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리셋 5.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고 알게 한 후 ‘이면’을 의식적으로 나에게 주입시켜 ‘전체’를 인지하게 나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인식이 타인의 말을 그대로 듣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일명 ‘자기해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냥 우리가 재미나게 하는 얘기 중에 ‘다 각자 다른 얘기하고’ 있는 그런 것이다. 상대는 이 말 했는데 나는 저렇게 알아듣고 그렇게 각자 입과 귀가 따로인 상태에서 마치 대화가 이어진다고 착각하는.
물론, 그저 그런 대화에선 아무 상관이 없지만 중요한 대화에선 큰일난다. 상대는 ‘당신은 당시 그 곳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라고 질문했는데 나는 ‘그 때 내 감정은 어쩌구 저쩌구’ 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질문의 수위가 낮거나 가볍다면 상관없겠지만, 또한 상대의 이해수준이 나를 꿰뚫을 정도로 높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차 다른 질문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화까지 날 이끌어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화는 허공’을 떠도는 격이 되며 상호간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걸 물었는데 왜 저렇게 대답하지?’,‘내 말을 제대로 안듣나? 소귀에 경읽기인가?’, ‘왜 자기 맘대로 말하지? 뭘 묻는지 모르나?’ 뭐, 이런 식이다.
학문적인 원탑토토 떠나 단순하게 말하자면, 상대가 하는 말의 중간중간에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 듣던가 자신의 인식안에서 이미 판단해버렸던가 일명 악마의 편집처럼 맥락없이 여기저기 끊어서 이해하던가. 말 그대로, 자기맘대로 상대를, 상대의 말을, 상대의 표현을, 상대의 상황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를 발견했고 싫었고 고치고 싶었다. 지금의 나는 전문코치로서 이러한 실수나 오류가 상당부분 줄어든 상태이지만 (지금도 많이 어리석지만) 상당히 어리석은 시절에는 자기해석이 난무했던 사람이다. 내 맘대로 듣고 내 맘대로 내 의견을 얘기하는, 지금 생각하면 상대가 얼마나 나와 대화하기 어려웠을까. 싶다.
코치를 하면 이런 경우가 아주아주, 아주아주, 아주아주 잦다. 내가 질문을 하면 원탑토토 하여 듣는다. 쉬운 예로는 ‘지난 주에 이러이러한 얘기를 나누고 이러이러한 것을 하기로 하셨는데 어떠셨어요?’라고 내가 질문을 하면 당연히 ‘이러이러한 것을 하는 것이 어떠어떠했다’라는 답변이 나와야 하는데 전혀 엉뚱한 말이 돌아오기도 하고(중요하건 중요하지 않건간에) 좀 심각한 예를 들어보면 ‘선생님 생각에 갇혀서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요’라고 내가 피드백을 해도 ‘그래서, 그 사람이 너무한 거 아니예요?’라고 답하여 나의 언급이나 피드백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물론, 나는 코치니까 피코치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을 먼저 해준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 왜냐면,
원탑토토 위주로 상대를, 현상을 파악하여 빚어낸심각한 오류를 알게 해주고 싶기도 하고,
또(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신데렐라컴플렉스처럼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하며 오히려 상대탓을 돌리는 것에서 빠져나오게 하고도 싶고,
또 자기해석을 하는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늘 지금처럼 관계의 괴로움에 휩싸여 살게 되는 것이 안타깝기때문이다.
또 코치는 피코치의 성장을 돕는 자라서 피코치가 자신이 굳혀버린 인식을 깨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탑토토은 그냥 '대화가 안된다.' 라고 치부해도 괜찮지만 현상을 원탑토토할 경우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른 상황에서 과거의 경험을 잣대로 들이대면 과거와 똑같은 결과밖에 안나온다.
나는 나의 원탑토토 줄이기 위해 귀를 열었다. 진짜 귀를 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단순한 경청이 아니라 깊이 있는 경청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는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중이지만 이제 1단계 경청을 지나 3단계 경청(주)의 수준까지 나를 끌어올린 듯한 느낌을 확신으로 갖게 되는 것은 나에게 코칭을 받는 이들의 피드백 덕이다. 어떻게 상대를 그렇게까지 파악할 수 있냐고, 내가 몰랐던 것을, 이 복잡한 남의 상황을 어떻게 그리 분석해낼 수 있냐... 는 피드백덕에 나는 나의 수년간의 훈련이 효과가 있구나를 조금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결코 자만하지 않고 결코 자부심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가미하기에 나의 경청훈련은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원탑토토 하지 않기 위해, 즉 귀를 열기 위해 내가 첫 번째로 시도한 방법은 항상 상대의 말을 중요 단어만이라도 노트하는 것이었다. 주어/서술어를 연결시키고 중요한 단어를 메모하는 것이다. ‘저는 너무 피곤해요. 만성피로. 너무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랑 걱정이 생기면 잠도 못자고. 그래서 건강도 안 좋아지고 아무튼 만성피로예요.’라고 호소하는 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피곤, 만성, 불규칙한 생활습관, 불면. 이라고 메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상대의 말을 내가 제원탑토토 들었는지 꼭 물어본다.당신이 말한 것이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늘 피곤하고 잠도 잘 못 주무신다는 거죠?’라고 묻고 상대가 보태어 말하면 그것을 또 적거나 그렇다라고 말하면 다음 원탑토토로 이어간다.
그리고 세 번째, 분석한다. 하나씩 뜯어서 말이다.불규칙한 생활습관, 만성피로, 불면.은 물론 서로 상관관계는 있지만 다 따로따로 얘기한다. ‘먼저 불규칙한 생활습관부터 얘기할까요?’라고 하나씩 뜯어서 말이다. 그 얘기가 끝나면 다음에 만성피로와 연결시키고 다음에 불면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원탑토토중에는 계속 상대에게 정리를 해준다.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동의하느냐, 이해했느냐, 내가 어떤 제안을 해도 되느냐 등과 같이 둘이 찰떡같은 원탑토토가 진행되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오늘 우리가 나눈 대화를 정리하면 이렇게 이렇게 정리가 원탑토토 맞느냐?’라고 묻고 상대의 동의와 공감과 수긍을 얻는다.(코칭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원탑토토한다. 물론 코칭할 때는 전문적으로 평소에는 부드럽게, 대충 넘어가면서)
이러한 훈련없이 만약 상대와 대화한다면 뻔한 대화로 전락할 것다. ‘잠을 많이 자라, 잘 먹어라, 쉬면서 일해라, 영양제를 먹어라.’ 등등. 사실 나에게는 나만의 기준이 있는데
이어야 한다는 기준이다. 예측가능하지 않은 대화로 나는 이어가는 경향이 많다. 사실, 대화가 재미있고 유익하려면 '예측가능'하지 않은 대화여야 한다. 응당 이 말하면 저 말 나오는 그런저런 오고가는 대화말고 이 말했는데 저렇게 말하네. 같은 대화. 그래야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높아지고 상대가 나와의 시간을 아주 요긴하게 쓰게 하는 배려인 듯해서다.
내가 아는 대로 듣고 말해도 된다는 오만과 내가 대화해주는 것 자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거만일 수 있다. 아주 긴 시간, 나는 오만과 거만을 달고 산 격이다. 10분을 대화하더라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더 깊이 있게, 더 진실되게 대화하길 나는 원한다. 나에게도 누군가가 이렇게 대화해주길 바란다... 그 때 내 가슴은얼마나 가슴이 편안하고 온화해질까.....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는 것이 감각이다. 거짓없는 감각. 그래서 말을 제대로 하고 제대로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 50이라는 나이의 나에게는 기본이어야겠다.
주 참고로 1단계 경청은 들리는원탑토토 / 2단계 경청은 맥락을 감안하여 / 3단계 경청은 상대의 환경과 현재 분위기까지 감지하여, 자기해석은 1단계 경청도 안되는 경청이라고 할 수 있다.
* 지담의 브런치는 책, 글, 강의의 지성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