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끝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천국이 있었다.
종이 포 카드 포커, 잉어엿 포 카드 포커, 문어다리 포 카드 포커까지.
그 시절 우리가 해봤을 법한 모든 포 카드 포커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포 카드 포커 코너의 대장은, 언제나 우리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포 카드 포커 코너를 지키셨다.
머리엔 늘 손수건을 두르셨고, 앞치마 주머니엔 잔돈이 꼼꼼히 정리돼 있었다.
사실 그 자리는 단순히 '가게의 일자리'가 아니라, 동네 아이들과 마주 앉는 따뜻한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몰려오는 아이들로 포 카드 포커 코너는 금세 북적거렸다.
아이들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였고, 손에 땀을 쥔 채 차례를 기다렸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종이를 펼치는 소리, 터지는 탄성과 웃음소리가 매일같이 가게 끝쪽을 물들였다.
가장 인기 있었던 건 '종이 포 카드 포커'였다.
작은 종이 조각을 뜯어 조심스럽게 펼치면, 안쪽에 적힌 글씨가 아이들의 희비를 갈랐다.
"우와! 당첨이다!"
"에이, 또 3등이네..."
그 조그만 종이 한 장에 아이들의 하루가 달려 있었다.
누군가는 두 손 머리 위로 번쩍 들고뛰었고, 누군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시 엄마 손을 잡고 돌아갔다.
그 무리에 나와 동생들, 사촌동생들도 빠지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줄을 섰고, 포 카드 포커를 하고, 환호하고, 실망했다.
우리에게도 그건 게임이자 이벤트이자, 어쩌면 아주 특별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기 포 카드 포커는 '잉어엿 포 카드 포커'였다.
손바닥만 한 잉어엿부터,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대왕 잉어엿까지.
당첨만 되면 동네 아이들의 시선이 한 몸에 쏟아졌고, 우리는 그 '영광'을 위해 용돈을 탈탈 털었다.
엿이 손에 들리는 순간, 그 무게보다 더 큰 자랑거리가 따라왔다.
그날 하루는 진짜 주인공이 된 것처럼 으쓱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문어다리 포 카드 포커.
이건 좀 특별했다.
커다란 상자 안에서 줄을 당겨서 상품을 꺼내는 방식이었는데, 어른들조차 이게 원래 있던 포 카드 포커인지, 아니면 우리 할머니가 창조하신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중에는 문어다리 장난감이 달려 있기도 했고, 때론 귤이나 키위 같은 과일이 달려 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신박한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비밀. 가끔 1등 상품은 미리 뽑아두고, 손주들인 우리에게 슬쩍 건네주시기도 하셨다.
그걸 알고 나서, 처음엔 놀라기도 하고 약간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머니의 사랑이 넘쳐서 그러셨을 거라고 이해한다.
그 시절, 할머니는 늘 웃고 계셨다.
포 카드 포커 상자를 관리하시면서도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고무줄로 묶은 동전을 손에 쥐여주며
“자! 오늘은 뭐가 나올까~” 하고 격려하시곤 했다.
포 카드 포커 코너의 중심엔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 있었고, 그 중심엔 늘 할머니가 있었다.
가게 한편, 작고 소란스럽던 그 공간. 그곳엔 단순한 장난이나 상품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이 잔뜩 걸려 있었다.
지금도 종이 포 카드 포커 함을 보면, 잉어엿을 보면, 문어다리 인형을 보면, 나는 문득 그 시절 가게 끝에서 웃고 있던 할머니를 떠올린다.
작은 의자, 주름진 손, 그리고 따뜻한 눈빛. 그곳에서 우리는 추억을 뽑았고, 사랑을 당첨받았다.
그 시절, 포 카드 포커의 즐거운 기억이 지금 나를 미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