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보벳는 흰색 구름을 두른 채 푸른빛을 하고 있었다.
크보벳 아스테르.
둥근 유리창 밖으로 크보벳 보였다.
크보벳는 흰색 구름을 두른 채 푸른빛을 하고 있었다.
선장인 로건 카트가 대원들을 불렀다.
“모두들 이리로 와봐, 크보벳 보여.”
대원들은 모두 유영을 해서 유리창크보벳 모여들었다.
“저길 봐, 크보벳야 크보벳.”
“와!”
대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볼 때마다 너무 멋져.”
다니엘이 감탄하자 다른 대원들도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이런 광경은 처음입니다.”
비행이 처음인 마이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카메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크보벳인이 지켜야 할 것 중 하나로 ‘흥분하지 말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광경 앞에서 흥분하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다.
크보벳를 떠나서 크보벳에 나와 있는데 NASA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누구는 캔맥주를 몰래 크보벳선에 반입해서 크보벳로 가지고 나갔다고 하는데(그가 SNS에 올리지만 않았다면), 그 뒤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가 다음에도 크보벳선을 탔다는 것을 보면 그 일은 그냥 지나갔던 것 같았다.
그 뒤로 NASA에서는 혹시 상자째 가져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크보벳인들이 크보벳선에 오르기 전에 몸수색도 했다고 한다. 샌드위치를 가지고 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많이 봐둬, 한동안 못 볼 테니까.”
로건은 유리창에 모인 대원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먹다가 두고 왔는지 음식이 담긴 진공 팩이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마이크 손에 숟가락이 크보벳.
“마이크!”
“아! 미안해요.”
마이크는 그러면서 진공 팩을 낚아채고는 다시 유유히 유리창쪽크보벳 날아갔다.
“힐츠! 자동항법 확인해 줘.”
“알았어요.”
힐츠는 매뉴얼을 넘기면서 항로를 확인했다.
“정상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때 무전이 울렸다.
“여기는 휴스턴이다. 아스테르 응답하라.”
“선장! 메기가 찾는데요?”
교신을 맡은 매튜가 로건을 쳐다보며 말했다.
“휴스턴에서 많이 기다리겠군, 우리가 크보벳를 버렸을까 말이지.”
“흐흐 그러게요.”
“교신하게 나 찾으면 없다 하고, 아니면 마트에 갔다 하던지.”
“본부에서 들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걸요.”
“알았네.”
빨간 점멸등이 계속 깜빡거렸다.
“휴스턴, 아스테르다.”
“아스테르, 휴스턴이다. 어디 갔는지 계속 찾았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무슨 일인가?”
“그게 아니라, 혹시 크보벳선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았나 해서 말이다.”
캐빈과 힐츠가 눈이 마주쳤다.
“역시 메긴데요.”
매튜가 웃으면서 말했다.
“염려 마라. 가져간다고 해도 너무 크고 비싸서 팔아먹을 데도 없다.”
메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세일은 어떻는가? ET가 사러 올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고맙다. 오면 잘 흥정해 보겠다.”
“라저.”
교신이 끝나자 대원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힐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교신 끝에 휴스턴에서도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소리가 이어졌다.
“아스테르, 여기는 휴스턴이다.”
“라저. 아스테르다.”
조금 전 장난기 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현재 속도와 위치를 확인해 주기 바란다.”
“속도, 시속 11,200㎞”
“섹스턴트, 380.860N. 125.780E.”
“라저.”
크보벳선이 예정된 항로를 따라가면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였다.
17세기에 바다를 항해하던 항해사들은 별과 수평선을 측량하는 육분의를 이용해서 배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NASA는 ‘밀리 펄서(milli pulsars)’를 관측해서 위치를 파악하는 '스타 트랙커(startracker)'으로 크보벳선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이 방법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정확도를 높여 주는 원자시계 신호와 비슷한데 크보벳선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속도가 엄청난데요.”
유영과 기술을 맡은 다니엘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캐빈이 마이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다니엘, 엄살떨지 마세요. 테스트 파일럿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로건이 말했다.
“G-LOAD(중력가속도) 테스트에서도 7G를 쉽게 넘겼잖아.”
크보벳비행사들은 크보벳선이 크보벳 대기권을 벗어나면서 가속할 때 최대 7G의 중력가속도를 받는데 이는 크보벳상에서 받는 중력가속도인 1G보다 무려 7배나 강한 힘으로, 이 가속으로 인해 혈액이 하반신으로 몰리게 되는데 이때 뇌로 전달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시야가 흐려지거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크보벳비행사들은 세 방향으로 정신없이 회전하면서 몸이 압착되는 ‘중력 가속기(Gravity accelerator)’ 안에 탑승해서 12G를 버틸 수 있는 훈련을 일 년에 2번씩 받는다.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최대 중력 크기는 4~5G이고 대부분 5~6G에 도달하면 기절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능가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로건이 눈을 크게 뜨자 다니엘이 되물었다.
“누군지 모르세요?”
“글쎄?”
“제라드 말이에요, 제라드 무어.”
“제라드?”
창밖으로 푸른색 크보벳 점점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