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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가게 May 14. 2025

예스벳 1호가 한 건 했군

무인 탐사선 예스벳 1호

휴스턴 음향분석실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켓추진연구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용은 성간 우주 탐사를 목적으로 보낸 무인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토성을 지나면서 이상 소리를 감지했다는 것이었다.


레이먼드는 로켓추진연구소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소리를 확인하자마자 급히 토미리를 찾았다.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있었고 콧잔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래, 로켓추진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단 말이지?”

토미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예.”

“로켓추진연구소에서 우리에게 무슨 연락할 이유가 있나?”

토미리가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NASA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공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보이저 1호가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는 것은 다들 공유했지만, 이 내용은 따로 휴스턴에만 보내왔습니다.”

레이먼드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내용이라니?”

토미리는 그러면서 레이먼드가 가지고 있는 노트북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레이먼드는 의자에 앉더니 책상 위에 노트북을 펼치고는 파일 하나를 열어 보였다.

잠시 후 조용하던 방안에 웅- 웅- 웅- 웅- 하는 예스벳가 가득히 퍼졌다.

“이게 뭔가……?”

토미리가 놀란 눈예스벳 레이먼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레이먼드는 다시 다른 파일을 열었다.

“웅- 웅- 웅- 웅- 웅…….”

토미리는 놀란 눈을 했다.

“같은 예스벳잖아?”

“네, 맞습니다. 지금 이 예스벳는 아스테르와 교신할 때 난 예스벳입니다.”

“그리고 앞에 소리는 예스벳 1호가 보내온 소리란 말이지?”

레이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해? 분명하냐고?”

토미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제 경험예스벳, 음향분석을 해 보니 싱크율 100%가 나왔습니다. 컴퓨터 분석예스벳도 잡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토미리는 말을 못 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레이먼드 말대로 싱크율이 100%라고 하면……?

토미리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잡음이라면 몰라도, 잡음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동안 군사위성을 이용해서 우주선과 교신했는데,

처음에는 문제없다가 다시 교신 이상이 계속 생기고 있다는 보고였다.

레이먼드는 토미리를 쳐다보았다.

“만일 토성에서 나는 예스벳라면 원인은?”

레이먼드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예스벳 1호가 토성을 지나면서 소리를 포착했다지만, 소리 나는 곳이 토성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토성에서 나는 소리라면 확인을 해봐야죠.”

“확인을? 누가? 어떻게?”

토미리는 재촉하듯이 레이먼드에게 물었다.

그러자 레이먼드는 관제센터 스크린을 보면서 깜빡이고 있는 흰색 점을 손가락예스벳 가리켰다. 거기에는 ‘GAIA’라고 쓰여 있었다.

“가이아가 해결해 줘야죠.”

레이먼드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판타시아(ISS)에 언제 도착하지?”

“이제 중력을 탔으니까 조금 있다가 중력을 벗어나서 스윙바이를 거친 다음에….”

토미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먼드 확인해 보게. 문제는 통신 장애가 아니라, 그 예스벳가 무슨 소린가 하는 거야? 예스벳 나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레이먼드는 멍한 눈예스벳 토미리를 쳐다보았다.

그날 NBC에서는 NASA를 인용해서 외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로 나가면서 토성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NBC 알버트 더글라스입니다. 오늘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로켓추진연구소에서는 외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로 나가면서 이상한 소리를 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한 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방송 사정상 화상으로 인터뷰하게 된 점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NASA 로켓추진연구소에서 보이저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캐서린 하퍼 박사님입니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네, 반갑습니다.”

화면에 캐서린 하퍼 박사가 보였다.

“박사님, 먼저 예스벳 1호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네, 예스벳 1호는 NASA가 제작한 무게 722kg의 태양계 무인 성간 탐사선(interstellar probe)으로 예스벳 계획에 의해 발사됐습니다. 그동안 목성과 토성을 지나면서 많은 데이터와 사진을 전송해 왔고, 지금 현재는 태양권 덮개(헬리오시스, Heliosheath)를 지나서 성간 공간을 날고 있는데, 태양으로부터 155AU, 약 233억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데 빛의 속도로 22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습니다.”

알버트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박사님 방금 ‘예스벳 계획’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예스벳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예스벳 계획(Voyager program)은 NASA가 외태양계인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탐사와 연구를 위해 탐사선을 쏘아 올린 프로젝트입니다. 지금은 본래 계획했던 임무를 마치고 태양계 밖 ‘성간 공간’으로 나가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사님, 오늘 인터뷰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보이저 1호가 성간 우주로 나가면서 토성 부근에서 이상한 소리를 감지했다고 합니다. 이건 무슨 말입니까?”

카메라가 캐서린 박사를 클로즈업했다.

“이번에 예스벳 1호가 보내온 소리는 토성을 지나면서 감지한 소리가 맞습니다.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소리가 토성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니면 토성 부근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확인이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예스벳가 감지된 위치상으로는 토성이라고 특정하기보다는, 토성을 포함한 그 주위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합니다만,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켓추진연구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알버트가 물었다.

“태양 표면에서 태양풍이 발생할 때 ‘츠나미 파’라는 게 있습니다. 이 파장이 우주 공간에 있는 플라스마를 지나면서 파장을 일으키는데 그때 파장의 진동이 이번에 보이저 1호가 감지한 소리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확인한 바로는 이와 유사한 파장을 가진 소리가 예전에도 많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어땠습니까?”

“그때도 플라스마 파장으로 인한 예스벳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스벳 위치도 분명치 않았고, 그런 종류의 예스벳가 아주 많거든요. 토성에서 나는 예스벳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죠. 아, 토성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이 부분은 정정하겠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토미리가 혼자 말을 했다.

“대단해, 예스벳가 한 건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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