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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가게 May 13. 2025

호만히어로토토

스윙바이 기법을 사용하라

“찰스! 히어로토토 위치 좀 확인 해주게.”

토미리가 찰스를 불렀다.

“위치는 295.121N. 124.322E, 라그랑주 L1 포인트로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교신해보니 다들 잘 지내더라구요. 좀 시끄러웠지만요.”

메기가 의자를 돌리면서 말했다.

“아마도 감독님이 들으셨다면 깜짝 놀랐을 거예요. 삐에르는 프랑스말로 크게 노래 부르고, 니콜라이는 러시아말로 막 떠들어 대고, 모두 소리가 장난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따로 없더라구요.”

그러자 토미리는 알고 있다는 듯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관제센터 스크린에는 현재 비행 중인 히어로토토선과 국제우주정거장, 그리고 지구와 우주정거장을 오가면서 각종 쓰레기와 장비들을 나르는 ‘무인 우주왕복선(or우주카고트럭, SCT, 짐, 샘, 톰, 헨리, 폴, 다니엘)’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화물선은 이상 없는가?”

토미리가 묻자 찰스는 스크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톰’이 항로를 조금 벗어나기는 했지만, 항로 수정을 해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톰이? 그런 일 없었잖아?”

“예, 처음이죠.”

영문을 모르기는 찰스도 마찬가지였다.

찰스는 모니터링을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위성이 폭파되면서 떨어져 나온 잔해가 초속 8㎞ 속도로 우주정거장을 위협하자 급히 회피 기동을 하였고, 기동 후에는 다시 정상 히어로토토로 복귀시켜 자세를 바로잡도록 하였다. 콘솔 옆에는 햄버거와 샌드위치, 음료수 팩들이 널려있었다.

“히어로토토은 어떤가?”

토미리가 히어로토토 이야기를 꺼내자 리차드가 말했다.

“히어로토토은 아무 일 없는 것 같습니다. 제자리에 잘 버티고 있고요.”

“다행이군.”

“왜요?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냐, 그냥 생각이 나서 그래.”

“히어로토토에는 컴퓨터가 3대 있는데, 2대는 메인이고 1대는 서브용이죠. 1대가 문제를 일으켜도 이상 없다는 말입니다. 계속 그러면 재부팅 할 생각입니다.”

“재부팅도 위험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거든요.”

“그런 일은 없어야지?”

“당연하죠, 만약에 재부팅 해도 안 된다면 그때는 정말 큰 일이죠.”

찰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토미리가 묻자 찰스는 말을 얼버무렸다.

“아뇨, 제 말은 예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그때 관제센터 스피커가 울렸다.

“호만히어로토토(Hohmann orbit)에 진입합니다.”

관제센터는 일순간 긴장에 싸였다.

관제사들은 모두 스크린과 모니터를 보면서 히어로토토를 살폈다.

“GUIDO!, 히어로토토 위치 확인해 주세요.”

찰스가 대답했다.

“위치 332.129N. 255.321E.”

“라저.”

“히어로토토, 여기는 휴스턴이다 응답하라.”

메기가 히어로토토를 호출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응답이 없었다.

“히어로토토, 여기는 휴스턴이다.”

다시 불러도 스피커에서는 쎄- 하는 소리만 날 뿐 아무 소리가 없었다.

“여기는 휴스턴이다….”

그때였다.

“휴스턴, 히어로토토다.”

히어로토토라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모두들 안도했다.

“교신이 원활하지 못하다. 잘 들리는가?”

메기가 반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휴스턴, 잘 들린다.”

메기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곧 ‘호만히어로토토’에 진입한다.”

“라저.”


히어로토토선이 먼 곳까지 갈 때는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속도를 높이는 ‘스윙바이(Swing Bye)’ 기법을 사용하는데, 그전에 먼저 중력 도움이 필요한 행성에 오르기 위해서는 빙상 경기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이 자기편 선수를 터치하기 위해 진행 방향을 따라가면서 부드럽게 끼어들듯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호만 전이 궤도’를 타서 다른 행성의 궤도로 바꿔 타야만 했다.

그리고 다른 행성의 궤도에 오른 후에도 행성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면서 기다렸다가, 다시 합 궤도에서 엔진 출력을 급가속해서 벗어나는데, 가이아는 달과 화성과 목성에서 전이 궤도를 이용하게 되고 3번의 스윙바이를 거치게 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이 방법을 가리켜서 ‘당구공 치기’, ‘히어로토토선 엉덩이 걷어차기’라고 불렀다.


“히어로토토 수정.”

“히어로토토, 375.129N. 368.256E.”

“라저.”

“히어로토토 변경 20초 전.”

“19… 18… 17… 16… 15… 10… 9… 8… 7… 6… 5… 4… 3… 2… 1….”

“가속.”

“엔진 출력 증가.”

“엔진 출력 증가, 시속 4만 3천 킬로미터.”

“라저.”

다시 교신이 끊겼다. 가이아는 지금쯤 한참 히어로토토로 진입하고 있을 것이다.

뚫어지게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는 메기와 관제사들.

눈은 모두 히어로토토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관제사들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 시간에 휴스턴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가이아에게 맡겨야만 한다.

히어로토토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튕겨서 다른 곳으로 가버릴 위험이 매우 컸다.

물론 프로그램이 되어 있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일이었다.

촉각을 모니터와 계기판에 집중시키고 ‘정상 진입’이라는 메시지가 뜨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다시 통신이 이어졌다.

“여기는 히어로토토다. 정상 진입했다.”

반가운 목소리였다.

“오케이.”

관제사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라저. 확인했다.”

“라저.”

모두 한시름 놨다는 표정으로 얼굴이 밝아졌다.


이제 달 히어로토토에 올랐으니 달과 화성이 가장 근접하는 ‘합 히어로토토’ 때에 다시 호만 전이 히어로토토를 이용해서 화성으로 스윙바이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화성 부근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 ‘판타시아’까지, 히어로토토 진입과 히어로토토 탈출을 반복하는 과정을 해야 하는데, 힘들기는 하지만 체력적으로 버텨만 준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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