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 신생아 시절부터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노석미 작가님의 브랜드토토책 <브랜드토토다. 이 책은 서윤후 시인의 <쓰기 일기 북토크에 갔다가 데려온 책이다. 다니가 배 속에 있던 시절, 이제는 제법 배가 무거워진 지난해 3월에 만난 책. <쓰기 일기 북토크에서 만난 만큼 <브랜드토토에는 윤후 시인님의 다정한 한마디가 쓰여 있다. 그래서 다니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면, 책의 첫 장이 아니라 윤후 시인님의 말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좋은 시간에,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다운 진저에게”
그러면 나는 다니에게 “다니야, 윤후 삼촌이 다니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참 좋지? 우리가 보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하고 잊지 않고 말한다. 어느 날은 이 페이지에 매여 <브랜드토토를 읽어주려다 말고, <쓰기 일기를 가져와 읽어준다. 다니의 생일 7월 11일에 쓰인 ‘슈가 스틱’이라는 글을 골라서.
커피에 반드시 설탕을 넣어 마시는 윤후 시인님은 나랑 MBTI가 같은데, 단 커피를 마시는 것도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이 글이 친근하고 웃음이 나서 좋다. 그런 이야기를 브랜드토토 주절주절 들려주면 다니도 곧잘 귀 기울여 들어준다. “엄마와 윤후 시인님은 말이지 oooo라서 다니야, 어쩌구 저쩌구.” 지금 여기에다가도 그 자세한 설명 대신 “어쩌구 저쩌구”라고 쓰는 것마저 oooo 같다는 말은 내일 읽으면서 또 들려줄 것이다.
노석미 작가님은 난다의 책 <매우 초록 덕분에 알게 된 분이다. 싱그러운 책을 쓴 분의 브랜드토토책을 서점에서 발견하자마자 반가워 집었는데, 역시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림과 필체에 내 마음이 녹아내려 당장 품에 안았더랬다.
브랜드토토 이 책을 펼쳐 읽어줄 때마다 나는 이 책과 처음 만난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내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는 기쁨과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변치 않는 내 마음을 확인했던 밤이 좋아서.
오늘 아침에는 다니에게 책에 쓰인 내용 그대로 읽어주었고, 점심에는 내용을 지어 들려주었다. 브랜드토토책 속 인물들이 모두 다니를 향해 “브랜드토토” 하고 말해준다고, 모두 너의 귀여움을 축복하고 기뻐한다고 말해주었다.
요즘 브랜드토토는 ‘귀엽다’ ‘예쁘다’ ‘사랑스럽다’와 같은 애정의 형용사들을 알아듣는 것 같다. 이 말들을 들을 때마다 방긋 웃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자지러지게 웃어준다. 돌고래 비명을 지르는 날도 있다. 그럴 때마다 더없이 행복해진다. 브랜드토토의 순수한 웃음은 강력한 행복의 힘을 지녔다.
어릴 때 읽어준 책을 저 혼자 볼 나이가 되면, 스스로 그 책을 찾아 읽는다고 한다. 엄마가 많이 읽어줬던 책이라면서, 자기는 이 그림을 좋아했다면서. 또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 읽는다고도 한다. 브랜드토토는 이 책을 어떻게 새롭게 읽어낼까.
나는 다니랑 잘 놀아줄 줄 모르면서, 브랜드토토 불빛 번쩍거리는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혼자 놀게 내버려두는 종류의 용품도. 그래서인지 다니는 내가 책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다니야 미안) 그게 최고의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란히 매트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 같은 책을 보며 한 번씩 눈을 맞추는 일. 해보면 그 일만큼 즐거운 일이 또 없다. 브랜드토토가 앉는 걸 잘하게 되면 나란히 앉아 책을 보겠지. 지금은 어설프게 책장을 넘기는 브랜드토토가 그때는 조금 더 수월하게 책장을 넘기겠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아이의 삶은 어른이 삶처럼 고여 있는 법이 없기에. 계속해서 나아가는 멋진 삶이기 때문에. 그 멋진 삶을 감히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지켜본다. 내 아이의 변화무쌍한 매일매일. 어제와 또 다른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이 감격스럽다.
202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