러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한다. 극단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봤다.
그들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기가 힘들어 생을 포기한다. 죽고 싶지 않지만 살기는 더 싫은 것이다.
더 나은미래를 위해 꿈을 꾸며 왔지만 가끔은 누구의 꿈인지 알지도 못한다.
어른인 나도 그렇다. 홈그라운드가 아닌 이방인이 가진 원천적인 열등의식이 뿌리깊다. 억센게르만인들 사이에서 주눅이 든다. 건조한독일어억양으로 쉴새 없이 지저귀는 그들의 입술을 볼 때힘이 빠진다. 하물며 바카라 에볼루션 어떨까?
다행히 요즘은 한류문화를 등에 업고 고국의 위상도 높아졌다. 한국어와 책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한강의 노벨상 소식은 한국책문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나는 한인 바카라 에볼루션과 한국책을 읽으면서 한동안 실어증 환자처럼 멍해졌다. 너무 감동받아 울컥해서였다.
사실 바카라 에볼루션과 독일어책을 읽어도 무방했다. 하지만 모어로 된 우리책은 우리의 언어만이 가진 정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언어 속에 담긴 혼의 덩어리들을 공감해주길 바랐다. 결국 그게 세계화,로 향하는 지름길이었다.
한국책 청소년 북클럽은 만남과 대화의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함께 책을 읽고 정기적으로 만났다. 아이들은 그들 안에서 깊이 사유하는 법을 배웠다. 책 속에서 방법을 찾고 자신을 찾아갔다. 뿌리의 언어인 한국어를 통해 정체성을 심어주니 자존감도 높아졌다. 아이들은, '사유하는 힘은 독서가키워준다'는 것을 독일학교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었다.
독일교육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다. 그 사고의 모태는
깊이 있고 다양한 독서에서 비롯된다.
북클럽 활동은 2년 여 지속되다,종이책 공수의 어려움으로 아쉽게 끝났다. 하지만 이제 e북으로 책을 읽곤 한다.
책은,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하게 하고, 결국 비전을 세워주는출발선이다. 자라나는 바카라 에볼루션에게는나침반이다. 요즘처럼 스승이 부재한 세상에 책 속에서 나만의 멘토를 찾을 수도 있다.
그렇게 끊임없이 책 우물을 퍼올리다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울컥하는 마음도, 얼어붙었던 마음도 발견하며 또다른 나를 알아채가는 과정이다.
비로소 내가 되는 일이다.
2화부터는 읽은 책들이 제 삶의 우물을 어떻게 퍼올리게 되었는지 나누고자 한다.
응원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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