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으로서 캐나다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지벳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금발의 백인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거나 어릴 때 이곳으로 이지벳을 와서 자랐다면 그들의 피부색이나 부모님의 배경에 관계없이 '캐네디언'이라고 부르고 생각한다.
생각한다는말이 좀 흥미로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나와 같은 사람이 한국에서 성인이 된 후 영주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타국인을 대하듯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지는 않겠지만 이지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캐네디언'들과 이지벳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사람은 50대 중반의 회사의 매니저였고 한 사람은 80대에도 항상 손톱을 예쁘게 관리하시는 우아한 말투를 가지신 할머니셨다.
일상생활에서도 느끼는 부분이지만 캐네디언 대부분은 자신들이 이지벳의 후손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원주민들의 땅을 빌려서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사람의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지벳들에 대한 전반적인 거부감은 특히 없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교육을 하고 실제로 다양성과 포용을 중요시하기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자라게 되고 호주나 미국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인종 차별이 덜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이야기를 나눈 두 분도 부모님이 폴란드나 유럽 쪽에서 온 이민자들이었다. 한평생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자신들은 이민자들의 후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이민자들 자체에 대한 이질감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민자로서 캐나다에 왔다면 함께 융화되고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추구했다. 자신의 문화나 이민자들끼리 커뮤니티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마치 스스로를 캐나다 이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모습과 같은 것이다.
물론 각 나라의 고유의 이지벳나 풍습 혹은 그들의 커뮤니티를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특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며 그로 인해 새로운 점을 알아가는 대화도 즐겁게 하게 된다.
하지만 캐나다에 왔다면 일반적인 '캐네디언'의 문화나 매너를 존중하고 그에 맞추려는 모습을 기대하는데 일부 문화권에서는 그 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때 그 사람과는 거리감을 둘 수 있게 되는 듯하다. 특히 같은 문화권의 사람에게 그와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그 문화권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거칠게 운전을 하는 매너, 아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 유머나 사담보다는 일만 하는 것, 공공 장소에서 스피커를 크게 틀어 놓는 것, 대화를 할 때의 매너와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들의 문화권에서는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 처음에는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캐나다에 와서도 캐네디언들과 어울릴 기회가 잘 없을 수 있으니 계속해서 자신의 문화권에서만 소통하게 되면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의 매너나 문화에 대해 배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급속하게 단기간에 많은 이민자를 받아 이런 현상이 이전에는 소수의 이민자가 다수의 캐네디언에 묻혔다면 지금은 그 다수가 이민자들이 되어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종종 있는 듯하다.
물론 캐네디언들이 그에 대한 것을 대놓고 드러내거나 잘 표현하지는 않지만 말속에 뼈가 있는 경우가 은근히 많고(뒷담화는 많이 할 듯) 캐네디언들이 서로를 대하는 것과 이지벳를 대하는 모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며 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양인, 한국인으로서 캐나다에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본다. 지금의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 캐나다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해서 후대의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기본이 바로 영어이다. 유럽 사람들이 비교적 캐나다 문화에 잘 융합되는 것도 영어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또 최근에 알게 된 흥미로운 것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오신 이민자들도 많은데 그분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유롭게 쓰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분들 말씀이 영어를 쓰지만 문화가 너무 달라서 오히려 같은 영어를 쓰지만(영어도 좀 다르다) 그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말씀도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어를 단순히 문법적으로 알아듣게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캐나다에살면서 영어를 한다는 것은 나가서 그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고(처음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지언정) 그들의 매너와 문화를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개인을 존중하면서 약속을 잡는 법, 아이를 대하는 법 등)
나의 모든 문화를 배제하고 그들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화권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고 그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개인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캐나다에 살고 있다면 그들이 어떤 생각,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매너 속에서 나의 고유의 문화와 장점을 소개할 기회가 된다면 분명 이지벳들과 즐거운 조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