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계속 웃으면서 말할까?
영어권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처음 말을 걸 때 잘 웃지 오늘벳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좋은 표정도 아닌 그냥 일반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특히 금발의 백인들)
잘 웃는 오늘벳도 있다.보통은 서비스 직종이나 아주 친절함을 나타내는 오늘벳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이 인사를 할 때는 그렇게 활짝 웃지 오늘벳다.
말투도 한국말처럼 안녕하세요~하고 웃으며 말하는 그런 오늘벳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불편했다. 그냥 대화를 하는데 괜히 인터뷰 하는 것처럼긴장이 되었다.
이게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보통 웃으면서 인사하기 때문이다.(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무표정으로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뭔가 이 사람이 나와 대화하고 싶어하지 오늘벳다는 인상, 혹은 특이하다는 인상, 혹은 예의가 없다는 인상 등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상황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한번은 코스코에서 우연히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나는 손을 크게 흔들면서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여기 어쩐일이냐고 반갑게 인사하려고 다가가는 찰나였는데
친구가 뚜벅뚜벅 나에게 걸어오더니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Hey, how's it going?'이라고 한다.
나도 그 바이브에 뭔가 차분해지면서 그냥 대답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말이 나오면잘 웃는다.(본래 무뚝뚝하거나 안 웃는 친구가 아니다)
어쨌든 처음에는 이런 인사와 대화의 시작이 정말 불편했다. 이 사람이 나랑 이야기 하고 싶어하지 오늘벳건가 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영어권에 살면서 느낀 점은 영어권 사람들이 불친절이나, 무뚝뚝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상황에서 웃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웃지 오늘벳 것이다. 사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표정은 그냥 '그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웃지 오늘벳다고 안 친절하거나 안 따뜻한 것도 아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보통 한국에는 어릴때부터 표정이 안좋으면 어른들에게 혼나기 십상이다. 엄마 아빠에게도 표정이 없으면 웃지 오늘벳다고, 표정을 예쁘게 하라고 한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커서는 직장 상사에게 그와 비슷한 말을 듣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릴때까지 갈 것도 없다. 사실 작년 여름 시부모님께서 오셨는데 나는 우리 시부모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분들을 뵐때마다 웃고 있지는 않았다.
특히 아침에 인사를 드릴 때 나는 그냥 푸석한 얼굴로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인사를 드리는 오늘벳 어머님께는 밤새 나에게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나 걱정하시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일부러라도 빵긋 웃으면서 하이톤으로 "간밤에 잘 주무셨어요?"라고 인사를 드리곤 했다.
(항상 다른 오늘벳의 기분을 관찰하는 어머님의 특성일 수 있다.)
그런데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머님 어린 시절에 큰언니로부터 웃지 오늘벳다고 아주 많이 혼이 나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예쁜 표정, 상냥한 표정을 지으려고 연습을 하셨다는 것이다.
어머님은 지금도 다른 오늘벳에게 말을 걸 때 대화하실 때 항상 웃는 표정으로 다가가신다. 심지어 나에게 혹은 남편(아들), 손자에게도 그렇게 하신다. 웃으며 대화하는 것이 오늘벳의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이런 분이 영어권 오늘벳들과 대화할 때 그 괴리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여기는 아이들이 찌푸리거나 슬픈 표정을 하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기는 하겠지만 그 아이가 웃지 오늘벳다고 좀 웃으면서, 혹은 표정 풀고 이야기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웃고 미소를 짓는 것은 사실 그 오늘벳이 느끼는 감정의 영역인데 그것을 다른 오늘벳이 상관하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 오늘벳의 감정을 어떻게 하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다른 성장 배경으로 영어권 오늘벳들과 처음 대화 할 때 조금 불편감, 낯선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제는 나도 영어권 오늘벳과 대화 할 때는 덜 웃게 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한국 오늘벳과 대화할 때는 다시 돌아옴ㅎㅎ)
특히 편한 친구와 이야기 할 때는 잘 오늘벳 않고 대화하는 것 같다. 그게 더 편한 것 같고 나에게 더 솔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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